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테네 학당, 라파엘, 1509년 >
소크라테스가 독배를 마실 때, 플라톤은 스물아홉 살이었어.
소크라테스의 오랜 제자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가 심문을 받는 과정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았어.
아테네가 이 도시의 가장 고결한 현인에게 내린 사형 선고는 플라톤에게 지울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그의 철학적 탐구 방향 전체를 규정하는 계기가 되었단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은 플라톤에게 사회 속의 현실적 관계와 진리나 이상 사이에 어떤 모순이 있는지 플라톤에게 보여주었지.
철학자인 플라톤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스승 소크라테스의 법정 진술을 기록해서 '변론'이라는 책을 만드는 것이었어.
이 책에는 소크라테스가 대법정에서 연설한 내용이 실려 있지.
소크라테스는 글을 단 한줄도 남기지 않았고, 소크라테스 이전의 많은 철학자들의 저서는 대부분 후세까지 전해지지 않았어.
반면 플라톤의 주요 저서는 고스란히 잘 보전되고 있어.
(소크라테스의 변론, 편지 모음, 35편 이상의 철학 대화편 등등)
그의 저서들이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보다 플라톤이 아테네에서 직접 철학 학교를 설립했기 때문이야.
그리스의 전설적 영웅 아카데모스의 이름을 딴 숲 속에서 였지.
그래서 플라톤이 세운 철학 학교를 '아카데미(Akademie)'라고 불렀단다.
- 소피의 세계, 130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