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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133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신출★
추천 : 1
조회수 : 2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03 16:17:57
버스 정류장
순간을 망설이다 올랐습니다.
그저 몇분이 아쉬워 올라설 용기가 날 만큼
마주하기 두려웠던 그 정류장은 이제
내 가죽처럼 건조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숨이 오르는 나를 위해
그래도 남겨진 빈자리에 앉아
무심코 주머니에 손을 찌르면
흐려진 조각들이 달그닥 거립니다.
멍하니 조각들을 어루만지다
정신을 차리듯 눈이 맑아집니다.
마침, 그래도 반갑게 마주해 주라며
친절한 안내방송이 들어옵니다.
눈을 감으려다
오히려 선명해지는 풍경에 놀라
짐짓 눈을 뜹니다.
시끌벅적한 시장의 풍경은
순간 음소거가 되었습니다.
그대로 우리를 기억할 풍경들이 두려워
모른척 피해왔던 나를 비웃듯이
모든게 다 변해 버렸습니다.
숱한 발자욱 남아있을 자리도
썩지 않는 보석같던 추억도
유리창에 비친 굳어진 내 청춘도
모두 다 변해 있었습니다.
혹시 당신도
꼭 이만큼 변했습니까?
동경했던 세상은 너무 차갑고
매일 상처입는 것이 당연한 이유로
이 거리에 당신과 함께하고자 했던
추악한 한 남자의 소원이
이뤄지지 않은 것을 다행히 여겼습니다.
마음을 다해 사랑받고 싶어서
여린 당신을 얼마나 괴롭혔던
무지하고 철없던 소년은
당신이 굳이 원망하지 않아도 벌을 받고
이제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나는 이렇게
꼭 이만큼 변했습니다.
시간이 세월이 되도록 지워지기만 했던
나의 이름과 모습들이 흐리게나마
혹시 당신에겐 남아 있습니까?
때로는 눈물나게 그리운 시절도
눈물나는 이유로 원망이 됩니다.
나는 이 정류장을
다시 또 한참동안
피해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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