TV조선 “유족이라 속이고 김영한 비망록 입수 시도”…JTBC “유족 의사 반하는 행동 한 적 없다”
11월말 TV조선이 JTBC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을 형사 고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TV조선은 JTBC제작진이 故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을 입수하기 위해 신분을 숨기고 협박을 하며 도를 넘는 행동을 했다는 입장이다. JTBC는 “유족 의사에 반하는 행동은 한 적이 없다”며 TV조선의 고소조치가 과도하다고 밝혔다. TV조선에 따르면 11월 말 김영한 전 수석의 어머니가 TV조선 보도본부를 찾아와 아들의 수첩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김 전 수석 어머니 곁에는 젊은 남성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을 외손자로 소개했다. 이 남성은 어머니와 함께 비망록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TV조선 취재기자는 다음날 어머니에게 수첩을 돌려줬다. 하지만 외손자라는 남성이 화를 내며 수첩을 주지 않으면 고소를 하겠다고 주장했고 이를 수상하게 여긴 TV조선이 전화번호를 추적한 결과 JTBC ‘스포트라이트’ 소속 이아무개PD로 드러났다.
TV조선 보도국의 한 간부는 “보통의 취재경쟁이라면 이해하겠지만 당장 수첩을 주지 않으면 고소하겠다며 기자를 협박했다. 유족이었다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신분을 속이고 보도본부에 들어온 것은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 간부는 “사과를 요구했으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어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TV조선은 JTBC 제작진에게 협박죄·업무방해죄·무단건조물 침입죄가 있다는 입장이다.
JTBC 이아무개PD는 고소 이후 2주가 지난 뒤 “외손자라 말하며 보도국에 들어가 비망록을 달라고 했던 건 본인의 독단적인 결정이었다”고 밝혔다는 게 TV조선 측 설명이다. TV조선에선 김 전 수석 어머니가 보도 당시 고맙다는 인사까지 건넸으나 이후 보도국에 찾아와 “집안에서 난리가 났다”며 항의했던 것을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TV조선의 한 기자는 “(김 전 수석의 수첩은) 한 달 넘게 이야기한 뒤 어머니가 직접 꺼내서 주신 것”이라 전하며 입수경위에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JTBC는 TV조선의 소극적인 비망록 보도로 유족이 수첩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TV조선이 돌려주지 않고 있던 가운데 나서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JTBC에 따르면 유족은 전화를 걸어 수첩을 달라고 했으나 TV조선이 여러 핑계를 들며 가져오지 않았고, 모든 언론에 비망록을 공개해야겠다고 판단한 어머니가 직접 방송사로 찾아가 항의하는 과정에서 ‘스포트라이트’PD가 동행했다.
JTBC의 한 기자는 “우리가 비판받을 부분이 있다면 받겠다”고 전한 뒤 “(비망록을 입수한 뒤) 언론노조 등에 보낸 이후 김영한 비망록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TV조선은 비망록을 갖고 있으면서 충실하게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최순실 국정농단보도의 경우도 2015년 고영태 제보를 받고 1년 6개월 가량이나 (아이템을) 묵혔다가 본인들에게 유리한 상황에 맞춰 기사화했다”며 유족이 TV조선을 신뢰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지적과 관련해 TV조선측은 “비망록의 증거능력을 해치지 않기 위해 어머니와 증거자료 제출 시점을 논의하고 있었다”고 밝혔으며 “보도관련 협조 부분에 한 언론사도 빼지 않고 응했다. JTBC도 만약 공식적으로 요청했다면 어머니께 양해를 얻고 전달했을 것이다. 실제 KBS노조와 세계일보·시사저널 등 김기춘 언론탄압 부분이 필요하다고 말한 타사에는 방송하지 않은 부분까지 찾아 공유했다”고 밝혔다. TV조선 측은 비망록을 바로 돌려주지 못했던 대목에 대해서는 “사본으로는 글자가 잘 안보여서 원본과 대조확인하며 봐야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 전 수석의 어머니는 “TV조선이 수첩 관련하여 JTBC를 고소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TV조선과 JTBC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아 유감”이라는 입장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줬다. 해당 사건은 경찰조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서울지검 형사1부에 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