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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게시물ID : lovestory_810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4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2/08 23:01:35

사진 출처 : http://yes-hipster.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hNAnCmxGRNg





1.jpg

이문재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고 실려 있고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보인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다







2.jpg

천양희뒤편

 

 

 

성당의 종소리 끝없이 울려퍼진다

저 소리 뒤편에는

무수한 기도문이 박혀 있을 것이다

 

백화점 마네킹 앞모습이 화려하다

저 모습 뒤편에는

무수한 시침이 꽂혀 있을 것이다

 

뒤편이 없다면 생의 곡선도 없을 것이다







3.jpg

이선영인생

 

 

 

내 인생이 남들과 같지 않다고 생각됐던 때의외딴길로 밀려나 있다는 낭패감

그러나 내 인생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안도감을 느끼게 되었을 때

이윽고 그 남다르지 않은 인생들이 남다르지 않게 어우러져 가는 큰길에 줄지어 서서

이 늘비함을 따라 가야 할 뿐 슬며시 도망 나갈 외딴길이 없다는 낭패감







4.jpg

무산앵화

 

 

 

어린 날 내 이름은

개똥밭의 개살구나무

벌 나비 질탕한 봄도

꽃인 줄 모르다가

담 넘어 순이 가던 날

피 붉은 줄 알았네







5.jpg

연인선듣기

 

 

 

마른 강아지풀도 말을 한다

노란 아카시아도 말을 한다

도시를 메운 문명의 소리에

길든 사람들 고요를 못 견뎌

통하지도 않는 말에 매달려

하루한달일년생을 난다

 

그 사이

사방 귀머거리 된 살기 바쁜

사람들 옆에서

 

씨앗 피며

봉오리 터지며

나무 크며

단풍 타며

낙엽 털며

자연이

소리없이

말을 한다

누가 듣지 않아도 좋은

자기만의 말을

생명의 말을

한다

 

그 말

듣기

얼마나

복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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