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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상한 영혼을 위하여
게시물ID : lovestory_809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60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2/01 23:50:52

사진 출처 : http://tigerluiz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SvDcYrPTDJU?list=PLauw3gwI4IJ1TFBAqG2T7d07j3E9I9lPC





1.jpg

백석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2.jpg

정희성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시대는 없는 사람이 없는 대로

맘 편하게 살도록 가만 두지 않는다

세상 사는 일에 길들지 않은

나에게는 그것이 그렇게도 노엽다

내 사람아울지 말고 고개 들어 하늘을 보아라

평생에 죄나 짓지 않고 살면 좋으련만

그렇게 살기가 죽기보다 어렵구나

어쩌랴바람이 딴 데서 불어와도

마음 단단히 먹고

한 치도 얼굴을 돌리지 말아야지







3.jpg

김남주자유

 

 

 

만인을 위해 내가 일할 때 나는 자유

땀 흘려 일하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싸울 때 나는 자유

피 흘려 함께 싸우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만인을 위해 내가 몸부림칠 때 나는 자유

피와 땀과 눈물을 나눠 흘리지 않고서야

어찌 나는 자유이다라고 말할 수 있으랴

 

사람들은 맨날

겉으로는 자유여형제여동포여외쳐대면서도

안으로는 제 잇속만 차리고들 있으니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제 자신을 속이고서







4.jpg

고정희상한 영혼을 위하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5.png

W. Wordsworth, My heart leaps up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하늘의 무지개 바라보면

내 가슴 뛰노라

내 삶이 시작될 때 그러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니

늙어서도 그러하리라

아니라면 죽음만도 못하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컨대 내 생애의 하루하루가

자연에 대한 경애로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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