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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네가 이 글을 볼까봐
몇 글자 끄적여 본다
시간이 꽤 지나서 그런지
나는 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처음에는 현실이 꿈 같고
꿈이 현실 같아서
우리가 이별했음을 계속 부정했는데
지금은 네가 남이 되었다는 걸
온전히 받아들이며 산다
너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는데
너 없이도 살아지더라
네가 없이도 살아진다는 게
참 우습더라
너는 내 전부였고
전부가 없어졌는데 살아지다니
사랑이 이토록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였나 싶더라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만큼
내 안의 너는 많이 작아졌다
예전에는 너와 비슷한 이름만 봐도
마음이 덜컥 내려앉던 나였는데 말이다
그래도 많이 사랑했던 너라서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겠다
어쩌면 지우지 못하는 게 아니라
지우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너도 나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문득 내 생각이 나서
이렇게 글도 쓰고 싶어지고
작아지긴 했지만 지우지는 못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미련이 남은 건 아닌데
그래도 네가 많이 보고 싶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네가 이 글을 못 볼 수도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작은 별 하나를 띄운다
오늘 밤에 별 하나가 진다면
그건 아마도 너를 향한 나의 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