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번주 특집과 같은 문제는 이미 상당히 누적되었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무한도전이 초기에 비해 엄청나게 성장을 하게 되면서 벌어진 괴리와 같은 것이죠. 저는 무한도전의 오래된 팬입니다. 무모한 도전때부터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벌이는 사투에 함께 웃고 울며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무한도전은 엄청난 성장을 했습니다. 현재 그 멤버들은 더 이상 평균 이하의 남자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능력있는 남자들이며, 노홍철씨는 가장 능력있는 미혼남이고, 김태호피디의 무한도전은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프로그램으로 자라났습니다. 그러한 점은 이번 선거특집에서 여실히 드러났지요. 즉 본인들이 아무리 평균이하를 외친다고 하여도 무한도전은 일종의 권력으로 자라난 셈이지요. 그리고 그 동안 이 커다란 권력은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소개팅 특집을 통해 그 동안 좋은 영향력으로 가려왔던 괴리점이 터져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대한민국의 능력있는 미혼남이 젊고 예쁜 여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유이고요. 하지만 권력을 가진 공영방송에서 그것을 조장하고 키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가 됩니다. 정몽준 후보가 모든 것을 다 갖고 있으며 실제로 잘난척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위선적인 방식으로라도 친서민의 이미지를 자꾸 강조하는 것은 실제로 대한민국의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들이며 평범하다못해 약자인 사람의 편을 드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 공인으로서의 자세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높은 시청률과 파급력을 자랑하는 무한도전에서 예쁘고 어린 여자들을 부각시킴으로써 외모 지상주의인 대한민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약자인 나이먹고-결혼하지 않았으며-예쁘지 않은 여성들을 능력있는 미혼남의 짝에서 아예 제외시키는 모습은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예쁜 여자만 찾은건 아니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예쁜 분들이 많았죠. 실제로 멤버들이야 한국의 통상적인 기준에서 좋은 분을 소개시키려고 하다보니 '좋은분=예쁘고 어린분'이 된 걸 거구요. 결국 멤버들의 정성이 문제점을 더욱 노출시킨 는 상황인 셈이죠. 이 모든 문제는 노홍철이라는 연예인이 공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공중파는 공공재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의 약자에 대한 의식이나 사회적 배려가 없는 공공재는 시청률 높은 임성한 막장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번주, 무한도전 제작진들은 역설적이게도 당신들이 선거를 통해 보여준 당신들의 (정당한) 권력을 스스로 부정하는 방송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한해 수많은 여성들이 연애와 취업을 위해 성형을 감행하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나이에 쫒기듯이 경쟁을 해야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특집은 평범한 다수의 마음에는 상처를, 아직 기회를 갖지 못한 자라나는 세대에는 왜곡된 의식을 심어주는 잘못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