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에 양성평등징병 청원 이후 답변에 대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당장 시행해야 한다 같은 대답을 바라지 않았습니다.
그저 지금은 여건 상 무리지만 검토해보겠다. 정도의 답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20만... 이번에 각종 언론에서 문제를 보도하고 지금까지 안좋은 인식이 쌓이다 못해 터져나와서 사람들이 청원에 그렇게 모였습니다.
12만... 이 논의가 인터넷에서 이어 진 것은 꽤나 오래 전 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논의가 이제야 저만큼의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았습니다. 저는 저 12만에 허수가 꽤 많이 섞여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청원 댓글 중에는 청원에 반대하는 내용을 남긴 것도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남기려고 해도 동의로 인정되는 시스템 하 분명히 저 12만 모두가 청원에 동의하는 인원은 아닐 것 입니다.
커트라인 30일 20만은 청와대에서 벽을 높게 쌓은것과 다름 없습니다.
소통하는 정부를 바랐고 그 정부가 눈 앞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벽을 쌓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건 구색 맞추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어떠한 청원이 오더라도 30일 20만을 넘기지 못하면 답변 받을 수 없을 겁니다. 만약 그 규칙을 어기고 답변을 한다면, 그건 양성평등징병에 동의했던 모든 사람들을 조롱하는 행위가 되겠죠.
대선 당시 페미 관련하여 참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무효표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적은 표차로라도 당선되지 못한다면 얼마나 스스로를 자책할지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페미가 마음에 안들고 아무리 아니라고해도 당선되지 못한다면 얼마나 암울할지 생각 해 봤습니다.
그래서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투표 하러 갔습니다. 솔직히 투표 하기 싫었습니다. 하지만 만에 하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투표 했습니다. 무효표 내려 했던 생각을 접으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의 말씀 '기회는 평등할 것이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이 짧은 문장에 마음의 위안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는 그 말이 기만으로 다가왔습니다.
저 문장을 믿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내가 왜 정치에 관심을 가졌나 싶어졌습니다.
차라리 정치에 관심이라도 안가졌다면 오늘같은 이 기분을, 농락당한 기분을 느끼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괜히 씁쓸해지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