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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에 대한 물음에 대한 식물갤러의 답.dc
게시물ID : lovestory_81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실성사이다
추천 : 12
조회수 : 699회
댓글수 : 33개
등록시간 : 2017/03/15 17: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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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안녕하세요 식물 중에도 동성끼리 생식하는 식물이 있나요? 

닉네임 : 불효자



말이 쫌 이상하죠

생식하려고 시도하는 식물이 있나요?


동물 중엔 몇 있다 들었지만..

그게 그냥 인간이 착각하는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식물이라면

동물같이 발전적인 의식이 없는 식물이

동성 교배를 시도한다면 시도하려는 자연적인 어떤 힘이 있다면

아니면 정말 교배할 수 있는 식물이 있다면(한 꽃에 수술, 암술이 다 있는 것 말구요 제가 무슨 말 하시는지 아시겠죠?)

..


저도 조금은 세상에 당당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전 정말.. 최대의 불효자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아니 저가 보기에도 참..

더럽다, 혐오스럽다고 느껴지는 동성애자입니다.

남자구요.


차라리 제가 여자였다면 그나마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 제가 저희집의 유일한 남자이고.. 대를 이어가야.. 하는걸 저도 알고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절 꼭 닮은 손주들이 보고싶으시겠죠


하지만 전 여자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정말..







이에대한 젋은 농부의 답



죄송스럽게도 제가 그러한 식물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하지만 식물에 비유하여 말씀하셨으니 식물에 비유하여 나름의 응원을 드리자면... 식물은 그 어떤 모습과 독특한 방법의 생존방식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변함없이 식물입니다. 어떤 식물은 처녀수정을 하기도 하고, 어떤 식물은 스스로의 암수로 자가수정을 하기도 하며, 또 어떤 식물은 동종이나 이종의 도움 없이는 수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요



어떤 식물은 효율적인 방법을 택해 뿌리로 번식하기도 하며, 줄기 마디마다 뿌리를 내리는 식물도 있고, 씨앗을 하늘에 날리거나 로켓처럼 쏘아 올리는 녀석들이 있는가 하면, 곰팡이를 불러모아 발아에 필요한 영양분을 얻는 식물도 있습니다. 땅빈대와 질경이처럼 사람 발에 밟히는 삶을 택해 살아가는 녀석도 있고, 아예 흙에 뿌리 내리지 않고 평생을 물위에 떠서 떠도는 삶을 살아가는 부평초 같은 녀석도 있습니다. 



꽃 없는 씨앗은 없다고 하지만 세상엔 무화과가 존재하고, 명약에 쓰이는 약재라 불리는 식물들은 거의 대부분 농부에겐 골칫거리라 불리는 드센 잡초이기도 하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먹을 수 없는 식물들에게, 혹은 예쁘지 않은 식물들에게 ‘잡’이란 이름을 붙여 잡초라 부르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자면 저만의 독특하고 아름다운 삶의 방식을 지닌 그 많은 식물들에게 잡초라 이름 붙이는 우리들의 그 다양한 삶 역시 ‘잡’이라 불려져야, 이른바 잡놈들이라 불려져야 맞는 말이 아닐까...하는 잡스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수가 정해놓은 정답의 테두리에 들지 못한 소수에게 다수는 곧잘 비난과 꾸짖음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지요. 다수가 반드시 소수에 우선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우리가 잡초라 부르는 그 생명들이야 말로 압도적인 다수이고 절대적인 옳음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식용과 관상용에 사용하는 식물은 전체 식물의 5%도 채 되지 않으니까 말이지요. 그럼에도 우리의 어리석음은 95%에게 ‘잡스럽다’는 이름을 선물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삶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식물에게도 인간에게도 말이지요. 모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지만 뿌리 줄기 잎이 있어 식물이고, 따뜻하게 안아줄 몸과 마음이 있어 인간이지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세상에 불필요한 삶이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기다린다면 괴로움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먼저 그것을 진정으로 깨닫는다면, 그래서 자신의 삶을 더욱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면 아마도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이겨낼 소중한 뿌리를 흙에 뻗어 놓은 듯 그렇게... 더러는 힘들고 안타까운 일이 있겠지만 그래도 삶의 매서운 비바람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아가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클로버의 네 번째 잎은 시련이 선물하는 행복입니다. 클로버는 본래 잎이 세 개 인데, 생장점이나 잎에 상처를 입으면, 살고자 하는 클로버의 의지가 네 번째 잎을 틔우게 되는 것이지요. 그것을 보며 우리는 네 잎 클로버에서 행복을 찾고 바람합니다. 저는 당신이 시련과 괴로움을 이겨내 당신만의 네 번째 잎을 틔울 수 있기를 바람합니다. 세상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으니 지금의 흔들림이 당신이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과정 중 하나임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행복의 꽃 피우시길 바람합니다. 진심으로요. 작은 도움이 되고 싶어 시작했지만, 별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마무리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행복하세요!




추가 댓글


어느 곳에서 보니 많은 분들께서 '동성애'를 두고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을 나누시던데요... 제가 댓글로 남긴 응원은 비단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상황 때문에 힘들어하고 계신 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야말로 마음 아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분들에게 건네는 응원이랄까요. 본 글의 질문 그 자체가 답이 아닌 응원과 위로를 갈망하고 있음을 글을 읽으신 다른 분들께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게 간절히 자신의 아픔을 호소하고 괴로움을 떨치고자 하는 분에게 '옳고 그름'의 잣대를 먼저 들이대는 것은 조금 아쉽고 매정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해보았고요



다름과 틀림은 말 그대로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난 댓글에도 '잡초'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잡초'나 '틀림'... 이 모두가 우리 일상에서의 작은 생각과 말들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다른 것을 두고 틀렸다 이야기하는 일상에는 점점 더 '다름'이 존재할 자리가 사라져만 가지 않을까요? 그렇게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부터라도 다른 것을 두고 틀렸다 이야기하지 않는 작은 노력을 실천해 나아간다면 '다름'은 '틀림'이 아니기에 공존할 수 있음을 마음의 눈을 뜨고 이해하게 되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세상의 어떤 농부들은 '잡초'라는 말 대신 '자생초'란 이름으로 그 생명들을 부릅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풀. 잡초와 자생초. 이름이 만들어 낸 그 작은 차이, 그 이름을 부르는 농부의 작은 마음가짐의 차이 하나가 밭에서 만나는 그 생명들에게 어떤 마음을 품게 할지 결정해버리기도 합니다. 그렇게 자생초의 삶을 들여다보며 농부의 길에 필요한 배움과 깨달음을 구하는 그런 농부들은 대부분 소출이 형편없어 세간의 비웃음을 곧잘 사며 지내지만... 누구보다 건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밭에서의 시간을 즐기는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런 소출 없는 부족한 초보농군이고요



이곳이 아닌 곳에서 제 댓글을 처음 보았을 때, 괜스레 걱정스런 마음이 들었습니다. 용기 내어 글 올리신 분께 괜한 피해를 드린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모쪼록 저의 보잘 것 없는 댓글이 아주 조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응원과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애초에 그런 바람으로 쓴 글이니까요. 즐거우시길 바람합니다!


출처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tree&no=141186&page=1&search_pos=&s_type=search_name&s_keyword=%EB%B6%88%ED%9A%A8%EC%9E%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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