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남편과 결혼한 지 7년차 여자사람입니다.
어제부로 만 38살이 되었습니다. 한국나이로는 39살. 30대 마지막 생일이었네요. 끼얏!!!!
전부터 남편이 뭐 갖고싶은 거 없냐고 했는데, 그닥 떠오르는 게 없었어요.
유일하게 생각하는 건 오버로크용 재봉틀인데,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니까, "사고싶을 때 언제든 살 수 있는 쿠폰"을 만들어 달라고 했구요.
2월에 있었던 남편 생일에도 "3월 3일 발매 예정인 젤다의 전설 새 게임 예매증"과 "닌텐도 스위치를 언제든 살 수 있는 쿠폰"을 줬거든요.
난임치료중이라 목돈이 계속 들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가의 물품 구입은 당장 필요한 거 아니면 뒤로 미루는 상황이구요.
저는 정말 진심으로 저 쿠폰 하나면 족했어요.
근데 남편은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고른 선물을 주고 싶었나봐요. 어제 저녁에 종이가방 하나를 내밀더라구요.
기대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받는 선물이라 놀라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어요.
두근두근 거리며 열어본, 남편이 저에게 준 선물은...
휴대용 스마트폰 스탠드와 블루투스 스피커였습니다...
.... 대체 왜...???
우선 스마트폰 스탠드는... 제가 휴대폰으로 영상같은 걸 자주 보니까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대요.
하지만 제 휴대폰 케이스는 카드지갑을 겸한 커버가 있는 제품이라서 커버 부분을 지지대 삼아 세워서 쓰기때문에 스탠드가 필요가 없어요.
이런 느낌...
케이스가 두꺼워서 스탠드에 끼워넣을 수도없구요... 하아... 디스이즈 무용지물....
사태를 확인하고 당황한 남편이 자신있게 선보인 메인 선물, 블루투스 스피커...
인터넷에서 엄청 평가가 좋다면서 음질이 좋은데다가 방수도 되고 무게도 가벼워서 어디든 들고다닐 수 있다고하는데...
저는 주로 헬스장에서 샤워를 하기때문에 목욕하면서 음악을 들을 일도 별로 없고
마당과 텃밭에서 일을 할 때는 이어폰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피커가 필요하지 않아요.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스피커를 켜놓고 있으면 주변 이웃들에게 민폐가 될게 뻔하잖아요??
집안일을 할 때 팟캐스트를 틀어놓는데 아이폰 음량만으로도 온집안에 쩌렁쩌렁 울리구요.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은 했는데 제 표정이 너무 티가 났는지, 남편이 상처를 입고 삐졌어요.
자기는 제 생각해서 고심 끝에 골랐는데, 제 반응이 굉장히 어정쩡하고 뜻뜨미지근했던게죠.
맘에 안든다고 말은 안했지만 맘에 안드는 게 느껴졌을거에요.
제 생일 선물이랍시고 산 것들 대충 계산해보니 15,000엔 정도 쓴 거 같은데...
저 얼마전에 그 정도 가격의 봄 잠바♡를 보고 진짜 이뿌다... 완전 이뿌다... 하면서도 너무 비싼 것 같아서 포기했거든요.
하아... 그거 사달라고 할걸... 하아...
남편이 이렇게 헛돈을 써주셨으니 그 때 그 봄 잠바♡와는 완전히 안녕... 평생 잊지 않을게...
어제는, 속도 상하고 돈도 아까워서 짜증이 났는데,
하루가 지나고나니 그냥 나이 어린 남편 데리고 사는 값이라 치자...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남편이, 센스가 없어서 그렇지, 착하고 성실하고 사치나 낭비도 하지않는 좋은 사람이거든요.
나이도 저보다 5살 어리니까(꺄르륵!!) 어린 값을 하는거다...
반대로 제가 남편에게 선물했다고 생각하면 큰 돈 아니다 싶더라구요.
선물은... 뭐... 반품할 수도 없고(남편의 성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표현이 되니까...), 어떻게든 생활에 활용할 방법을 찾아봐야죠...
앞으로 김어준씨 캬캬캬캬 웃음소리를 고음질로 들을 수 있겠네요. 아이 기대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