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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규, 장미
뇌쇄한 미소를 짓지 말도록
내 비록
진심이 아니라도 마음이 흔들리니
빨리 지나가도록
그 날카로운 가시로
내 속을 찌르지 말도록
이미 한동안 아프던 곳에
더 아플 곳이 없는 속
가엽게 여기어 무심히 지나가도록
내 지금
마음 찡할까 두려우니 그냥 지나가도록
걸음 바쁘게 더 바쁘게
허연, 그 거리에선 어떤 구두도 발에 맞지 않았다
발이 편한 구두를 신어 본 적이 없었다
꿈과 계급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죽고 싶었지만 실패한 건 아니었고
난 아무것도 가슴에 묻지 못했다
잠이 깨면 우박 같은 게 내리던 거리
잠결로 쏟아지던 어머니. 하늘에 계신
죽을힘을 다해 꿈꾸는 거리는 몇 달째
공사 중이었고 구멍가게 앞에선
밤마다 피 터지는 싸움이 벌어졌다
뭘 그렇게 미워하며 살았는지
피 묻은 담벼락엔 미친 듯 살고 싶은
우리가 남아 있었다. 개XX
그 거리에선 어떤 구두도 발에 맞지 않았고
어떤 꿈도 몸에 맞지 않았다
우리는 늘 그리워했으므로
그리움이 뭔지 몰랐고
헤르만 헤세, 취소
너를 사랑한다고 하지 않았다
손을 잡아 달라고
용서해 달라고만 했을 뿐
나와 비슷하다고
나처럼 젊고 선량하다고, 너를 그렇게 여겼다
너를 사랑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김용택, 땅
당신 가고 나서
뒤돌아서니
어디 발 디딜 땅
한 곳 없습니다
안도현.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그대 나를 떠난 뒤에도
떠나지 않은 사람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