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통신의 知人으로 부터 책을 한권 선물 받았었습니다. 제가 무척이나 따르는 누나에게서 인데요. 그 누나는 저에게 책이 배달될 주소지를 물어 보시며, 이 책은 저에게 꼭 읽혀지도록 하고 싶다는 말씀을 첨언 하시더군요. 몇일후 저에게 잡혀진 책. 쟝 도미니크 바비란 전직 져널리스트의 수필집 "잠수복과 나비"란 책이었습니다.
책의 앞장 표지에는 그가 20세일때 찍었던 것으로 보이는 훤칠하게 잘생긴 그의 사진이 있고, 뒷장 표지에는 그의 몸짓을 글로 옮긴 클로드 망디빌 여사의 온화한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언젠가 이 책과 관련한 내용만을 신문으로 본 기억이 난 다뎀벼... 고개를 갸웃하며 책장을 한장 넘긴 순간, 아~ 하는 탄성과 함께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 나더군요.
"저명한 잡지의 져널리스트가 어느날 뇌졸중을 접하게 되었다. 의식이 되돌아온 후 그의 몸에서 유일하게 움직일수 있는 것이라곤 왼쪽의 눈꺼풀 뿐... 몇십만번의 눈깜빡거림으로 의사를 전달하여 책을 펴냈다고...."
그리고 그 책이 지금 나의 손에 잡힌 "잠수복과 나비" 바로 그 책인 것이지요.
"알파벳이 차례대로 주욱 적혀진 종이를 그의 눈앞으로 지나가게 하면 자기가 고르려 하는 글자앞에서 눈을 깜빡인다. 그리하면 옆에 있는 클로드 여사는 그 글자를 옮겨 적는다."
상상이 가십니까? 도대체 한마디의 글자가 되기 위해서 몇번의 종이 옮김과 눈깜빡임이 있어야 할까요. 평생을 글로서 산 이 중년의 사나이에게 꼼짝달싹할수 없는 자신의 몸이란... 아마도 잠수복이란 표현은 그의 꼼짝할수 없는 살갗과 몸과 육체를 뜻하는 것이겠지요.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는 그의 꿈꾸는 정신이겠고...
책이 발매된지 열흘만에 20여만부가 팔려나갔다는데.. 글이란, 문학이란, 감동을 바탕으로서는 그 어떤 멋진 미사여구와 글치레도 감당못하는 기적이 있는것 아니겠습니까?
쟝 도미니크 바비.. 그는 이 책의 탈고를 마치고, 약 몇주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때가 1997년 3월 9일 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나이로 48세. 그의 글을 보고 있노라니, 수필이란 글의 한계가 이 닳고닳은 통신의 게시판 글잽이에게 새삼 무거운 잠수복의 껍질로 다가옵니다.
자신의 生.. 삶을 바탕으로 그려내는 담담한 글, 그리고 느낌, 숨결, 누가 문학에서 치열함을 論하였던가요. 그 어떤 사람에게던지, 문학에서 치열함과 격렬함과 예리함을 論하려는 사람에게 담담히 이 책을 던져보이고 싶습니다. 그냥 보여주고 싶습니다. 너무나 드라마틱했던 이 異國의 한 삶과 말이지요..
쟝 도미니크 바비.. 그의 글을 한줄 적으려 합니다.
"나는 단지 아주 나쁜 번호를 뽑았을 뿐, 나는 장애자가 아니다. 나는 단지 돌연변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