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좀 느린 걸음걸이면 된다
게시물ID : lovestory_810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1
조회수 : 63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2/11 23:06:20

사진 출처 : http://natureandbeauty.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EEcgwan89DA





1.jpg

윤희상돌을 줍는 마음

 

 

 

돌밭에서 돌을 줍는다

여주 신륵사 건너편

남한강 강변에서

돌을 줍는다

마음에 들면줍고

마음에 들지 앟으면줍지 앟는다

마음에 드는 돌이 많아

두 손 가득

돌을 움켜쥐고 서 있으면

아직 줍지 않은 돌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드는 돌을 줍기 위해

이미 마음에 든 돌을 다시 내려놓는다

줍고버리고

줍고버리고

또다시 줍고버린다

어느덧두 손에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빈 손이다

빈 손에도 잡히지 않을

어지러움이다

해는 지는데

돌을 줍는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없고돌도 없다







2.jpg

천양희너무 많은 입

 

 

 

재잘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재잘된다 잎들이 많고 입들이 너무 많다

 

(시인은

마흔살이 되자

나의 입은 문득 사라졌다

어쩌면 좋담,이라 쓰고 있다

그런데 어쩌면 좋담

쉰살이 되어도 나의 입은

문득 사라지지 않고

목쉰 나팔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좋담?

 

다릅나무 잎들이 촘촘하다 나무 사이로 새들이

다른 소리를 낸다 잎들이 다르고 입들이 너무 다르다






3.jpg

문인수머위

 

 

 

어머니 아흔셋에도 홀로 사신다

오래 전에 망한 장남 명의의 아버지 집에

홀로 사신다

다른 자식들 또한 사정 있어서 홀로 사신다

귀가 멀어

깜깜

소태 같은 날들을 사신다

고향집 뒤꼍엔 머위가 많다

머위 잎에 쌓이는 빗소리도

열두 권

책으로 엮고도 남을 만큼 많다

그걸 쪄 쌈 싸먹으면 쓰디쓴 맛이다

아 낳아 기른 죄

다 뜯어 삼키며 어머니 홀로 사신다







4.jpg

손택수거미줄

 

 

 

어미 거미와 새끼 거미를 몇 킬로미터쯤 떨어뜨려 놓고

새끼를 건드리면 움찔

어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는 이야기,

보이지 않는 거미줄이 내게도 있어

수천 킬로 밖까지 무선으로 이어져 있어

한밤에 전화가 왔다

어디 아픈데는 없냐고,

꿈자리가 뒤숭숭하니 매사에 조신하며 살라고

지구를 반 바퀴 돌고 와서도 끊어지지 않고 끈끈한 줄 하나







5.jpg

고은그대 순례

 

 

 

좀 느린 걸음걸이면 된다

갑자기 비가 오면

그게 그대 옛 친구야

푹 젖어보아라

 

가는 것만이 아름답다

한 군데서

몇 군데서 살기에는

너무 큰 세상

 

해질녘까지

가고 가거라

그대 단짝

느린 그림자와 함께

흐린 날이면

그것 없이도

그냥 가거라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