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를 여행하는 흔한 여징어1입니다.
생리컵 구매한지 3달째, 드디어 한 번에 생리컵 넣는 데 성공했어요!
기쁜 마음에 도움이 될까 싶어 후기로 찾아왔습니다.
참고로 전 생리대(좋*느낌) -> 탐폰(화*트) -> 생리컵 테크를 탔읍니다
탐폰 쓰던 사람이 생리컵 쓰는 게 익숙해지기 더 힘들다는 사람도 있는 모양입니다. 근데 보통 생리컵은 탐폰을 쓰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아무래도 생리대가 싫어서 탈출한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느낌이 강할 수 있습니당
1. 생리컵이란?
여성용품이라고 하면, 질 바깥에서 피를 흡수하는 생리대, 흡수체를 밀어넣는 탐폰, 컵을 밀어넣어서 피를 받는 생리컵 이렇게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텐데 피를 받는다는 특성상, 이런 쪽에 혐오감이 있으시거나 생리컵 편다고 질에 손가락을 넣고 휘적휘적하는 데 거부감이 있으시면 못 씁니다.
환경 보호라면 면생리대, 그냥 엉덩이에 피 묻는 게 싫은 거면 탐폰 같은 것들도 있으니까 꼭 생리컵에 목매달지 않으셔도 됩니다.
솔직히 써본 입장에서 본인이 싫다면 권유는 못하겠더군요. 아까도 생리컵이 안 펴져서 변기에 쪼그려앉아서 욕 좀 봤네요.
그니까 아래의 글은, 이런 쪽에 거부감이 없으신, 혹은 탐폰을 쓰다가 TSS가 올까봐 걱정되시는 분들에 한해서 참고해주시면 좋겠습니다.
2. 다른 제품과의 비교
1) 가격: 탐폰 >> 생리대 >>>>>>>>>>>>>>>>> 생리컵
가격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생리컵을 이길 수 없습니다. 보통 하나 구매하면 5~6만원 정도 되는데, 길어야 6달만 쓰면 뽕 뽑습니다.
전 양이 많지 않아서 탐폰을 쓰면서도 한 달에 대략 만원 정도밖에 안 썼거든요. 평소에도 오버나이트 쓸 정도로 콸콸 새는 분이라면 세 달이면 충분하겠네요.
그리고 생리컵은 씻어서 계속 쓰는 제품이라, 사용하면서 닳아가는 걸 감안해도 최소 2년 정도는 씁니다. 최소 1년 반 정도 생리대 값이 굳는다는 거죠!
대신 생리컵이 제대로 장착(?)되지 않았을 경우, 혹은 제대로 들어갔더라도 자리 잡는 동안 아래 묻어있던 피가 배기 때문에,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생리컵을 착용하면 피가 안 샌다!'라고 자신할 수 없으면 라이너는 계속 사 주셔야 합니다(그렇게 많이 쓰진 않습니다. 생리컵 교체 자체를 자주 안 하거든요).
환경 보호 목적이나 민감한 피부 때문에 생리컵을 고려하시는 분이라면, 라이너도 면제품으로 교체해 주시면 좋겠네요.
2) 착용감: 탐폰 ~ 생리컵 >>>>>>>>>>>>> 생리대
환경오염 그런거 고려하지 않는 분이라도 생리컵이나 탐폰을 잠깐 고민해 보셨다면 아마 이 때문일 겁니다.
엉덩이가 축축하지 않습니다. 재채기를 해도, 오래 앉아있다가 일어나도 굴이 나오지 않습니다. 누워서 티비 볼 수 있습니다. 생리컵 만세! 탐폰 만세!
근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곤 해도 생리컵은 착용감이 좀 있었어요(케바케). 일부러 말랑말랑한 걸로 샀는데 쓸데없이 민감한 나년...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좀 압박감이 느껴지는 정도? 두시간쯤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덧붙여서)
탐폰 써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립니다.
제 경험상, 탐폰은 넣고 빼는 데 익숙해지는 데만 한 주기를 꼬박 썼고 안 아프게 될 때까지 또 한 주기 정도 걸렸네요.
생리컵은 더 걸립니다. 아프게나마 제대로 넣는 데 성공할 때까지 세 주기가 걸렸습니다. 아마 완전히 익숙해지려면 한두 달 정도 더 걸리지 싶어요.
3) 편리함: 생리대 ~ 탐폰 >>>>>>>> 생리컵
아까 말했던 대로, 손에 피 묻는 데 거부감이 있으시면 못 씁니다. 밖에서 교체하는 것도 쉽지 않구요.
칸마다 세면대가 딸려 있는 화장실을 찾거나(이런 화장실이 있나...?), 물을 받아 들어가서 피 버리고 휴지로 닦아내고 물 콸콸 부어서 씻어 쓰라고는 하는데, 솔직히 쓰면서도 밖에서 할 만한 일은 아니다 싶었네요.
다만, 밖에서 교체하는 건의 경우, 집을 나서기 전에 생리컵을 갈고 나가면 자고 오는 게 아닌 이상 밖에선 안 갈아 줘도 됩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이 받을 수 있거든요.
제가 지금까지 사용하던 탐폰이 대충 5~9g 정도의 피를 받는데(둘쨋날엔 2~3시간, 보통일 땐 최대 6시간 정도 사용), 생리컵은 아무리 작은 제품이라도 15~18g부터 시작합니다. 평균적으로 20~30g 정도, 엄청 큰 컵은 40g까지 받을 수 있구요. 대충 얼마나 자주 갈아야 하는지 감이 오시죠?
단, 내부에 고인 피가 썩을 수도 있기 때문에 12시간 이상 착용은 지양하라고 하더군요.
근데 생리대도 어차피 냄새나기 전에 갈아줘야 되고 탐폰도 쇼크로 죽기 싫으면 갈아줘야 하잖아요? 별로 위험하단 생각은 안 들었네요.
3. 구매할 때
생리컵을 살 때는 크게 세 가지, 길이, 용량, 단단한 정도를 고려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엔 용량은 그렇게 깊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아무리 작은 물건을 사도 어지간한 생리대나 탐폰보다는 용량이 크거든요.
다만, 정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있는데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경우, 보통 A형과 B형으로 나누어서 팔고 있으니까 두 개를 비교해 보시면 됩니다.
보통 A/B형은 출산 경험 유무(제왕절개는 안됨)로 구분하는데, 전 애는 낳아본 적 없지만 출산 경험 있는 사람용을 사서 잘 쓰고 있습니다. 그냥 쓰시면 돼요.
길이는 몸체 길이와 손잡이 길이 두 가지를 나눠서 생각해야 합니다.
몸체 길이가 너무 짧으면 생리컵이 너무 위로 올라가서 꺼내기 힘들어요(못 꺼내진 않습니다). 혹은, 생리 중에 자궁 경부가 많이 내려오는 사람의 경우 생리컵 안쪽을 자궁 경부가 채워버리면서 그만큼 용량이 줄어듭니다. 반대로, 몸체 길이가 너무 길면 바깥으로 빠져나옵니다. 그나마 짧은 컵은 좀 불편하고 말지만, 밖으로 튀어나오는 생리컵은 아예 쓸 수가 없습니다.
손잡이 길이는 몸체 길이에 비해 적당히 계산하셔도 됩니다. 삐져나오면 잘라주면 되거든요. 못 꺼낼 정도로 짧지만 않으면 됩니다. 사람에 따라서 아예 손잡이를 잘라버리고 밑둥을 잡아서 뽑는다는 사람이 있는데 전 굳이 그럴 필요성까지는 못 느꼈습니다.
길이는 어떻게 재냐고요? 당연하게도... 손가락을 넣어서 재면 됩니다.
반드시 생리 중일 때, 화장실 갔을 때나 샤워 중일 때 손톱을 매끈하게 깎고 손가락을 조심조심 넣어서 확인해보세요. 엉뚱한 곳을 찌르지만 않으면 하나도 안 아파요.
생리중일 때 재는 이유는 생리중에 자궁 경부 위치가 생리 안 할 때랑 달라져서 그렇다고 하네요.
다른 건 감으로 사도 길이는 무조건 재 보셔야 합니다! 그래야 돈 안 버려요.
마지막으로 단단한 정도인데요,
너무 단단하면 넣었을 때 배 쪽에 이물감이(아픈건 아님) 심하고, 너무 말랑하면 질 근육이 너무 세서 펴기 힘들어집니다.
전 운동도 안 하고 엄청 말라깽이인 데다가 장이 민감한 편이라서 '질 근육도 약하겠지!' 싶어서 말랑말랑한 걸로 샀는데, 근육이 너무 세서 매번 손가락 넣어서 펴 줘야 합니다. 탄력을 쉽게 줄 수 있는 접는 방법을 찾으면 비교적 잘 펴진다는데, 역시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아무튼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사 주시면 되는데, 아까 링크했던 나무위키 문서에 길이나 모양 같은 것들을 정리해 놓은 차트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경도는 컵 이름으로 검색하면 블로그 등지에서 어느 정도나 단단한지 리뷰한 글들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엄청나게 자세히 적혀 있는 글을 한 번 찾은 적이 있습니다만, 메갈발 글이라 일단 링크는 뺐습니다.
그 외 괜찮은 문서를 발견하신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4. 사용할 때
생리컵을 실제로 사 보시면 다들 놀라요. 생각보다 많이 큽니다.
대충 단면 크기가 어른용 숟가락 정도 됩니다. 절대 그냥은 넣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생리컵 쓰는 처자들이 이런저런 접는 방법을 고안해 냈는데, 유튜브에 menstrual cup fold라고 검색하면 엄청 많이 나옵니다
단단한 컵은 보통 c폴드나 펀치다운으로 넣어도 잘 펴지는데, 말랑한 건 잘 안 펴져서 별 짓을 다 해야 돼요
펴지면 안쪽에서 폭! 하는 소리가 나면서 질벽을 때리는 게 느껴집니다. 아프진 않아요 좀 놀라서 그렇지.
왜 다들 치과에서 마취주사 맞으면 자기 뺨 한 번씩 때려보잖아요. 딱 그 정도 느낌?
역시 구글링하면 이 접기가 편하더라 저 접기가 편하더라 많이 후기가 달리기 때문에 보고 참고하시면 되고, 처음 넣는데 성공하면 바로 긴장 풀지 마시고 라이너 같은 거 한 장 대 놓고 한두시간 정도 동태를 살펴 보세요. 뭔가 새는 것 같으면 다시 화장실 가서 위치를 고쳐 보고 다시 살펴보고... 하다보면 어느샌가 자리를 잘 잡은 생리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한두 달 정도는 넣는 데 계속 실패해서 질 입구 부분이 엄청 쓰라려요. 굳이 계속 실패하는데 시도하진 말고, 아파서 못 넣겠으면 다음을 기약하세요. 저도 세 달 만에 넣었으니까요! 탐폰처럼 넣으면 넣을수록 익숙해지는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뺄 때...
...시발...
잘 넣은 생리컵은 질 내부에서 일종의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데(실링이라고 합니다), 이 진공 상태를 풀어주기 위해서 생리컵 윗부분에 송곳으로 뚫은 것 같은 작은 구멍이 뽕뽕 나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어요. 손가락을 넣어서 몸통 부분을 꾹 누르면 이 실링을 풀어줄 수 있어요. 그 상태에서 생리컵을 좌우로 움직여가면서 살살 빼면 됩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생리컵이 엄청 깊게 들어가 있어요. 손가락이 안 닿을 정도는 아닌데 엄지까지 다 넣고 빼기 좀 힘듭니다.
배에 힘을 주면 생리컵이 좀 내려옵니다. 이 때 재빨리 실링을 풀어 주면 됩니다.
피가 쏟아질 수도 있으니까... 아니, 처음 해 보신다면 백퍼 쏟으니까 꼭 변기 위나 샤워실에서 하세요.
...근데, 저도 아직 익숙지가 않네요... 근데 빼면 뺄수록 뭔가 요령이 느껴집니다 해 봐야 좀 늚. 다음달쯤 되면 좀 익숙해지겠죠 뭐
그리고 탐폰처럼 생리 양이 많을수록 피 때문에 미끈거려서 넣고빼기가 편해져요. 익숙해질 때까지는 양이 적당히 많을 때(셋째날 정도?)에 도전해 봅시다. 그래도 처음엔 엄청 아파서 30분동안 화장실에서 낑낑댔음...
가볍게 후기나 적으려고 시작했는데 거의 두시간쯤 적은거같네요.
아무튼 성공하기만 하면 해방감이 장난아닙니다.
침대 위에서 마음껏 굴러다니는 기분... 최고...
생리대 때문에 엉덩이가 짓무르는 분들, 허구한 날 침대 적시는 분들, 울컥울컥 굴 낳는 게 싫으신 분들에게 강추!
하면서 저는 이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