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담고싶은 이 마음 속에
다른 것들이 나타나 너의 모습을 덮어간다.
켜켜이 다른 것들에 덮혀지다가,
결국은 바닥에 깔린 모양새로
전혀 보이지 않게 되었다.
덮여진 것들을 꺼내어 너를 보기엔 너무나 힘들고
애타는 마음도 이제는 식은 지 오래.
너를 가리고 있는 생활이라는 굴레를 꺼내어
먼지덮힌 너의 모습을 다시 보게되는 건,
대체 언제쯤일까.
해설 : 박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시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박스에 종이 한 장만 있을 경우 그 종이만 보이지만, 그 종이 위에 달력이라던가 접시 같은 생활용품이 담기게 되면 밑에 있는 종이는 가려져 보이지 않게 되는 상황을 시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을 계속 생각하고 있을 수만은 없죠. 직장을 다닌다던가 친구를 만나는 등 자신의 생활을 해야하고, 그런 자신의 생활에 의해 좋아하는 사람은 점점 잊혀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그 사람을 좋아했던 일은 먼 미래에 추억으로나 떠올리게 되지요. 네. 만나고 있을 땐 단단한 줄로만 알았던 그 사람의 존재가, 시간의 바람에 노출되어 풍화되어가는 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