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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게시물ID : lovestory_813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45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08 22:33:11
사진 출처 : http://nomadart27.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DetdD1v4pyo




1.jpg

이상국국수가 먹고 싶다

 

 

 

국수가 먹고 싶다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2.jpg

반칠환먹은 죄

 

 

 

새끼들에게 줄 풀벌레 잡아오던

지빠귀를 새매가 나꾸어 갔다

가까스로 허물 벗고 날개 말리던

잠자리를 물총새가 꿀꺽 삼켜 버렸다

오전에 돋은 새싹을 다람쥐가 갉아먹는다

그러나 어느 유족도 복수를 꿈꾸지 않는다

다 먹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한없이 슬퍼도 적막한푸른 숲 속의 일이다







3.jpg

빌리 콜린스첫 꿈

 

 

 

황량한 바람이 유령처럼 불어오는 밤

잠의 문전에 기대어 나는 생각한다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사람을

첫 꿈에서 깨어난 날 아침 그는 얼마나 고요해 보였을까

 

자음이 생겨나기도 오래전

짐승의 표피를 몸에 두른 사람들이

모닥불 곁에 모여 서서

모음으로만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는 아마도 슬며서 자리를 떠났을 것이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 깊은 곳을 내려다보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떻게 가지 않고도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단 말인가홀로 생각에 잠기기 위해

 

다른 사람들은 돌로 쳐 죽인 뒤에만 만질 수 있었던

짐승의 목에 어떻게 팔을 두를 수 있었던 것일까

살아 있는 짐승의 숨결을 어찌하여 그리 생생하게

목덜미에 느낄 수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거기한 여인에게도

첫 꿈은 찾아왔으리라

그가 그랬듯이 그녀 역시 홀로 있고 싶어

자리를 떠나 호숫가로 갔겠지

 

다른 것이 있었다면 젊은 어깨의 부드러운 곡선과

가만히 고개를 숙인 모습이 몹시도

외로워 보였을 것이라는 것뿐만일 당신이

거기 있었더라면그래서 그녀를 보았더라면

 

당신도 그 사람처럼 호숫가로 내려갔으리라그리하여

타인의 슬픔과 사랑에 빠진 이 세상 첫 남자가 되었으리라







4.jpg

이재무무서운 나이

 

 

 

천둥 번개가 무서웠던 시절이 있다

큰 죄 짓지 않고도 장마철에는

내 몸에 번개 꽂혀 올까봐

쇠붙이란 쇠붙이 멀찌감치 감추고

몸 웅크려 떨던 시절이 있었다

철이 든다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비가 된 나는

천둥 번개가 무섭지 않다

큰 죄 주렁주렁 달고 다녀도

쇠붙이 노상 몸에 달고 다녀도

그까짓 것 이제 두렵지 않다

천둥 번개가 괜시리 두려웠던

행복한 시절이 내게 있었다







5.jpg

신경림낙타

 

 

 

낙타를 타고 가리라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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