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는 22살이고 저 12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외가 쪽 분들 중에서 아는 분이 없어요.
교류도 안하고, 작은이모, 큰이모 쪽 친자 분들이랑은
서로 알긴 아는데, 전혀 안친하구요.
말도 안섞어봤고, 장례식 때문에 거의 십년만에 만났습니다.
엄마 어렸을 때 외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외할아버지가 새 외할머니랑 재혼하셨는데
외할아버지랑 새 외할머니께서 낳으신 분들 쪽
친척들이랑은 살면서 단 한번도 만나본적도 없고요.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도 얼굴 한 번 본적도 없고
6살 때인가 전화 통화 한 통 했던 기억만 있어요.
갑자기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고
엄마한테 연락받아서 장례식장에 갔는데
연락받았을 때, 감흥이 없었습니다.
눈물도 나지 않았구요.
오히려 제가 한심해서 장례식장에서
집으로 갈 때 눈물은 나더랍니다.
장례식장도 성인되고 나서 처음가본거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다 처음 보는 사람들 뿐이고,
그나마 안면이 있는 사람들은 정말 안면만 있고
말을 전혀 안섞는 사람들뿐이라 그 자리에 있기 싫었습니다.
엄마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인데,
엄마가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어요.
정말 슬프겠구나, 가슴이 찢어지겠구나 생각은 드는데,
마음으로 와닿지가 않았어요.
부모님이 이혼하기 전에 아빠가 엄마를 많이 때리셨거든요.
그거 때문에 그 쪽 분들이 저를 그렇게 좋게 봐주지도 않는 것 같구요.
다들 눈으로 저를 흘깃거리는데 새 외할머니 빼고는
누구 하나 말걸어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5-6시간 정도를 밥나눠주는 식탁에서
가만히 앉아서 핸드폰만 하다가
더 이상 못있겠다 싶어서 집에 왔습니다.
월요일에 학교 수업이 있기도 했고요.
하지만 사람이 중요하니까 장례식장에
있었어야 했던 거겠죠?
엄마한테 제대로 위로도 못해드리고,
나 낯설어서 신경쓰이는 것만 생각하다가
못 참고서 나와서 엄마한테 너무 죄송해요.
남들한테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지는 않는데
그런 말도 들어볼 새 없이, 아예 사람들하고
기본적인 인사빼고는 교류 잘 안하는 편이거든요.
저 혼자 제 자신이 철이 없고 싸가지가 없다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엄마 혼자 놔두고, 수업 핑계대고
낯선 장소에 있으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싫어서
빨리 집에 올라온 거겠죠.
그런데 3분 뒤에 엄마 생일이에요.
몇 일전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엄마한테
뭐라고 편지를 쓰고,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전화통화도 하고 싶은데 전화통화 할 용기도 안나요.
지금 제가 전화통화를 해도 되는 걸까요?
지금 제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다 알고 있는데
전화통화해서 혼날까봐 제가 망설이고 있는거겠죠?
엄마 생신선물도 준비 안했어요.
엄마한테 뭐 하나 제대로 선물을 드린 적이 없어요.
학교수업때문에 주말에만 본가로 올라가서,
어버이날에도 엄마한테 어버이선물을 못드렸거든요.
엄마가 다리가 아파서 수술 했을 때에도
수업 때문에 본가까지 못올라갔는데
그 때 내가 병원 안가봐도 되겠냐고 전화통화를
몇 번을 했는데 안와도 된다고 했으면서
제가 그 때 안온거를 마음에 담아두고 계시나봐요.
안좋은 상황만 계속 겹치고
저는 계속 불효녀가 되가고 있어요.
제가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