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당시 해경의 대형사고 매뉴얼에는,
대형사고시 불러야 하는 중점관리 구난업체 12곳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해경은 이 중 어떤 업체도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명단에 알파잠수기술공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바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의 주인공인 이종인 대표가 운영하는 전문구난업체입니다.
그런데 이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는,
왜 그렇게 개인적인 피해, 방해, 수모를 겪으면서도 다이빙벨을 사고 현장에 가져가려
처절하게 애를 썼을까요?
단순한 박애심이나 동정심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그가 필사적이었던 이유는 다음의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세월호 내부에 갇힌 생존자가 있다면,
이 생존자를 발견하더라도 다이빙벨 없이는 죽을 확률이 너무 높기 때문에.
여기서 의아해 하실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어? 다이빙벨은 그냥 여러 구조방법 중 그저 있어도 없어도 되는 구조 방법 중 하나 아니었어?'
'잠수부들이 좀 더 편하고 빠르게 수색하는데 도움을 주는 수준의 장비 아니야?'
그렇지 않습니다.
자, 왜 다이빙벨 없이는 생존자를 살려서 수면 위로 데리고 올 수 없는지 알려면,
우리가 세월호 안에 갇힌 학생이라 가정을 해보면 됩니다.
차가운 물이 차올랐고 체온은 낮아졌습니다.
며칠간 음식도 못 먹어 당연히 체력이 저하된 상태입니다.
평생 살면서 다이빙 기술을 배운 적도 없습니다. 감압프로토콜도 모릅니다.
수중에 최소 이틀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있었습니다.
이 학생의 혈액 속에 질소기체는 얼마나 쌓였을까요?
이 학생이 수면 위로 살아 돌아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단순히 잠수부가 이 학생을 데리고 수면 위로 빠르게 올라온다?
그럼 잠수병이 이 학생을 죽입니다.
깊은 바다에 오래 있을 수록 혈액 속에 질소기체가 쌓이게 되고,
이 상황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되면 압력이 낮아지면서 기체의 부피가 커집니다.
이로인해 혈관이 파열되어 죽게 됩니다.
오랜 잠수경험이 있는 건장하고 체력이 강한 성인 잠수부들도 잠수병으로 죽습니다.
엄청난 체력의 UDT 대원들도 잠수를 하다 죽는 일이 벌어집니다.
수면 위로 빠르게 올라오는 순간 질소기체는 팽창하기 때문에 감압챔버에 뒤늦게 넣는다 해도
신체는 이미 데미지를 입습니다.
정상적인 건강한 성인 남성조차 생사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살더라도 후유증이 남습니다.
그래서 생존자인 어린 학생들을 발견했더라도
이들을 세월호 안에서 꺼내 오려면,
어둡고 부유물 많고 차갑고 물살이 강한 바다에서
최소 30분 이상의 질소기체를 몸에서 빼내는 과정을 거치며 올라와야 합니다.
정확히 수심을 계산해서 일정 수심마다 감압정지를 하며 수분에서 십수분을 밧줄을 잡고 버텨야 합니다.
그런데... 이걸 다이빙 기술을 배운 적이 없고,
체력도 소진된 상태고, 체온도 낮아지고 근력도 부족한 어린 학생들이 과연 할 수 있을까요?
차갑고 어둡고 물살이 센 바닷속에서? 두꺼운 잠수복이 아닌 일반 옷을 입고?
애초에 밧줄을 잡으며 물살을 버틸 힘이나 있을까요? 그 과정에서 정신을 잃으면 어떻게 될까요?
다이빙기술을 배운 적도 없는 아이들이 수심과 감압시간을 계산하며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수행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불가능합니다.
생존자를 발견하였더라도,
다이빙벨 없이는 애초에 생존자가 있더라도 구할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올라오면서 다 죽었을 겁니다.
이게 이종인 대표가 모든 피해를 감수하고
어떻게든 다이빙벨을 가지고 사비를 들여서라도 내려오려한 이유입니다.
다이빙벨이 없으면 혹여 뒤늦게 생존자가 발견되더라도 죽으니까.
그리고 생존자가 발견되었을 때 미리 다이빙벨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약간의 시간 만으로도 생사가 바뀔 수 있으니까.
그걸 알기 때문에 다이빙벨 다큐멘터리에서 보듯 저렇게 처절했던 겁니다.
그렇다면 다이빙벨이 있었다면 어떤 변화가 생기는가?
간단합니다. 다이빙벨을 최대한 선박에 가깝게 붙이고 고정하고 나면,
잠수부는 세월호 내부의 생존자를 종모양의 다이빙벨 안쪽까지만 데려오면 됩니다.
수심 37미터에서 모든 작업이 끝납니다.
자 이제 잠수부와 어린 학생들은 다이빙벨 안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몸을 말리며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면 됩니다. 체력 소모도 전무합니다.
감압 프로토콜은 바깥의 전문가들이 알아서 계산해서 끌어 올려 줍니다.
일정 수심마다 감압정지를 하며 질소를 완전히 배출시켜서 몸에 어떠한 데미지도 없습니다.
즉 구조시 생존확률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갑니다.
정말 생존자를 살리고 싶었다면 그러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면,
다이빙벨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와 이상호 기자가 그렇게 처절하고 필사적으로
다이빙벨을 사고현장으로 가지고 가려고 했는지 이제 이해가 되실 겁니다.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의 구조작업엔 다이빙벨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숱한 방해 속에서도 다이빙벨은 2014년 5월 1일 새벽 2시 30분경
물살이 센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문제없이 투입되어
잠수부를 선내 진입시키는데 성공합니다.
사고현장은 물살이 세서 다이빙벨을 투입할 수가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다이빙벨에 달린 무게추는 물살을 이겨냈습니다.
이종인 대표는 이를 위해 노후를 위해 모아두었던 1억 5천만원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