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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귀여운 여자친구가 있었다.
성격은 솔직하며 스타일도 좋았지만 주위에선
"헐ㅋㅋ 그 여자하고 사귀냐?ㅋㅋ 행복해랔ㅋㅋ" 라며 병신 취급을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지능이 좀 낮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통신 학교를 4년 걸려서 겨우 졸업, 제대로된 직업도 구하지 못하고
파견 회사에서 하루하루 벌어먹고 사는 그런 여자.
덤으로 중학교 때부터 주위의 남자들에게 속아 성욕 처리로 쓰여졌다고 한다.
친구의 소개로 그녀와 사귀기 시작했지만, 그건, 그녀가 임신을 하면 나에게 책임을 지게 하려는 속셈이었다고 한다.
사귀고 1년동안은 사이좋게 지냈지만, 점차 그녀가 내 여자친구라는게 부끄러워졌다.
주위의 눈초리를 알아 차린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고
그녀는 나에게 투정부리거나 나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했지만 그게 오히려 날 짜증나게 만들었다.
대학교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자 짜증내고 있던 나는 그녀를 차갑게 대했다.
어느날 위장염으로 자고 있던 내 집에 그녀가 왔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지만, 그 예감은 역시나 적중했다.
접시는 깨지, 세재는 쏟지, 또 마르지 않는 세탁물을 침대에 놔두지, 또 죽은 너무 끓여서 맛없지..
결정적으로, 내가 소중히 하고 있던 엔터 프라이즈(항공모함) 프라모델을 완전히 박살 내버린 것이다.
책상 위를 청소 하려다가 떨어 뜨렸다고 한다.
나는 당연히 열이 받았고,
"너 도대체 뭐하는거야!!! 죽어 !! 꺼져버려!!"라고 소리치며 그녀를 밀쳐냈다.
그녀는 울면서 "미안해.." 라고 중얼거리며 현관에서 멀어져갔다.
일주일 후, 그녀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연락을 받아 병실에 들어가자, 의사가 "가족분이십니까?"라고 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친구분? 다행입니다, 가족분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곤란했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의사는 그녀의 산소 마스크를 떼어내며 한마디를 남기곤 병실을 나섰다.
"최선을 다해보았지만... 오늘 밤이 마지막입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심야가 되자 그녀가 눈을 떴다.
부셔져 젤리상태였던 눈에서 피가 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유우(←나).."
그녀는 나의 손을 잡았다.
더 이상.. 잡는다고 느낄만큼의 힘도 없었지만..
"유우를 생각하면서 걸었더니... 나 신호가 안보여서..."
그녀의 목이 잠겨있었다
"..유우네 집, 또 가도 될까? 다시 화해..."
"언제든지 와, 건강해지면"
그녀는 싱긋거리며 웃었다.
"..유우..."
"요리도 청소도 가르쳐줄께, 그러니까 그전에 상처가 나으면... 야!!"
그녀는 죽어있었다
그 후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의사와 간호사가 황급히 들어오며 사망진단?같은 걸 하는 모습을 바라볼뿐이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관속에 들어있었다.
꾸물꾸물 병원에 온 그녀의 가족들은 차가운 표정이었다.
장례식도 고별식도 전부 사무적인 느낌이었고,
슬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귀찮아" 하며 불평하는 녀석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음날, 가족이 부탁한 그녀의 집을 정리하러 갔다.
낡은 빌라로 방도 좁았다.
무척이나 소박한 생활을 하고 있었겠지.
책상위에 일기장이 있어서 열어보니 서툰 글씨로 나와의 추억들이 적혀있었다.
일기의 날짜는 교통사고 전날이 마지막이었다.
흘러 내리는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유우의 소즁한 엔타프라이즈를 푸라무델 가게에서 만들었다.
가게 사람이 도와줬는데 잘 만들어쓸까?
나는 이걸 가지고 유우네 집에 갈꺼다
죽 만드는 것도 청소도 연습 해쓰니까
유우가 좋아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그녀의 묘지는 키치죠지에 있다.
만약 소원이 하나 이루어진다면, 이 바보같은 나에게, 그녀를 다시 한번 만나게 해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