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대한의 시민들을 도탄에서 건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포함하여 모든 인민의 눈물어린 기도가 실로 당신에게 닿지 않았다면
저의 조국 대한의 이웃들은 까닭 없이 신민의 지위로 떨어질 뻔 하였나이다.
한사코 공부해도 한사코 최서원의 개돼지로 부역하고 말았을 저의 친구들과
공안국가의 사슬고리로 군복무를 강제당했을 저의 동생과
목숨바쳐 구한 나라에서 종북 빨갱이로 힐난당했을 저의 선현들과
고귀한 노동을 채찍질하는 범법 자본에게 빨아먹혔을 저의 부모님과
혼령이 되어서도 단룡인으로 모독당했을 306명의 세월호 이웃들과
국정교과서가 매춘부로 기록했을 위안부 할머니들과
박사모가 키필코 때려죽였을 언론인들은
이제 존엄한 판결로 본연의 존엄을 돌려받게 되었나이다.
하나님, 대한의 법치를 정의의 귀감으로 쓰신 것에 감사합니다.
우리 대한은 세계의 인민이 그들의 정당한 투쟁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하였으며, 한낱 화폐가치로 따져 물을 수 없는 정의를
현대사의 반석 위에 세우는 것을 기어코 해내고야 말았나이다.
우리 대한은 구미의 어느 나라처럼 달콤한 혐오에 안주하지 않고,
고독하고 이갈리고 분열하고 골머리를 앓을지언정
공의와 시민적 자유를 모두 보존하여, 비로소 공화국의 반열에 이름 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을 핏값으로 치를 것을 심히 걱정하나이다.
이 시간에도 그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시민적 자유를 헌납하고 새벽 이슬을 감내하는
저의 동생과 의경들의 곁을 보무하여 주소서
공화국의 팔다리가 아니라
공화국의 이름 하나 하나로 기억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