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J야.
2018년의 나는 원하는 학교에 편입해서 원하는 전공을 다시 공부하고 있어. 편입 준비를 한동안 손놓고 있다가 갑자기 준비했던 그 순간 기억하니.
재작년의 나는 일단 취직을 해서 돈을 벌겠다며 방향을 바꿨지. 일단 네 성격상 하겠다고 시작하면 끝을 보잖아. 하지만 남들은 잘만했던 대기업 취뽀는 네게는 남의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을거야. 겨우겨우 갔던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고, 필기 경쟁률을 뚫고 1차면접에서는 나에게만 질문이 없고.
현장실습에서는 실습비에 대해 말을 꺼내니 돈밝힌다는 말을 들었던 순간도 황당했지만 웃음으로 넘겼지. 아이러니하게 현장실습에서 모 기자가 진행했던 뉴스를 보고 '내가 여기서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라고 현타왔던 그 날, 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지. 날짜도 정확하게 기억해. 2016년 11월 20일. 박근혜 게이트가 슬슬 터져나오던 때, 검찰이 최순실 수사결과를 발표하던 날이었으니까.
작년에 편입을 준비할 때 왜 내가 편입하고 싶은지 이유가 매우 추상적이었지. 벌써부터 너는 1차시험을 합격한 상태에서 써먹을 지원동기/학업계획서를 구상하고 있었어. 하지만 구체적인 동기가 없으면 편입한 뒤에도 목표의식이 사라져서 편입을 하나마나였을테니까. 많이 고민한만큼 잘 녹여서 쓸 수 있었고, 그 목표의식은 끝까지 놓지않고 따라갈 것이야.
너는 그때 '학교 업그레이드'라는 동기로는 부족했을거야. 분명 내가 편입해서 새로 하려는 공부에 대한 학문적 목표를 갈망했으니까. 벌써 6년 전 얘기가 된 학점교류에서 느꼈던 탐구의 즐거움, 호기심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알고 있지? 같이 공부하는 사람 사이에서 내가 마에스트로가 되고 싶다는 귀여운 각오가 생각나. 그게 지금의 너로 이끌었던 원동력이 되었을거야. 설마 아직도 답을 못 찾은거니? 그렇다면 다이어리에 여러 이유를 쭉 써보고, 거기서 답을 찾길 바라.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기간제로 일하며 더러운 꼴 보더라도 참고 일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지금의 나는 완전히 해방되진 않았지만 돈 걱정으로부터 한숨 덜 수 있었어. 지금은 나같은 편입생을 대상으로 과외를 하려고 계획하고 있어. 아마 빠르면 9월부터 시작할 것 같아.
작년의 너는 미쳤다고 생각할지라도 지금의 나는 형편이 어렵거나 집에서 지원해주지 않는 편입생에게 무료 과외를 해줄 생각이야. 그런 친구들 볼때마다 2013년의 내가 생각나서 마음 아프거든.
마음 독하게 먹고 다이어트에도 성공하고, 내 목표를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달려와줘서 고마워. 지금도 여유없기는 매한가지지만 나는 정말 행복해.
그리고 편입 첫 해부터 같이 공부한 그 친구와 만나고 있어. 그 친구로부터 열정과 자극을 받고, 그 친구에게 나 자체로 동기부여가 되어주는 시너지를 만들고 있어.
물론 이 글이 오유에 쓰는 것이니까 모두 ASKY라며 놀리겠지만 오유 연게에 나중에 맘껏 자랑하도록!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만남을 가질거야.
J야.
앞으로 헤쳐나갈 힘든 시간이 많아질거야. 집안에서, (최소한의 애증이 있는)네 친구들과 싸워야할 수 있어. 너를 응원해준 사람이 바뀐 네 계획을 듣고 결사반대를 할 수 있어.
그럼에도 너는 흔들리지 않을거라 믿어. 오랫동안 생각하고 결정한 일이니까 결국 너를 응원할 사람들이야. 그러니까 쫄지마. 김어준 총수가 말한 "쫄지마 시바"를 기억해!
J야.
나는 그때의 네가, 지금의 내가 자랑스럽고 애정해.
그러니 Keep going.
If you are going through hell, keep going
지옥이라 느껴지면 그 곳이 지옥이 될 것이고, 천국이면 그 곳이 천국이 될거야.
그러니 화이팅. 그 때의 힘든 순간을 나중에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여기는 날이 오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