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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동경해본 적 혹시 있습니까.
속절없이도 흘러버린 시간을 원망해보기도.
혹은 빨리 지나가주지 않는 힘든 시간을 원망해보기도.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간절히 바래보기도.
지나온 어떤 시간을 흐뭇하게 곱씹다, 이러다 닳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기도.
함께 했던 누군가를, 혹은 어떤 시간 속의 나를,
기꺼이 아름답게 담아주었던 시간에게 고마움을 느껴보기도.
오직 나를 위해서, 때로는 선명하게, 때로는 흐릿하게 자리에 남아있는
그런 시간을, 동경해본 적 혹시 있습니까.
야자를 마치고 난 무겁고 늦은 하굣길에,
요근래 항상 저기압이던 친구가 신경쓰여 조심스럽게 말했다.
‘친구야. 저 달을 보면, 한 달중에, 절반은 채워지거나, 비워지거나,
딱 하루 빼고는 늘 불완전한 모습으로 저렇게 떠 있잖아.
그처럼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는거겠지.
그런데, 채워지거나 비워지는 모습은 그저 햇빛에 비춰진 모습일 뿐인거니까,
사실 달은 언제나 완전한 것이 아닐까.
그처럼 주변사람들에게 비춰진 모습은 신경쓰지마,
네 원래 모습도 언제나 완전한 사람인거야. 기운내.
우리가 그믐달을 비웃는다 해도, 달이 신경이나 쓸까? 기운내자.’
라고 알량한 비유로 얼룩진 위로를 던지고,
친구와 함께 달을 다시 바라본다.
타인에게 던지는 자기 위로라, 속이 무척이나 쓰려왔다.
그렇게 말한 내 자신은, 대체 얼마나 불완전한 사람인가.
엔딩 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갈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것.
긴 여행 끝에 닿은 공항 앞에서, 도착한 버스를 멍하니 떠나보냈던 것.
지루한 졸업 연사를 끝으로 학창시절은 막을 내렸지만,
졸업장을 꼭 손에 쥔 채, 혹여나 앙코르가 있진 않을까, 하고 강당의 자리를 지켰던 것.
1월의 중순을 지나면서도, 탁상 위의 달력 속, 지나가버린 12월을 애써 넘기지 않았던 것.
네게 받은 보라색 안개꽃 한 다발이, 비쩍 마른 줄기만 남긴 채 책장 한 켠에 피어 있는 것.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지 않으려, 미련히 끝까지 아쉬워하는 것.
여행 가는 날처럼 살았으면 좋겠다.
터무니 없을만큼 이어진 체크인 줄 앞 기다림에도,
설레는 마음 하나 붙잡은 채 친구와 지루함 대신에 기꺼이 기대를 나누고.
샅샅이 살펴지고 또 시험에 들어야할 보안검색대와 출국심사대 앞에서도
의연한 마음으로 당당한 나를 보여줄 수 있으며.
미처 보지 못했던 시계가 야속해,
딱 5분간만 더 열려 있어줄 탑승 게이트까지 미칠 듯이 내달려야 할지라도,
다급함보다 더 치밀어 오르는 설레는 기분을 감추지 못하고
결국 호탕하게 웃으며 내달릴 수 있는. 여행 가는 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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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