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산대에서 내려오다가 오거돈 후보의 유세를 봤습니다.
잠시 서서 유세를 듣고 나니 새누리당 지지자의 마음을 이제야 알겠네요.
제가 지지하는 후보가 시민들에게 반응이 좋은 게 이번이 처음인데, 이런 기분인지 여태 몰랐거든요ㅎ
오가던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서 듣다가 박수도 치고 환호도 하고, 유세차량 알바생들이 오후보 이름 써진 판떼기를 서커스처럼 현란하게 돌리는데
이길 것 같은 기분... 좋더라고요. 이런 기분에 이기는 사람을 지지하나 싶었습니다.
뭐 사표방지 심리로 생각도 없이 유력후보 지지하는 건 옳지 않지만 나는 여태 이런 기분 못 느껴보고 살았구나 싶어서 억울하기도 했어요.
지나가던 남학생 한둘이 서ㅂㅅ 서ㅂㅅ 하면서 객기를 부리는데 오후보에 대한 환호에 쥐똥만한 소리로 묻혔습니다.
오후보 지난 선거 때에는 제가 고등학생이었는데 그
때도 부대 앞에서 친구랑 밥을 먹다가 넌 누가 됐으면 좋겠어? 물어보니 친구가 오거돈은 안돼ㅋㅋ 못생겼잖아
그러는데 숨이 턱 막혔습니다.
그 후로 10년을 벽보고 말하는 기분으로 살아 왔네요.
내 고향 부산에서도 이런 일이 있을 줄이야...
내가 공감하는 생각을 다른 사람들도 공감 해 주고, 다 같이 큰 소리를 내고 내가 바라는 미래가 올 것 같은 기분이 좋네요.
사실 이제까지는 지는 게 익숙한 삶이었죠ㅎㅎ
사실 기분이 좋다가 유세 끝나고 악수 한번 하려는데 짐도 많은데 다른 사람들한테 이리저리 치여서 막상 기쁘게 악수를 하지는 못했습니다ㅠㅠ여러 번 불렀는데 민망하게 목소리도 묻히고..
쬐깐 서운할 뻔 했는데 예전에 다른 지역에서 사람도 별로 없는 곳에서 지지하는 후보의 유세를 맨 앞에서 듣다가 민망하게 악수하고 왔던 걸 생각하면 이걸 기뻐해야 할 지 싫어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젊은 사람도 6월 4일에 투표 많이 해서 살기좋은 게임도시 부산 한 번 만들어 봤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