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새하얗다. 지난 삼년간 의지 했던 사람이라곤 믿기지 않는다. 나는 그가 떠난 뒤에 한참을 커피숍에 앉아 있었다. 창밖에는 커플들이 웃으면서 지나간다. 나 빼곤 모두가 행복하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그렇게 걸어간다. 속이 울렁거리고 나는 내 손에 들려있는 두줄짜리 임신 테스트기를 꽉 쥐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야 그거 아기 아니야 걍 세포야 사람아니라고. 그러니까 죽여도 살인이나 낙태가 아니라 걍 딱지 하나 뗀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