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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게시물ID : lovestory_808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61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1/20 22:49:15

사진 출처 : http://requiem-on-water.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4TA_PqIS1WM?list=PLh_SXExNPOYDqeHnCqZLwWXmaJRgxCeve





6.gif

김명인

 

 

 

새집들에 둘러싸이면서

하루가 다르게 내 사는 집이 낡아간다

이태 전 태풍에는 기와 몇 장 이 빠지더니

작년 겨울 허리 꺾인 안테나

아직도 굴뚝에 매달린 채다

자주자주 이사해야 한재산 불어난다고

낯익히던 이웃들 하나 둘

아파트며 빌라로 죄다 떠나갔지만

이십 년도 넘게 나는

언덕길 막바지 이 집을 버텨왔다

지상의 집이란

빈부에 젖어 살이 우는 동안만 집인 것을

집을 치장하거나 수리하는

그 쏠쏠한 재미조차 접어버리고서도

먼 여행 중에는 집의 안부가 궁금해져

수도 없이 전화를 넣거나 일정을 앞당기곤 했다

언젠가는 또 비워주고 떠날

허름한 집 한 채

아이들 끌고 이 문간 저 문간 기웃대면서

안채의 불빛 실루엣에도 축축해지던

시퍼런 가장의

뻐꾸기 둥지 뒤지던 세월도 있었다







2.jpg

박남준먼 강물의 편지

 

 

 

여기까지 왔구나

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

옛날이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길에 눈 내리고 궂은 비 뿌리지 않았을까

한해가 저물고 이루는 황혼의 나날

내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는 것을 안다

안녕 내 사랑부디 잘 있어라







3.png

김종길설날 아침에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4.png

정채봉오늘

 

 

 

꽃밭을 그냥 지나쳐 왔네

새소리에 무심히 응대하지 않았네

밤하늘의 별들을 세어보지 않았네

친구의 신발을 챙겨주지 못했네

곁에 계시는 하느님을 잊은 시간이 있었네

오늘도 내가 나를 슬프게 했네







5.gif

전윤호사직서 쓰는 아침

 

 

 

상기 본인은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하여

이처럼 화창한 아침

사직코자 하오니

그간 볶아댄 정을 생각하여

재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머슴도 감정이 있어

걸핏하면 자해를 하고

산 채 잡혀먹기 싫은 심정에

마지막엔 사직서를 쓰는 법

오늘 오후부터는

배가 고프더라도

내 맘대로 떠들고

가고픈 곳으로 가려 하오니

평소처럼

돌대가리 같은 놈이라 생각하시고

뒤통수를 치진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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