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때 저희 반에는 호기심이 엄청 많은 친구가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친구가 저한테 와서 지하 세계에 가보고 싶지 않냡니다...;;
그래서 솔깃하던 차에 따라갔는데
지하 세계로 가는 방법이 뭐였냐면 강으로 폐수를 버리는 하수도였습니다.
그걸 타고 쭉 가다 보면 넓은 공간이 나온다는 겁니다.
그때 저는 "진혁이네 만큼 커?" 라고 물어봤었죠(진혁이란 놈은 의사 아들인데... 집이 한 70평 됐었음)
그러니까 그 친구는 진혁이네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크다고.
그런데 그 큰 공간에 나밖에 없다고. 그게 얼마나 멋있는지 아냐고
그러면서 자꾸 들어가자는 겁니다...;;;;
근데 그날따라 비가 와서 물이 하수도 안에서 콸콸 쏟아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음에 가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동안 친구는 저한테 지하세계 얘기만 했습니다.
안에 가면 별게 다 있다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전부 터무니없는 것들 투성이였습니다.
뭐 롯데월드만한 놀이공원이 있다느니 거기가 전부 자기 땅이라느니...
그래서 더 가기가 무서워졌습니다.
그렇게 기말고사를 보고...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녁 엄마가 저를 부르시는 것이었습니다.
엄마는 한 손에 수화기를 들고는 내게 물었습니다. 혹시 인환이(호기심 많은 친구) 봤냐고.
저는 요새는 못 봤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엄마는 수화기에 대고 뭐라고 이야기를 했고, 제게 또 물었습니다.
혹시 인환이 어디서 노는지 아니?
그때, 문득 인환이가 사라졌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환이는 며칠 넘게 놀이터에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환이가 놀 만한 곳은, 지하 세계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에게 인환이가 한 지하 세계 얘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엄마는 사색이 되어 또 수화기에 뭐라고 말을 했고...
그리고 인환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2학기가 되어 학교에 나가 보니 인환이의 자리는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그 애가 책상에 그린 메이플스토리 아이템도 다 지워져 있었고.
심지어 인환이가 미술 시간에 그린 그림마저도 교실 뒷벽에서 떼어져 있었습니다.
그 자리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해바라기 한 송이가 메꾸고 있더군요.
선생님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인환이는 서울로 전학을 갔다. 말씀하시고는 헛기침을 험험 했습니다.
그렇게 한 9년이 지났지요... 방금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오랫만에 제가 다녔던 초등학교 쪽으로 해서 돌아오는데 강둑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때 인환이가, 지하 세계로 가는 길이라던 하수도가 보였습니다.
그 하수구에는 철망이 촘촘히 쳐져 있었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인환이가 확실히 지하 세계로 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애는, 도대체 그 컴컴한 하수도에서 무엇을 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