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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게시물ID : lovestory_811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재영
추천 : 2
조회수 : 31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2/15 11:59:36
설탕
 

나의 기쁨은 한잔 속에 담긴 커피 향과
설탕의 달달함이 주는 작은 행복 입니다.
 

설탕이야기를 하려면 잠시 옛 이야기해야 하는데
고향에 집을 두고 피난 온 피난민 중 하나였고
전쟁 피해로 누구나 살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피난민 생활이라고 하지면 어린이였기 때문에
세상을 전혀 모르는 철부지로 힘든 줄 몰랐습니다.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는 어른들은 피 눈물 나는 고통과
가족 잃은 슬픔으로 날마다 삶 자체가 지옥이라 했습니다.
 

길 가다가 울고 눈물을 닦고도 앉아서 또 한없이 또 울고
그러면서도 살아있음이 다행이라고 그래도 또 울었답니다.
 

피난민들은 우선 비바람 피할 곳을 마련하고
잠잘 곳을 마련하느라고 산비탈에 급히 만든 판자촌
사과 상자나 구호품 상자를 모아서 만든 움막집입니다.
그 유명한 용두산 비탈에 임시로 지은 판자촌 움막들
강한 비람이 훌훌 벗겨 날려 보냈기 때문에 가난한
피난민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었답니다.
 

50년대 말 우리나라에 찾아온 초특급 태풍 사라호
6.25 전쟁의 아픔이 아직 아물 틈도 없이 닥친 태풍.
내가 설탕을 즐기기 시작한 것은 부산 앞바다에 들어온
전쟁 구호물품과 설탕 실은 배가 가라앉은 때부터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움막촌의 젊은이들은
부산 앞바다에 가라앉은 배까지 맨 몸으로 수영을 해서
바다에 빠진 설탕자루를 건져내는 작은 기쁨도 있었습니다.
 

움막의 젊은이들이 긴 대나무 작대기에 쇠고리를 매달고
임시로 만든 작은 배를 노저어서 물에 빠진 설탕 담긴
자루를 쉴 사이 없이 건져 올려 육지로 날랐습니다.
 

다른 물품은 건지면 누군가가 거두어 갔지만 설탕은 건진 사람에게 주었답니다.
바다에서 건져 올린 설탕부대가 작은 집은 몇 개 씩
힘 좋고 용기 있는 젊은이가 있는 집은 수십 개씩
건져 올렸고 먼저 건지는 사람이 주인이었습니다.
 

가라앉은 배에 실린 설탕을 바다에 그냥두면 다 녹아 사라지기 때문에
말리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없고 부산 영도근처 앞바다에 살던
젊은이가 있던 집 동네에서는 설탕 풍년이 들었답니다.
 

한동안 광복동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주변에서는
수영복 차림의 설탕부대를 어깨에 지고 다니는
젊은이 모습을 수시로 쉽게 볼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어린 시절부터 설탕 맛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도 설탕을 무척이나 즐겨 먹습니다.
 

하루에 커피 두 세잔을 먹으면서 설탕을 좀 더
첨가해서 달달하게 먹는 것을 무척이나 즐깁니다.
 

지금은 평범한 생활용품으로 별로 귀함을 받지 못하는
설탕이 그 옛날에는 최고의 선물용 상품이었답니다.
 

예전 50 - 60년대에는 귀한분이나 어른들을 찾아 갈 때
설탕을 들고 가면 선물로는 최고라고 했던 때도 있었답니다.
 

처음 먹기 시작한 설탕 색은 노란색이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원당이라는 품종으로
요즈음은 값이 더 나간다고 합니다.
 

정제 과정이 흰색보다 간단하여 만들기 쉬운 것인데도
수요자가 적어서 만들지 않기 때문에 값이 더한답니다.
 

설탕을 아주 즐겨 먹는 사람으로서 바라는 욕심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사탕수수를 심어서 생산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설탕처럼 달달한 일만 있으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해 봅니다.
 

요즈음 같이 살기 힘들다는 말들이 쉽게 나오는 세상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민초들의 세상 삶이 대폭 향상되어
삶의 자체가 달달한 세상이 되기를 희망하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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