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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뭉크에게, 기도 부탁드립니다.
게시물ID : animal_892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집요정노니
추천 : 8
조회수 : 490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4/06/02 11:12:15
 
 

안녕하세요. ^^

얼마 전 치사율 80% 에 이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범백에 걸린 아깽이 '뭉크'에게
기도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글을 올렸던 사람입니다.
 
태어난 지 2개월이 곧 된 치즈 코숏인 뭉크는, 입양 당시 고작 500그람 밖에
되지않는 아주 작고..여위었으며 깃털처럼 가벼운 아이였습니다.

 
 
시설이 열악한 유기보호센터에서 보여준 아이이고요.
겉보기에도 아이는 꼬질꼬질..하고 귀지도 많아보이고..했지만...
건강 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쉽사리 무를 수 없었던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 지 처음 자신을 안아본 저의 가슴팍에 손톱을 콱 박고
간호사님의 손길에도 야옹야옹 매우 울어대며 가기 싫다는 양,
떨어지기 싫다는 양 발버둥을 쳤어요.
 
 

당시에는 잠복기였던 모양인 지 키드 검사 결과 범백이 아니었으나,
매우 활발했던 입양 하루 뒤에부터 급속도로 무기력 해 지고..토를 거듭하더니...
다음날 동물병원에 가 보니, 보라색 선명한 두 줄의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고작해야 손바닥만한 이 아이는 장담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애초부터 길냥이으로 충분한 영양 섭취를 공급받지 못 했고
제대로 된 케어를 받지 못 했던 모양으로..

기존의 2개월 건강한 냥이에 비해 야위고..기초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어요.
 
 

그럼에도 첫날 집에오자 이렇게 자유롭고 풍족한 곳은 처음이라는 양
사료를 배부르게 먹고(흥분해서 하루 권장량을 한 꺼번에 먹어버렸어요. ^^;;)
스크래쳐도 해 보고 신나서 사다리도 타보고..^^

일주일만 더 빨리 왔더라면. 조금은 더 건강하고 삶의 의지가 있는 상태에서 왔더라면
가능성이 있었을까요?

 
 
범백 판단을 받고난 후 매일 오전에 피하수액, 구토억제제 등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 받고와서 4일동안 힘겨운 사투를 벌였어요.

범백은 스스로 음식을 거부 할 정도로 영앙섭취가 부진 해 지며,
거듭 되는 설사와 구토가 대표적인 증상으로, 점점 떨어지는 체력과
탈수 증세를 유의 해야합니다.

병마에서 버틴 지 5일 여가 넘어가면 스스로 항체를 생성 해 나간다고 하니,
버틸 체력을 위해서도 따라서 강제급여가 필요합니다.

4배 영양분이 농축 된 캔을 처방 받고 설탕물과 오빠가 사다준 포카리를 마련해서
거진 한 시간 간격으로 아이의 조그만 입에 밀어넣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약을 처방 해 주시면서 범백균과 싸울 아주 강한 항생제이며,
그만큼 쓸 것이라고 설명 해 주셨어요. 아니다 다를까...
2개월 남짓한 작은 아이는 가루약을 캔, 물, 잼..어디에 섞어주어도
너무나 쓰다는듯이..괴로워하며..침을 질질 흘리며 거부를 했어요.

병으로 아이는 더욱 더 야위어가고...너무나 괴로웠습니다.
힘들고 괴로워하고 삶을 포기한듯이, 지쳐 모래 위에 웅크린 채
등을 돌린 작은 아이를 보며 참 많이 울었습니다. 먹으면 살 것 같은데...살 것 같은데...

 
 
병은 음식물을 거부하도록 아이를 조종하고 있었어요.
그럼에도 약과 먹이와 물을 끊임없이 주입 해 나갔습니다...

새벽에 많아야 네시간, 짧으면 세시간을 자는 나날이었음에도
그것은 마치 의무감처럼, 내가 쪼그만 아깽이의 엄마가 된 듯이 해 나갔어요.

 
 
하지만 아이를 상태를 보면... 입 밖으로 아이에게 말 할 수 없었지만...
언제라도 무지개 다리를 떠날 지 모를 그 상태 때문에
항시 어깨와 가슴이 빠듯이 긴장 된 기분으로 보내야만 했습니다.

 
 
4일째 새벽, 아이는 크게 앙상 해 있었습니다. 그리고 느낌이 싸... 했어요.

살짝 떠는듯...가만히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하고... 저녁에 포카리를 스스로
핥는듯 해서... 본인 의지로 음식물을 찾아 섭취한다는 것은 범백에 큰 희망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생각 했는데...

누가봐도 지금 많이... 힘들어보였고, 위험 해 보였습니다.

 
 
아이에게 먹이와 물을 공급하자 평소보다 반항을 덜하며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 듯
했지만...반항하기에도 힘이 많이 소진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였어요.

불안해진 저는 아이를 들고 청록색 눈동자를 꾹 마주치면서 얘기했습니다.
"내일 아침에... 해 뜨면... 꼭 눈 뜨고 보자.
뭉크야. 아침에... 꼭 눈 떠서 봐야 해. 아침에... 꼭 봐야 해?"

 
 
그리고 세시간 후에 일어 날 요량으로 알람을 맞추어두고
쪽잠을 이루었습니다. 평소보다 삼십분 정도 더 자고 일어나고 말았어요.
잠이 많은 친오빠가 유독 그 때 번뜩 일어나 저를 깨우더라구요.

4일째 아침. 서둘러 밥을 주사기에 담고 아이에게 갔는데..
아이는 제가 자기 전에 덮어준 담요 안에서 몸부림 치지않고 고대로 있었어요.

 
 
저는 아이를 꺼내어서 먹이를 공급 해 주려고 했는데...
아이는 숨을 헐떡이듯 했습니다. 어떤 자세도 불편한듯 보였어요.
저는 5분 정도, 아이를 담요 위에 두고 수 없이 쓰다듬으며 사랑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름을 부르며 엄마가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계속해서 반복했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오빠가 어느 순간, 엄한 목소리로 저더러 나오라고 합니다.
뭉크 앞에 자리잡은 오빠가 뭉크를 고개를 떨구어 지켜보기에,
저는 답답해서 왜 그러냐며 설명 해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뭉크가 별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마치 잠들듯이..

 
 
저는 오열하면서, 오빠에게 인공호흡과 심장 마사지를 해 달라고 했어요.
오빠 그거 할 줄 아니까 해 달라구 했어요.
오빠도 울면서 아이에게 인공호흡을 했지만...아이는 이미... 가버린 상태였어요.

헐떡이는 그 숨소리가 임종 전 가호흡이었다고 합니다.
너무 잠들듯이 가, 저는 아이가 죽는 순간인 줄도 모르고..계속 사랑한다고 했던 거예요.

 
 
아마 뭉크는 3시간 30분 남짓한 그 짧은 시간부터 이미
죽음과 대화하고 있었을 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전날 밤, 섣불리 가지말고... 아침에 꼭 나와 눈을 마주쳐야한다는 제 말에,
삼십분 정도 늦잠을 자는 엄마를 억지로.. 억지로..
억제하고 기다리며... 제 눈을 마주치고... 제 손길을 받고서야... 떠난 것 같아요.
 
 
제 부탁을 뭉크가 들어주기 위해 온힘을 다해 노력 해  준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첫날 빼고는, 구토도 손에 꼽게하고...설사도 전혀하지 않았어요.
버텨야하니까 토하면 안되구..설사하면 절대 안돼..하면서
일렀던 제 말을 아이가 따르려 애를 썼던 모양이예요....

 
 
통곡했습니다. 많이 울었구요.
뜨거운 물에 적신 손수건으로 아이의 온몸을 깨끗하게 닦아주고,
귀청소도 한 번 더 해 주고... 뽀뽀도 여러번 해 주고...
전기장판도 끄지않고 아이를 담요 안에 넣어두었습니다.
 
 
 
뒤에서 오빠가 반려동물장례식장에 전화를 건 모양입니다.
몸무게를 묻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고, 오빠는 "오백..오백그람이요."
울먹이면서 대답하는데, 그 500g 이란 너무도 가벼운 숫자가 얼마나 슬프던지요.
 
 

사후경직으로 점점 굳어져 가는 작은 아이를 데리고 부산 외곽에 위치한
반려동물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가서는 이미 아이는 딱딱하게 굳어 있었어요.
 
염을 하고, 뭉크 가는 길 울며 사랑한다고 고맙다고 수 없이 고백하고,
기도를 하고, 화장 해 주었습니다. 뭉크는 아프고 불편했던 육체를 벗어버렸습니다.
 
 
 
태어나서 어떤 곳도 여행하고 둘러보지 못한 작은 이 고양이는
저희 집을 가장 호기심 어려하고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에 키우던 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에 캣타워와 스크래쳐, 장난감이 많았고
아프지 않았던 유일한 첫날...아이는 집 안에서 행복 해 보였어요.
 
범백 판정을 받고 작은 방으로 격리 된 이후,
항상 고양이 용품이 마련 된 이곳으로 나오려고 바등바등 했었어요.
 
그래서 납골당에 안치하는 대신 아이를 집에 데려와 납골함 앞에
음식과, 그나마 좋아하던 포카리를 마련 해 두었습니다.
아픈 육체 훌훌 버리고 아마 건강하게 되찾았을 영혼으로나마 맛나게 먹고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집에있는 성묘와도 자유롭게 놀라구요.
 
 
 
감사합니다.
그 여윈 아이가 4일째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오유분들이
기도 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부끄럽지만 댓글들을 보며 아이를 케어하던 저도 힘을 얻었어요.
참 감사합니다
 
 
 
뭉크의 친구는 살아생전 셋뿐이었습니다. 집에있는 고양이와 저와 오빠요. ^^
영혼이 된 뭉크에게 잘 버텨주었다고, 이제 뛰어놀며 자유롭게 살라고...
한 번만 뭉크에게 인사 해 주시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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