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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815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앤생겨요★
추천 : 15
조회수 : 2625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5/07/10 01:36:10
베오베간 바퀴벌레 귀에 들어갔던 분 얘기 읽고
어릴 때 얘기 생각나서 글 적어봅니다.
저는 중학교 때까지 방 두개가 문으로 연결되어있고
한 쪽 방에 문을 열면 부엌겸 씻는 곳 보일러실이고
반대쪽 문은 밖으로 연결된 공용화장실 쓰는
전세집에 살았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위생상태가 많이 안 좋았어요.
쥐도 나와서 끈끈이 놓은 적도 많구요.
지네나 거미, 바퀴, 파리, 모기 이런게 바글바글했어요.
그래도 다른 벌레들은 에프킬러로 어느 정도 잡았는데요
바퀴벌레는 진짜 답이 없더라구요.
그 텔레비젼에 CF 자주 나오던
바퀴가 들어가서 빨개져서 나온 뒤에
동료 바퀴와 약을 나눠먹고 박멸되는게 있었는데요...
저희 집 바퀴는 내성이 생겼는지
그걸 약국에서 많이 사다가 붙였음에도
빨개지기만 하고 꾸준히 나오더라구요.
이정도 되다보니 바퀴에 대해 많이 알았는데요.
암컷 바퀴가 알집 꽁지에 매달고 다니는 거
바퀴는 머리가 잘려도 한참 산다는 거...
날아다니는 바퀴는 공포 그 자체라는 거.....
그 빨개진 바퀴는 약에 쩔어서 약해져서
발견된 것 일뿐 실은 훨씬 많은 바퀴가 있다는 거...
바퀴는 불을 켜면 순식간에 숨어버린다는 거 등등이요.
하지만 저의 어린 시절 바퀴에 대한 공포는
이놈의 바퀴가 귀에 들어가면서 시작됩니다...ㅠㅠ
베오베에 글쓴분 귀에 바퀴 한 번 들어가셨나요...
전 네 번입니다. 네 번 ㅠㅠㅠㅠㅠㅠ
제 첫경험은 참으로 불쾌하게 시작됐죠.
어느 날 잠에서 깨어보니 한 쪽 귀에서
무슨 소리가 자꾸 들리고 아픈거에요.
그래서 동네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귀에 불 비추고 벌레가 더 들어가서 더 아파하니까
잠깐만 있어봐 이러고 뭔가 푹 넣더니
마치 꼬치처럼 바퀴가 꽂혀 바둥거리고 있더군요.
그러고 두 차례나 더 귀에 바퀴가 들어가고
그 동네 이비인후과를 두 번 더 갔습니다.
문제는 네 번째였는데요...
이게 일요일 새벽 2시쯤이었을 겁니다.
새벽에 너무 아파 깼는데 딱 느낌상 바퀴더라구요.
그런데 이번에는 징하게도 큰 놈이 들어갔는지
정말 아팠습니다. 게다가 정말 쌩쌩한 놈인지
움직임도 활발했고 고막이 찢어지는 느낌이 났습니다.
극심한 고통에 가족들을 다 깨우고 응급처치를 시작했죠.
불도 다 꺼보고
귓바퀴에 뭘 발라서 냄새로도 유인해보고
반대쪽으로 불빛도 비춰보고 귀이개로도 빼려고 해보고.....
다 소용 없었습니다........
진짜 죽고 싶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건 귀를 손바닥으로 꽉막아서
압력을 가하고 있는 거 뿐이었습니다.
그러면 100 중에 20만큼은 덜 아픈 것 같았거든요.
두 세시간을 끙끙댔지만 바퀴는 나오지 않고
이 때 바퀴는 뒷걸음질을 못 친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바퀴가 막 고막쪽으로
발버둥치다가 지쳐서 쉬는 시간엔 잠시나마 고통에서
해방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다가 바퀴가 뇌까지 가버리면 어떡하지
이 생각에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결국 식은땀에 온 몸이 젖고 부들부들 떨 지경이 되니
아버지께서 저를 데리고 응급실에 갑니다.
그러고 저는 이제 바퀴를 빼고 살아날 줄 알았습니다.
그건 오산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레지던트인 것 같은데
가운을 입은 몇 명이 오더니 귀에 바퀴가 들어갔다고 하니
아까 시도했던 어줍잖은 방법으로 벌레를 나오게 해보려 합니다.
그러던 차에 바퀴가 또 움직여서
애가 정말 심각해보이니까 급 당황해서
한 명이 주사기로 뭔가 차가운 거를 귀에 넣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건 알콜이었을 거에요.
막 시원하고 술냄새 났던 거 같거든요.
마침내 바퀴가 죽었는지 극심한 고통에서 해방...
되기는 개뿔 귀를 하도 누르고 있었더니
계속 아픈거에요. 그런대도 계속 대기하라고 하고ㅠ
결국 한참기다리다가 석션으로 바퀴 잔해를 빨아들이고
전 귀가를 할 수 있었죠.
그러고 약 한 달간 귀에 휴지를 안 꼳으면 못잤어요.
왜 하필 가족 중에 저만 그런 일은 겪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진작에 베오베 글 댓글 팁을 알았다면 식용유를 귀에 넣어봤을텐데ㅠ
그리고 이사 가던 날
전 바퀴 없는 집으로 간다는 사실에
하늘을 날 듯이 기뻤습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다음엔 아기 길고양이가 따라와서
저 때 살았던 전세집에서 쥐를 박멸한 썰 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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