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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비
게시물ID : lovestory_812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재영
추천 : 2
조회수 : 26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3/01 10:33:53
수수비
 

옛날 쌀 귀하던 시절
들에서는 키다리 수수가
붉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농부는 수수 대에서 알곡을 털고
아내는 알곡 수수를 먹을 수
있도록 절구에 찧었습니다.
 

요즈음 수수를 넣어 지은 밥이
별식이라지만 그 당시는 먹을 것이
부족하여 수수로 밥을 해 먹었습니다.
 

그리고 알곡을 털고 남은 수수대로는
마당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
수수 빗자루를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다들 집집마다
넓은 마당이 다 있었고 그곳에서
농작물을 다듬고 털고 말리고 했습니다.
 

어느 자손들이 번창한집은
마당 둘레에 돌아가며 집을 지어
십 일촌까지 살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아침이면 집집마다 장성한 아이들이
자기 집 마당 쓰는 것을 보는 것도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했습니다.
 

어른들은 낮에는 마당을 쓸고 정리하는
청소를 하도록 했지만 늦은 밤에는
하지 말라고 가르쳤습니다.
 

행여 잘못하여 아직 쓸 수 있는 것들이
비에 쓸려 나가는 것을 막기도 하고
또 복이 나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는 집안이 깨끗해야 복이
많이 들어오고 저녁에는 그 복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즈음은 이웃끼리 말없는 약속으로
청소기로 청소는 낮에만 하고 해가지고
가족들이 모인 밤에는 하지 않는 답니다.
 

서로가 심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건강하게 밝은 웃음으로 살기 위한
공동주택에서의 삶의 지혜랍니다.
 

요즈음은 마당을 쓰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수수비는 농촌에나 가야 구경 할 수 있고
집안은 청소기를 돌려 청소 합니다.
 

세월 따라 우리 생활모습도 변하여
어린이들 수수비가 무엇에 쓰는지
모르고 살아도 문제가 안 됩니다.
 

얼마 전 어느 소설에서 읽은 내용으로
부모님과 살다 혼자 살게 된 젊은이가
직장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아침에 자신이 나갈 때 있었던 모습 그대로
하나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깜빡 놀랐답니다.
 

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깨끗하게 정리되어있었는데
어찌 정리가 되지 않았는지를 생각해 보다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해서 물었답니다.
 

어머니 말씀은 요즈음 바빠서
정리해 주러 갈 시간 없어서
정리를 못했다 하시더랍니다.
 

그제야 집안은 누군가 정리를 해야
깨끗해진다는 것을 안 젊은이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주변에는 누군가의 손이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할 수 있도록
일손을 돈 주고사서 그 부분을 매듭지어야 하고
 
그 옛날 장성한 아이들과 수수비가 하던 일을
요즈음은 누군가와 청소기가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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