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정치와 시사문제를 잘 모르시고 관심도 없으세요. 투표도 잘 안하셨구요
그나마 제가 성인된 이후부터는 나 혼자 가면 기다리기 심심하니깐 같이 가달라고 꼬셔서 데리고 가기 때문에 꼬박꼬박 투표는 하고 계세요.
사실 저는 저번 대선 이후 실망감과 좌절감에 정치꺼졍 투표X까 이런 마음먹었는데
어제 엄마가 저한테 "누굴 뽑아야 좋으니?" 하고 물어보셨어요.
평소 제가 정치나 정치인에 대해 말씀드리면 "아이고~ 내는 그런게 모른다~" 하시던 분이요ㅋㅋㅋㅋ
내가 당연히 투표하러 갈꺼라고 생각하셨나봐요. 안할껀데? 라고 말을 못했어요.
그동안 그렇게 투표의 중요성을 성토하던 제가 "나 인제 투표 안할껀뎅?" 하기 민망하더라구요.
그래서 대충 누구누구 말씀드렸는데 많은 사람을 한번에 뽑으려니 헷갈려서 잘 뽑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시길래
"내가 적어줄거임. 걱정마셈" 이랬는데..... 내가 안가면 엄마도 투표하러 안가실텐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 투표권은 내 의사대로 포기하는거지만, 나한테 우리 엄마 투표권까지 포기하게 할 권리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냥 같이가서 손바닥에 적어드리는게 나을 것 같아요ㅋㅋ
사실 전에도 이렇게 한꺼번에 많이 뽑을 땐 포스트잇에다 적어서 투표소 들어가면서 손바닥에 붙여드렸거든요.
(괜히 투표함에서 큰 종이 꺼내면서 부시럭거리면 걸릴것 같고, 핸드폰 꺼내도 걸릴것같아서 생각해낸게 포스트잇이었어요.)
정치가 잘못되어 있다는걸 전혀 인식 못하고 있던 엄마가!
내가 정치얘기 하면 넌 정치에 왜그렇게 관심이 많냐면서 머리아프게 살지말라던 엄마가!!
무조건 새누리당 지지자는 아니지만 박근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엄마가!!!
이제 드디어 조금이지만 잘못되어 있다는걸 느끼고 계시는 것같아요.
그제는 뉴스보면서 저한테 농약급식이 뭐냐고도 물어봐주셨고. 그그제는 안대희가 뭐했던 사람인지도 물어봐주셨어요.
안대희가 1년동안 11억을 벌었는데, 왜 우리는 1년동안 1억도 못버느냐고도 물어봐주셨구요.
(사회 시스템이 미쳐서 저 놈들이 저렇게 돈을 다 가져가는데 우리가 벌 수 있는 돈이 남아 있겠냐고 대답해줬어요-_-)
투표해봤자 바뀌는거 하나도 없어서 투표 안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누굴 뽑아야 좋으냐고 말씀해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냥 6.4 선거일에 엄마 손잡고 투표하러 가야겠어요.
무투표 2명. 투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