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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게시물ID : lovestory_814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7
조회수 : 4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3/15 21:28:27

사진 출처 : http://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4ozZSPfmO8k





1.jpg

이육사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2.jpg

이용악오랑캐꽃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 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 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도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미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 보렴 오랑캐꽃







3.jpg

김사인좌탈

 

 

 

때가 되자

그는 가만히 곡기를 끊었다

물만 조금씩 마시며 속을 비웠다

깊은 묵상에 들었다

불필요한 살들이 내리자

눈빛과 피부가 투명해졌다

하루 한 번 인적 드문 시간을 골라

천천히 집 주변을 걸었다

가끔 한 자리에 오래 서 있기도 했다

먼 데를 보는 듯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시간을 향해

귀를 기울이는 듯했다

저녁별 기우는 초저녁 날을 골라

고요히 몸을 벗었다 신음 한 번 없이

갔다


벗어둔 몸이 이미 정갈했으므로

아무것도 더는 궁금하지 않았다

개의 몸으로 그는 세상을 다녀갔다






4.jpg

정일근사는 맛

 

 

 

당신은 복어를 먹는다고 말하지만

그건 복어가 아니다독이 빠진

복어는 무장해제된 생선일 뿐이다

일본에서는 독이 든 복어를 파는

요릿집이 있다고 한다조금씩

조금씩 독을 맛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 고수가 먹는 것이 진짜 복어다

맛이란 전부를 먹는 일이다

사는 맛도 독 든 복어를 먹는 일이다

기다림슬픔절망고통고독의 맛

그 하나라도 독처럼 먹어보지 않았다면

당신의 사는 맛도

독이 빠진 복어를 먹고 있을 뿐이다







5.jpg

이안금붕어 길들이기

 

 

 

처음엔 풀 밑으로 숨기 바빴지

한 번 주고 두 번 주고

며칠 지나니

이제는 살랑살랑 마중을 오네

먹이 몇 번 주었을 뿐인데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 거야

 

길든다는 말

길들인다는 말

 

금붕어와 나 사이에

길이 든다는 거였어

살랑살랑

길을 들인다는 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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