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이 불편하실 경우, 꺼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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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랑 노래에 너가 스쳤다
걸음걸음마다 네가 떠올랐다
외출 / 윤동욱
잘자, 라는 말로 덮어버렸다
네 생각에 잘 수 없는 나는
눈을
뜨고 있던
감고 있던
너를 꿈꾸기 바빴기에
잘자 / 윤동욱
내가 그토록 어렸을 적에는
그저 재미없는 동화 같던 책이었다
여러 번 읽어도 그저 내용 그대로,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던
순수한 동화 이야기였고, 그런 아이의 시선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이 싫었다
글자 그대로를 이해하던 그 어린 시절
어렸을 적의 추억에 젖어 잊었던 책을 펴보았다
내가 초중학교 때 독후감을 위해서 그토록 읽었던 책
어린 왕자를 이해해버린 그 날,
나는 그토록 싫었던 어른이 되었음을 깨달았다
"
절절하듯 침묵적인 기다림과
오렌지 빛깔 머리색에서 빗발치는 밀밭 풍경과 바람 소리
서로 좋아한다는 감정의 기적과
오후 네 시를 기다리는 오후 세시의 장미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
기다림 없었던 내 사랑에 다시 한번 아팠던 하루였다
어린왕자 / 윤동욱
너가 떠오르는 것이 두려워
차마 눈 감기가 어려운 날이었다
너는 나에게 물 밀듯 몰아쳐서
스치듯이 아른거리는 기억이나
너를 어루만졌던 촉감이나
내 귓가를 적신 목소리나
내가 잠이 든 꿈에서까지
빈틈없이 나를 가득 흔들었다
네가 내게 온다면
나는 영겁을 사정없이 흔들려도 좋았다
그러나 이내 오지 않는 간이역의 열차였기에,
새벽 우울에 가득 찬 울음을 터트리며
그토록 짧은 사랑의 매듭을 묶어냈다
창 사이로 또다시 네가 온다
새벽 안개로 너의 이름 석 자를 덮어버렸다
샛바람 / 윤동욱
바라만 보아도
아팠던 사람
그 아픈 일을 난 꿈에서도 하더라
내 모자람에도 끊임없이
너를 꿈꿨던 나날의 반복이었어
순간을 스치던 너의 미소는
너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게 했어
내가 싫다는 말을 들었지만
네 이름 석 자와 사랑한다는 말을
새벽을 지새고 찾아온
아침 창가 유리에 썼다 지웠어
너 몰래 많이 울었던 하루야,
이제 네 마음 다 아니까
그만해볼게
이젠 더이상 네게 밝게 웃지 못할 것 같아서
마지막 / 윤동욱
종일 잠만 잔 것처럼 그대를 꿈꾼 날입니다
창밖에서의 빗소리도,
빗속을 세차게 스쳐 간 차 소리에도,
힘겹게 살아가는 삶의 소리에도,
나의 비애에는 닿지 못했습니다
떨어지는 빗물 소리에
살며시 눈을 감고
그대를 조용히 불러봅니다
잠 못 드는 숱한 밤 속에서
웃음을 띤 그대가 천천히 걸어오면
나는 그제서야 지난 추억으로 이불 덮으며
아련한 지난날의 기억을 벗 삼아 잠이 듭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모든 단점조차 사랑하고 싶었기에
그래서 더욱 알고 싶었던 사람
사랑은 어째서 시간보다 빨리 찾아오고,
기억보다 더 아프게 새겨집니까
사랑하여 외로웠던 / 윤동욱
그날은 보름이 아닌데도 달이 밝았습니다
여느 때처럼 그대는 내게 눈길조차 스치지 않았고
뒷모습만 바라보며 목소리에 젖어 들어갔습니다
웃음소리만 들어도 행복했기에
그대의 흩날리는 머리카락에 제 미소를 달았습니다
너무나도 커다래 보였던 그대 앞에
나는 너무도 초라하여 그저 웃음과 함께 뒤에 숨었습니다
술잔을 기울일수록 조용했고, 정적이 불편을 낳았습니다
간혹, 시간이 내게도 스쳐서
그대에게 손 내밀고, 같이 길가를 거닐고 싶었습니다
그대는 나와의 침묵이 불편했는지
자그마히 안기고서는 조용했습니다
그대의 머릿결을 쓰다듬는 상상이 수천 번을 오갔습니다
그대는 나아가는데, 나는 멈춰있습니다
가슴에는 핏물이 고였고
그대를 향한 눈길을 잠시 들켰을까 조마조마했습니다
사랑하기는 여름철 바닷가에 발을 넣듯 쉬웠는데
포기하기는 왜 밀물이 다가오는 갯벌처럼 어렵습니까
그래도 달은 참 밝았습니다
그래도 달은 참 밝았습니다 / 윤동욱
그대 생각에 또 철야였습니다
돈을 받는 것도
그대의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닌데
난 자는 시간조차 버려가며 그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대 머릿속에 제가 있긴 했습니까?
그대 모르게 / 윤동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