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만 하는 이유에는
여럿이 있습니다.
내가 그대를 너무 사랑하건
내가 그대를 너무 사랑했거나
내가 그대를 너무 사랑할 것이기에
나는 가야만합니다.
그대가 내뱉는 허튼 말들
그 하나 하나가
내겐 너무도 치명적이기에
꼭, 떠나야만도 하겠습니다.
마지막 한 마디조차
듣고 가지 못하는 나이기에
퍽, 서운도 할 것입니다.
끝내야 할 편지도
이렇게 끝마치지 못하는 것도
아직은 설익은 사랑을
뒤로 해야하는 미련이겠지요.
그래서 혹여,
이리도 험난한 마음의 산 꼭대기에서
떠나는 걸음 앉혀줄
자그만 돌맹이 하나 있으면도 했습니다.
그렇게,
가야하는 이유보다
남아야하는 이유가
더 많았으면도 했습니다.
-쓸쓸한 등에는 이유가 너무도 많습니다-
가시버들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