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내 안에 자라난 너에게
감히 이름을 붙일 수만 있다면
내 너를 밝은 음울이라 칭하리라.
밝은 음울! 그 얼마나 모순적인가!
너는 추적추적 내리는 저 빗방울보다
차라리 아무도 없는 설원 위로 내리는
눈꽃송이에 가까웠다.
한참을 바라보다 문득 찾아오는 외로움에
손을 내밀어보면 형체를 잃고 녹아내려버린다.
차갑게 얼어가는 손에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젠가는 내 손 위로 네가 소복이 쌓일 것을 알기에.
이미 너는 나를 온통 뒤덮었다.
고동 - 밝은 음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