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혁, 1225456
별이 떨어진다면 당신이 있는 공간으로
네가 아침잠에서 깨어 방문을 열었을 때
천장을 뚫고 쏟아지는 별들
난 그 별을 함께 주워 담거나
그 별에 상처 난 너의 팔을 잡아주고 싶었다
지나 보면 역시나 난 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 너에겐 특히나 그랬다
조용히 밥을 먹는 너보다 더 조용히 밥을 먹으며 너를 고요하고 불편하게 만들었다
나의 고요한 아이야, 가끔은
시끄럽게 너와 선루프를 열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정적이 찾아올 때
벌거벗은 나의 등을 안아 주었던게 생각난다
너는 작고 나는 포근했다
우린 오래오래 안녕이지만
오래오래 사랑한 기분이 든다
네 머리를 쓰다듬고 강에 뛰어들고 싶다
오래오래 허우적거리며 손의 감촉을 버리고 싶다
한 행성이 내게 멀어져 간 것은 재앙이다
네가 두고 간 것들을 나만 보게 되었다
너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키타하라 하쿠슈, 젊은 날의 꿈
물 비치는 투명한 유리 그릇에
과일 하나 잠겨있는 것처럼
내 꿈은 피어오르다 그치었네
차갑게, 맑게, 애절하게
백가희, 그립다고 해서 외롭지 않았음을
인생길에 내 맘에 꼭 맞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
난들 누구 마음에 꼭 맞으리
그러려니 하고 살자
사람이 주는 상처에
너무 마음 쓰고 아파하지 말자
나는 너를 잃었다
너를 잃은 것이 두렵지가 않았다
잃었다고 해서
잊힐 사람은 아니었기에
임봄, 눕다
종일 걷다 탈진해서 바닥에 누운 뒤에야
비로소 사랑을 조금 알겠다
직립의 꿈들이 난무하는 도시에서
덩갈아 영원한 직립을 꿈꾼 짐승의 비애다
눈을 감고 그대를 떠올린다
내 꿈이 자랄 때 그대는 보이지 않았고
허망한 발바닥으로 영원을 꿈꿨을 때
그대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매일 푸른 싹 위에 시멘트를 쌓았고
눈물 위에 아스콘을 짓이겨 단단함을 자랑했다
휴식과 잠은 참을 수 없는 죄악이었고
더 먼 곳을 향해 손을 내밀며 달렸다
손과 발이 빠르게 사라진다
배꼽의 흔적이 빠르게 사라진다
참을 수 없는 모욕의 세계에서
우리의 얼굴은 더 빠르게 사라진다
죽지 않는 직립의 꿈을 놓은 후에야
비로소 그대를 조금 알겠다
가장 낮은 모습으로 그대 곁에 누워서야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푸른 영원을 알겠다
모든 사랑의 역사가 밤에 이뤄지는건
숙명 아니면 천형
내게 있는 모든 관절을 구부려
바닥까지 몸을 낮추고
순하게 두 귀를 눕혀 눈을 감은 뒤에야 비로소
빛나는 그대가 온다는 것은
심희수, 너에게 쓰는 편지
너
잘해왔고
잘 하고 있고
잘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