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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와 데드라인
2017년 새해 연휴는 다들 잘 보내셨나요? 저도 가족들과 연휴를 보내고 이렇게 글을 쓰게 되네요.
새해를 맞이하거나 맞기 전에, 세계인이 공통으로 하는 활동이 하나 있습니다. 네, 바로 새해 계획 세우기입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모두 새해 계획을 세우셨나요? 이미 세우신 분과 아직 하지 않으신 분,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누어질 겁니다.
지금부터 독자분들을 위한 작은 테스트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바로 1분 동안 새해 계획 쓰기입니다. 이미 새해 계획을 세운 분들은 다시 한번 계획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아직 새해 계획을 세우지 않은 분들은 지금 이 기회에 세운다는 생각에서 이 테스트를 해보기를 바랍니다. 타이머를 준비하세요. 시작해보겠습니다.
1. 본인의 새해 계획을 정확히 1분 안에 쓰세요.
어땠나요? 다 쓰셨나요? 혹시 더 쓰고 싶은 분이 계신가요? 그럼 2번 문항으로 넘어가 보죠.
2. 타이머로 5분을 설정해 새해 계획을 마저 더 써보세요. (5분이 더 필요 없는 사람은 그냥 넘어가도 됩니다)
5분이 지났습니다. 이번에는 시간이 훨씬 더 넉넉했는데 어땠습니까? 그럼 이제 마지막 3번 문항으로 넘어가겠습니다.
3. 자신이 세 가지 중 어디에 속하는지 고르세요.
여러분은 1분이라는 데드라인이 주어졌기 때문에 여러분의 필요와 욕구 그리고 가치관에 따라 2017년의 계획을 순서대로 작성했습니다. 종이에 쓰인 계획의 순서가 바로 계획의 중요도와 우선순위입니다. 이 순서가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는 여러분 스스로만이 압니다.
1분 안에 1년의 계획을 생각해본 여러분께 이제 진짜 질문을 여쭈어 보겠습니다. 여러분께 죽음이라는 데드라인이 주어진다면 여러분은 인생의 계획을 어떻게 작성하시겠습니까?
데드라인과 죽음
마감시간이나 최종기한을 영어로 데드라인(Deadline)이라고 합니다. 데드라인의 직역은 사선(死線)입니다. 넘어가면 모든 것이 끝나는 특정 선입니다. (업무를 데드라인까지 못 끝내면 생길 불상사를 생각하면 됩니다)
여러분은 죽음이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단어와 이미지가 떠오르십니까? 저는 타이머가 떠오릅니다. 개개인에게 모두 다른 시간이 주어지고 타이머가 0을 가리키면 어떤 삶이었든지 간에 모든 것이 끝나버립니다. 그래서 인생은 살아가는 것이 아닌, 죽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시험, 업무 등 인생 전체의 관점에서 굉장히 단기적인 일에는 데드라인을 잘 의식합니다. 시험과 업무는 우리가 시간의 제한을 시각적으로 의식하기에 효율적으로 힘을 쏟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인생에 온 힘을 쏟는 사람은 드뭅니다. 왜일까요? 바로 죽음을 의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르고, 또한 그 죽음이 굉장히 멀리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삶에 쓸데없는 것에 집착하거나, 시간을 낭비하거나, 선택을 머뭇거리는 것일 수 있습니다. 죽음이 존재하는데도 인생에 온 힘을 쏟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죽음이 사라진다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요? 영생은 분명히 대다수 인간을 나태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2016년 12월에 들은 제 친구의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영생을 살 수 있다면, 1억 년 뒤에 해도 될 일을 왜 지금 하겠어?”
맞는 말입니다. 어차피 죽지 않는데 무엇이 급해서 자기 일과 삶에 힘을 쏟겠습니까? 이탈리아의 작곡가 겸 피아노 연주가 루도비코 에이나우디(Ludovico Einaudi)도 죽음과 인생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It is only when we become aware that our time is limited
that we can channel our energy into truly living.”
“우리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바로 그 순간에
우리는 우리의 힘을 참된 삶에 쏟아부을 수 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과 힘은 제한이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인생의 데드라인(Deadline)이 있기에 우리는 살면서 반드시 해야 할 일, 하지 않아도 될 일, 하면 좋은 일,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의식함으로써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삶을 의식함으로써 죽음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죽음은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본질적인 것을 상기시켜줍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죽음과 미니멀리즘은 교차로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과 미니멀리즘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미니멀리즘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최소주의 또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최소한의 요소만을 사용하여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예술 및 문화 사조이다. 1960-70년대 미국의 시각예술과 음악을 중심으로 일어났으며, 모든 기교를 지양하고 근본적인 것을 표현하려 한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요소’란 잡것이 아닙니다. 아무것이나 ‘최소’의 요소가 될 수는 없습니다. 대상의 본질을 표현하는 ‘최소’ 요소는 바로 대상의 ‘핵심’ 요소입니다. 대상에서 절대 빠지면 안 되는 중요한 것만이 대상의 근본을 진실하게 표현해줍니다.
여행을 쉬운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우리가 배낭을 최소한으로 싸야 할 때, 아무 잡동사니나 조금 싸가는 것을 최소한으로 싼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정말 필요한 것과 꼭 가져가야 할 것을 위주로 배낭을 싸라는 뜻입니다.
여행을 예로 들었듯, 미니멀리즘은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건축, 디자인, 인테리어, 패션 등 미니멀리즘은 이미 여러 영역으로 확대됐습니다. 미니멀리즘 라이프라 하여 집안의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는 검소한 생활방식을 뜻하는 말도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과 본질을 추구한다는 미니멀리즘의 정의를 조금 더 생각해본다면 미니멀리즘 라이프란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립하고, 지켜주고, 표현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정리정돈만큼이나 인생의 핵심을 찾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결국, 죽음과 미니멀리즘의 공통점은 삶이나 대상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본질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연설 중 세 번째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바로 죽음 앞에선 중요한 것만 남는다는 점입니다.
“Because almost everything — all external expectations, all pride, all fear of embarrassment or failure — these things just fall away in the face of death, leaving only what is truly important.”
“왜냐하면, 외부의 기대, 오만, 수치나 실패의 공포처럼 삶의 거의 모든 것은 죽음의 앞에서 모조리 떨어져 나가고 오직 참으로 중요한 것들만이 남기 때문입니다.”
결론
‘새해 계획 1분 안에 쓰기’는 자신의 1년 핵심 계획을 직시하는 테스트입니다. 1분 안에 확실히 쓰고, 추가로 주어진 5분이 필요 없던 분은 새해의 핵심 계획이 확실히 있는 분입니다. 그러나 그 1분 안에도 무엇을 쓸지 몰라 고민하던 분은 서둘러 2017년의 계획을 세우길 바랍니다. 단기 계획이 없다는 것은 장기 계획이 없다는 뜻입니다.
인생의 핵심 계획을 세우면 삶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인간에게는 죽음이라는 데드라인이 있기에 하고 싶은 것을 모두 할 수 없습니다. 시간과 힘은 나이가 들며 계속 깎여나갑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파악하고 선택해야 합니다. 이 선택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미니멀리즘 사고와 생활방식입니다.
집에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사는 것만이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아닙니다. 인생의 군더더기를 정리하고, 자신이 살면서 꼭 해야 할 일을 정해서 하고, 그리고 자신이 절대 포기하면 안 될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도 미니멀리즘 라이프입니다. 인생의 잡동사니와 군더더기를 치우면 인생의 본질이 보입니다.
죽음을 의식하고 삶을 직시하세요.
그리고 2017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출처 | 안녕하세요, 뉴비 회원 애플피플입니다. 오유의 시작을 좋은 에세이로 시작하겠습니다. 부끄럼없는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https://brunch.co.kr/@ericpark123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