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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그대와 나, 둘만 살았으면 좋겠다
게시물ID : lovestory_807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2
조회수 : 77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08 22:59:40

사진 출처 : http://le-risorgimento.tumblr.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VviRd




1.jpg

정끝별, 와락



반 평도 채 못 되는 네 살갗
차라리 빨려들고만 싶던
막막한 나락

영혼에 푸른 불꽃을 불어넣던
불후의 입술
천 번을 내리치던 이 생의 벼락

헐거워지는 너의 팔 안에서
너로 가득 찬 나는 텅 빈

허공을 키질하는
바야흐로 바람 한자락






2.jpg

이정하, 북극으로




북극에 가면

'희다'라는 뜻의 단어가

열일곱 개나 있다고 한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여

온통 흰 것 뿐인 세상


그대와 나 사이엔

'사랑한다'라는 뜻의 단어가 몇 개나 있을까


북극에 가서 살면 좋겠다

날고기를 먹더라도

그대와 나, 둘만 살았으면 좋겠다

'희다'와 '사랑한다'만 있는

그런 꿈의 세상







3.jpg

조연호, 여름



낭떠러지의 여름이다

여름마다 여름을 뒤돌아보는 것이 피곤했지
나를 그네라고 부르는 그 사람은 머리를 사슬로 감아주자
여름마다 자기를 흔들어도 좋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여름이다
팔다리가 달린 감정과 놀았지만 혼자서 했던 연애

나도 허공이었던 것을 너만큼 변심으로 내 발등에 엎지를 줄 안다
천박한 짓을, 자아보다 못한 짓을 땀샘과 모공으로 채우며
지금은 덩굴손이 붙잡는 것을 윤희의 크기라고 생각하며
네가 흔든 것을 내가 흔들렸던 것으로 비교하는 멍청한 짓을 하며
너를 잊고 있다






4.jpg

박준, 그해 봄에




얼마 전 손목을 깊게 그은 당신과

마주 앉아 통닭을 먹는다


당신이 입가를 닦을 때마다

소매 사이로

검고 붉은 테가 내비친다


당신 집에는 물 대신 술이 있고

봄 대신 밤이 있고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 대신 내가 있다


한참이나 말이 없던 내가

처음 던진 질문은

왜 봄에 죽으려 했냐는 것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던 당신이

내게 고개를 돌려

그럼 겨울에 죽을 것이냐며 웃었다


마음만으로는 될 수도 없고

꼭 내 마음 같지도 않은 일들이

봄에는 널려 있었다







5.png

임영준, 첫사랑




느닷없이 찾아와서

순식간에 다 쓸어갔지


덕분에 제법 모질어도 졌고

얼을 빼진 않게 되었지만

무덤덤해지더군


매번 두근거리긴 했어도

그때처럼 아찔하진 않더라고


이제와 생각하니

차라리 그 숙맥일 때

무슨 일이던 저질렀어야 했어

무슨 일이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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