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에 다니며 봉사시간과 등록금의 압박을 조금 줄이기 위해서 국가근로를 신청했고 한 초등학교에서 탈북 주민 아이의 멘토링을 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아버지와 함께 사는 편부 가정의 아이였는데 처음에 낯가림이 심하고 굉장히 내성적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아이와 친해지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었다.
그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한참 작은 아이로 왜소하고 여린 여자아이였다. 처음 멘토와 멘티가 매칭되었을 때 나는 꽤나 당황했었다.
아이는 거의 입을 열지 않았고 그때문에 나는 이 아이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기 어려웠고 대화를 나누지 못해서 멘티가 내 수업을 잘 따라오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조개처럼 입을 꾹 닫은 아이가 입을 열기 시작한 것은 내가 멘토링을 시작하고 나서 2달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다.
그동안 이 아이가 내게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이 아이에 대해서 잘 몰랐었다 그런데 사실 이 아이는 반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방과후 수업후 아이를 집에 데려다 주면서였다.
"야 북한 해골!"
한 무리의 남자아이들이 내 멘티를 조롱하며 슬금슬금 다가왔다.
아직 초등학생밖에 안 된 어린 애들이었으나 나는 그 녀석들의 말에 상당한 불쾌감을 느꼈다. 아무리 어린 녀석들이라지만 친구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것은 어리다고 용서할 수준의 행동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녀석들이 겁을 찔끔 먹도록 혼을 내 주었다.
그렇게 나는 녀석들에게 화를 내어 놓고는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주고 보내면서 앞으로는 내 멘티를 괴롭히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시켜서 보냈다.
"저.. 고맙습니다."
나는 그날 처음으로 멘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꽤나 귀엽고 어린아이다운 목소리였다.
"고맙긴 뭘 앞으로도 누가 괴롭히면 선생님한테 말해 혼자서 감추면 더욱 힘든 법이야"
그렇게 그날 이후로 나와 멘티의 관계는 굉장히 돈독해졌고 멘티는 반에서도 딱히 괴롭히는 친구들이 없어지자 새롭게 친구도 많이 사귀고 점차 밝은 성격이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그 애의 밝은 모습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학년이 되고나서 다시 따돌림이 시작되었던 것이었다. 나는 다시 멘티를 따돌리는 녀석들을 찾아내고 직접 타이르기도 해보고 담임교사에게도 도움을 구했으나 잘 처리되지 못했고 멘티는 이전보다 더욱 어두운 성격이 되어가고 있었다.
"선생님...저 그 애들이 너무 싫어요.. 다 죽었으면 좋겠어요 엉엉엉"
어느날은 멘티가 눈물을 펑펑흘리며 내게 말했고 그 모습에 나는 마음이 짠해졌다. 나는 결국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녀석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그 부모님께 이 문제를 알리고 주의 해 줄것을 요청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결심은 결국 실행되지 못했다. 가해아이들이 어느순간부터 하나 둘 실종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초등학교는 난리가 났고 아이들을 찾기위해 큰 소동이 일어났다. 그리고 처음 한명의 아이가 발견되고 나서 모두는 더욱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발견된 아이가 이미 죽은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 역시 경찰의 조사대상이 되었다. 사라진 아이들이 모두 내 멘티를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녀석들 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는 혐의가 없이 풀려났지만 나로서도 사라진 아이들이 모두 멘티를 괴롭히던 녀석들이라는 사실에 찝찝한 기분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에 멘티에게 관련된 질문을 해보았다.
"넌 그애들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했지?" "네..." "혹시 누가 그 애들을 사라지게 했을까?"
내가 그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멘티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고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