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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는 꽃처럼 사랑하지 못했다
게시물ID : lovestory_811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63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2/15 21:26:43

사진 출처 : http://lets-catch-some-waves.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xrsbFBNoAGY





1.jpg

조오현아지랑이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 온 곳이 절벽이라니


끝내 삶도 죽음도 내던져야 할 이 절벽에

마냥 어지러이 떠다니는 이 아지랑이들

우습다

내 평생 붙잡고 살아온 것이 아지랑이더란 말이냐







2.jpg

유치환생명의 서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沙漠)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白日)이 불사신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永劫)의 허적(虛寂)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砂)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 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3.jpg

정일근사랑에 답하여

 

 

 

수선화 해를 따라 도는 꽃인 걸

마당에 노란 수선화 피어서 알았다

가녀린 꽃대에 크고 무거운 꽃을 달고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해를 따라 간다

달마는 마음 따라 동쪽에서 왔다지만

땅 속에 마음 묻은 수선화의 해바라기는

갈 수 없는 사랑의 지독한 형벌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수선화 꽃 뒤에 놓여있는

낡은 의자에 앉아 생각했다나도

그런 아픈 사랑한 적이 있었다

해를 기다리는 말없는 꽃이나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이나

같은 앉음새 같은 가부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노란 수선화 지면서 알았다

꽃은 마르면서도 해를 따라 가고

말라 바스라지면서도 저 수선화

뜨거운 해바라기는 멈추지 않았다

수선화 꽃 뒤에 놓아둔 의자도사실

누군가를 기다리겠다고 놓아두었지만

의자에 앉아 사람을 기다렸던 시간보다

비어두었던 시간 더 많았으니

나는 꽃처럼 사랑하지 못했다

나는 꽃처럼 사랑에 답하지 못했다







4.jpg

조운여서를 받고

 

 

 

너도 밤마다

꿈에

나를 본다 하니

 

오고

가는 길에

만날 법도 하건마는

 

둘이 다 바쁜 마음에

서로 몰라보는가

 

바람아 부지 마라

눈보라치지 마라

 

어여쁜 우리 딸의

어리고 고운 꿈이

 

날 찾아

이 밤을 타고 이백 리를 온단다







5.jpg

천상병나의 가난함

 

 

 

나는 볼품없이 가난하지만

인간의 삶에는 부족하지 않다

내 형제들 셋은 부산에서 잘 살지만

형제들 신세는 딱 질색이다

 

각 문학사에서 날 돌봐주고

몇몇 문인들이 날 도와주고

그러니 나는 불편함을 모른다

다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이렇게 가난해도

나는 가장 행복을 맛본다

돈과 행복은 상관없다

부자는 바늘귀를 통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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