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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취(屍臭) - 下上
게시물ID : panic_807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타필리아
추천 : 162
조회수 : 9135회
댓글수 : 120개
등록시간 : 2015/06/12 17: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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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취(屍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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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취(屍臭) -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76882
시취(屍臭) - 中下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77506
 
 
글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채로올려서 지웠다가 추가해서 다시 올립니다 ㅠㅠ
 
수정했더니 갑자기 줄 정렬이 이상하게 나오네요 ㅠㅠ 양해 부탁드립니다 ㅠㅠㅠ
 
 
12)

향단이는 일주일 전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고있다.

나는 향단이네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그 아이를 만나기 위해서 집을 찾아갔고, 도중에 언니네 사장님... 삼촌을 만났다.

삼촌은 향단이가 아니라 향단이의 어머니를 만나러 간다고 했다.

삼촌이 말하는 향단이와 내가 말하는 향단이는 동일인물인 것 같았지만 삼촌은 그 아이가 반년전에 죽었다고했다.

그럼 내가 일주일 전에 본 향단이와 오늘 받은 메세지는 뭐냐고?
 
하지만 거짓말처럼 내가받았던 메세지는 핸드폰에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에요! 진짜 문자 받았다니까요! 실수로 지웠나? 에엥? 뭐지?"
 
핸드폰을 몇번을 확인해봐도메세지가 없었다.
 
메세지를 확인했나 싶어서통화기록까지 봤지만 향단이에게 연락이 온 적은 없다.
 
단지 아주머니에게 온 전화의수신기록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진짜 꿈이라도 꾼거야?
 
"아주머니! 저 왔어요!"

쿵쿵쿵
 
"소용 없어요. 제가 여기서 한시간동안 서있다가. 아까 놀이터로 돌아간거에요."
 
전화까지 받고 왔지만 아무리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걸어도 문은 열리지 않았었다.
 
하지만 삼촌은 정원에 있던나무에서 열쇠를 찾아내서 문을 연다.
 
삼촌은 문을 열기전에 가방에서코마개를 꺼냈다.
 
"왠 코마개에요?"

"
코마개에 부적감은거. 이 집이 냄새가 좀 나."

"
전 안줘요?"

"
넌 못맡는 냄새야."
 
냄새면 냄새지 누군 맡고누군 못맡는 냄새가 어디있는가.
 
지금도 뭔가 썩는듯한 불쾌한냄새를 느끼고 있었다.

"
그러고보니 향단이한테서 냄새가 엄청 나던데."
 
이 집에서 나는 냄새와똑같은 냄새가.

"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 그게...지네..."
 
'지네까지 입에서 나왔었거든요'라는 말을 하려다가 멈췄다.
 
아직까지 내가 본 것이착각인지 아닌지 구별이 안간다.
 
그냥 지네가 몸을 타고얼굴까지 기어올라왔다거나 위에서 떨어진걸 착각했다면?

"
뭔데? 왜 말을 하다말아?"

"
아니...애가 오랜만에 학교에 왔는데 몸에서 향수냄새랑뭐 썩는냄새가 나더라고요."
 
나는 결국 얼버무리고 말았다.
 
안그래도 내가 자살을 한다는둥완전히 불안한 아이로 오해하고 있는데 괜히 이상한 말을 하는게 아닐까 했다.

"...
언제?"

"
한달 좀 안된 것 같은데."
 
삼촌은 좀 생각을 하는듯하더니 별 말 없이 문을 열어버렸다.
 
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안쪽에서역한 냄새가 쏟아져나왔다.
 
나는 만난지 하루밖에 안된외간남자 앞에서 토를 해야했다!
 
, 아까 술취해서 오바이트 하는거 봤으니까 쌤쌤인가?
 
삼촌이 자기가 하려던 코마개를나에게 건낸다.
 
나는 체면이고 부끄러움이고자시고 코마개를 바로 코에 넣었다.
 
그나마 코를 막으니 살것 같았다.
 
"넌 여기있어."
 
삼촌은 손수건으로 입과코를 감싸더니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나는 황급히 쫒아갔다.

"
가치가요!"

"
왜 따라와!"

"
향당이 칭구라니까요!"
 
"니 친구 아니라니까!"
 
"망따니까요!"
코가 막혀서 코맹맹이 소리가나온다.
 
여기가 향단이네 집이란건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일단 주소를 선생님께 받은것이고, 혹시 잘못 찾아왔나 몇번이고 확인까지 했다고!
 
그런데 막상 용기를 내서따라들어왔는데 집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공포영화에서나 나올법한꺼림칙한 분위기라고 해야할까?
 
그냥 밖에서 기다릴껄 그랬나? 하는 순간 뒤에서 쾅 닫혔다.
 
거기에 놀랄 새도 없이누군가 내 목덜미를 감싸안았다!
 
나는 이 삼촌이라는 사람이사실 향단이를 빌미로 나에게 불건전한 짓을 하는게 아닌가하고 기겁했다.
 
도망치기 위해 문을 열려고했는데 문고리는 돌아가는데 밀리지가 않았다.
 
학교에서 배운 무릎으로사타구니를 걷어차라는 보건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고 있는데 뒤에서 큼지막한 손이 팔을 잡았다.
 
삼촌이었다.
 
? 날 감싸안은게 삼촌이 아니야?
 
그러고보니 삼촌이라고 하기에는좀 더 작은 체구의...? 사라졌어?
 
어느새 내 등 뒤에는 아무것도없었다.
 
나는 소름이 쫙 끼쳤다. 진짜 귀신이라도 나오는거야?
 
괜히 따라들어왔나하고 후회했지만때는 늦은 것 같다.
 
"침착해. 이런 일 한두번 겪어?"

"
처음 경꺼등요!"
 
삼촌은 불이 안켜지자 가방에서손전등을 꺼내서 켰다.
 
보통 공포영화에서 보면손전등도 전등처럼 깜빡거리다 꺼지던데...라고 생각며 불안한 마음에 손전등을 봤는데 왠지 손전등에 부적이감겨있다.
 
그러고보니 코마개에도 작은부적이 붙어있었는데.
 
무당이라더니 부적 엄청좋아하네.
 
삼촌은 집 안으로 들어가서창문을 열려고 시도했는데, 열리지 않았다.
 
그러더니 뭔가 불안한 눈빛으로나를 돌아봤다. 그러더니 깜짝 놀란다.
 
"? 웨영?"

"
너 혹시 훈련같은거 받았냐?"
 
무슨 훈련? 화생방? 그러고보니 아까 밖에서 느꼈던 냄새가 더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너무 맡다보니까 익숙해진건가?

"
평소에 이렁 냉새 마니 마타써요."

"
아까 향단이에게서 썩은내가 났다고 했던거?"

"
. 그리고 이거덕분 아닝까요?"
 
아까 삼촌이 준 부적을꺼내들었다. 수호부라고 했던가?
 
20만원짜리라더니 효과가 엄청 좋은가보다. 이걸 가지고있으니뭔가 개운한 느낌이다.
 
마침 병문안도 왔으니 과자랑같이 향단이한테 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삼촌이 어이없다는 표정을짓는다.
 
"수호부가 무슨 방독면같은건줄 알아?"
 
"방께보다 아네 드러오니까 더 평해졍는데. 향기같은게 나능거 강끼도 하고."
 
"난 안에 들어오니까 더 죽을 것 같다만."
 
아까부터 은은한 향기가느껴진다. 마치 향단이에게서 나던 것 같은...
 
"왔니?"
 
삼촌이 집안을 이리저리둘러보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안그래도 긴장하고 있었는데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엉마야!"
 
"가인아 마침 잘왔어. 걔좀 잡아줘."

"
누구요?"

"
니 옆에 여자애."

삼촌과 잘 아는듯한, 아마 향단이의 어머니이신듯한 분이 식칼로나를 가리키면서 고개를 까딱까딱 흔든다.
 
손전등의 불빛이 식칼에반사돼서 번뜩번뜩하는 불길한 빛을 낸다.

"...
왜요?"

"
향단이한테 줘야하거든."

"
향단이는 반년전에 죽었을텐데요."

"
아니야. 안죽었어. 내가살려냈어."
 
"아니에요! 향당이 안주겅따니까요!"
 
아 안죽었다니까 진짜!
 
"넌 좀 가만히 있어!"
 
무서운 얼굴로 버럭 소리를지른다. 나는 쫄아서 입을 다물었다.
 
"안죽은 사람을 어떻게 다시 살려내요?"
 
"잡으라고!"
 
아주머니가 버럭 소리를질렀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다리가 쫙 풀렸다.
 
나는 바닥에 엉덩방아를찧었다.
 
"#^%^%&@#"
 
무서워서 울어버릴 것 같다. 라고 생각하자 누군가 다시 내 어깨를 감싸안았다.
 
왠지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이들며 불안하던 마음이 진정됐다.
 
뭐지?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은은한 향기만이 코끝을 맴돌았다.
 
?
 
자꾸 누가 뒤에서 껴안는데요~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삼촌은 아주머니와 대화하느라 나를 신경 쓰고있지 않았다.
"바리데기님은 어떻게 됐어요?"
 
그게 누군데?
 
"버렸어"
 
"향단이가 죽은게 바리데기님때문이라고..."
 
안죽었다니까!
 
". 근데 빨리 걔좀 잡아줘. 향단이가 친구보고싶데"
 
"향단이는 죽었다니까요! 자꾸 왜그러세요! 지금 아주머니한테서 걔네 빼드릴게요."
 
무슨말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게 느껴졌다.
 
특히 아까부터 저 아줌마가들고있는 식칼이 너무 신경쓰인다.
 
들고있는 본인도 좀 정상이아닌 것 같고...
 
지이이이익....
 
그때 아주머니의 뒤에서무언가 기어나왔다.
 
삼촌이 그쪽으로 손전등을비추자, 그곳에는 향단이가 있었다.
 
"향다나!"
말을 꺼내고 보니 향단이가아니라 시체였다.
 
"니가 본게 저거냐?"
 
"아니에요! 훵씬 멍쩡해써요!"
 
"아주머니. 그거 향단이 아니에요. 살아있지도 않은데다가 안에 다른게 들어가있잖아요!"
 
"아냐. 우리 이쁜 딸이야."
 
아주머니가 시체를 쓰다듬고부둥켜 안았다.
 
의아했던건 난 그 충격적인모습을 보면서 징그럽다, 무섭다. 이런 감정이 하나도 들지않았단 것이다.
 
살면서 처음보는 시체였는데, 평소라면 공포에 질려서 운다거나, 기절이라도 했을텐데 뭔가 든든한기분이 들어서 전혀 겁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슬펐다.
 
그때 삼촌이 구토를 하더니그대로 쓰러져버렸다.
 
갑자기 왜 저러는거야?! 나 혼자 어쩌라고?!
 
삼촌이 쓰러지자 아주머니가흭흭거리는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식칼을 휙휙 휘둘렀다.
 
", 얘야. 우리향단이 친구 맞지?"
 
", 망능데요."
 
"우리 향단이가 몸이 안좋아서 고쳐야하는데 좀 도와줘. 흭흭!"
 
"...어떠케요?"
 
"일단 가죽좀 벗어."
 
"어디다 쓰시게요?"
 
"향단이 입혀주게."
 
"오시요?"
 
"가죽!!"
 
악귀같은 얼굴로 버럭 소리를지른다.
 
내가 오면 낫는다는게 그런소리였나.
 
저 정신이 좀 이상하신아주머니는 내 몸을 잘라다가 안고있는 시체에게라도 붙여줄 생각인가보다.
 
혹시 삼촌이 일어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품으며 일단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겠다 싶었다.
 
"장시망요. 버슬테니까 종 기다려주세요..."
 
". 착하다."
 
말도 안되는 소리가 통한건지아주머니가 정말 기다리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짜 가죽을 벗을수 있을리는 없고, 최대한 시간을 끌기 위해 꿈지럭거리며 일단 교복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그렇지! 일단경찰에 전화를 걸어야겠다.
 
몸을 뒤로 돌리고 슬쩍핸드폰을 꺼냈다.
 
-권외
 
?
 
서울 한복판에서 권외?
 
이리저리 버튼을 눌러봤지만통신환경이 안좋다는 메시지만 떠올랐다.
 
.
진짜 큰일난 것 같다.
 
 
 
 
 
13)
 
"빨리."
 
", 장시만요. 지퍼가걸령나봐요."
 
아주머니가 낮은 목소리로재촉하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핸드폰을 종료하고다시 켰다.
 
통신사 로고가 떠있는 로딩화면이지나가고 메인화면이 떴다.
 
-권외
 
.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전화를 포기하고 이걸 집어던져서바닥에 널부러져있는 삼촌을 깨워볼까 하고 있었는데,
 
다시 주변에서 아까보다더 진한 향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띠링
 
-수신 메시지 1
"?"
 
권외인데도 메시지가 도착했다. 다시 연결된 것인가 싶었지만 여전히 권외였다.
 
일단 메시지를 확인해봤다.
 
수신-베프향다니♥: 보여?
 
...향단이었다.
 
띠링
 
수신-베프향다니♥: 빨리 바닥에 부적 주워서 어머니께 던져 빨리
 
부적? 무슨부적?
 
그러고보니 삼촌 옆에 부적이떨어져있었다.
 
저거?
 
띠링
 
수신-베프향다니♥: 그래 그거. 빨리!
 
슬그머니 삼촌 옆으로 가서조심스럽게 부적을 집어들자 아주머니의 표정이 변했다.
 
"에잇!"
 
나는 될데로 되라 싶어서부적을 집어던졌다.
 
팔락팔락
 
보통 영화에서는 부적이표창마냥 날아가던데, 그냥 종이를 던진것 처럼 팔락거리면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낙엽을 보는 허무한기분으로 그걸 바라보고 있는데, 부적이 바닥에 닿기 직전,
 
"아아아아아아아악!!!!"
 
무언가 낚아챈것처럼 방향을바꾸더니 아주머니의 얼굴로 날아가서 붙어버렸다.
 
부적은 얼굴에 붙자마자불이 붙어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주머니가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른다.
 
저거 괜찮은건가 싶어서얼떨떨하게 보고있는데, 다시 메시지가 온다.
 
수신-베프향다니♥: 바닥에 지네좀 어떻게 해줘!
 
어두워서 바닥이 안보였다. 삼촌 손에서 손전등을 뺏어들어 바닥을 비춰 손바닥 만한 지네들이 어디로 기어가고 있었다.
 
아까 시체에서 뭔가 떨어지던데저거였나보다.
 
엄청 징그럽기는 했지만향단이가 시킨대로 꾹 참고 지네를 밟아죽이기 시작했다.
 
뭔가 딱딱한 껍질같은게발바닥 아래에서 박살나는 기분나쁜 감촉을 느끼면서 지네를 열심히 밟아죽였다.
 
열 마리쯤 되는 지네들은어디론가 일제히 몰려가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왠 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이런 곳에 왠 나비가 앉아있나싶었는데, 빠져나간 지네 한 마리가 나비에게 달려들었다.
 
어째선지 저 나비가 다치면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쥐고 있던 손전등을 집어 던졌다.
 
"으랴!"
 
파삭!
 
지네한테 명중하지는 못했지만, 박살 나면서 지네를 쓸어냈다.
 
 
나는 튕겨나가서 꿈틀거리는  지네를 재빨리 밟아버렸다.
 
일단 급한 고비는 넘겼지만손전등이 부서지자 광원이 없는 집안이 완전히 암흑으로 뒤 덮인다.
 
...그래도 손전등이랑 핸드폰중에서 비싼 핸드폰을 집어던질 수는 없잖아.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핸드폰 불빛으로 비춰보려고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죽여버린다!!!!"
 
아주머니가 고통에 겨워서지르는 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졌다.
 
그런데 너무 어두워 아주머니가어디있는지 방향도 모르겠다.
 
이젠 어찌되나 싶었는데다시 문자가 왔다.
 
수신-베프향다니♥: 일단 삼촌좀 챙겨줘.
 
아까 그 나비가 팔랑거리면서눈앞을 지나갔다.
 
그것은 어둠속이었는데도은은하게 내뿜고 있었고, 날개짓을 할 때마다 주변으로 향기가 퍼졌다.
 
나비는 삼촌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수신-베프향다니♥: 좀 들어줘.
 
삼촌은 안되도 70kg는 넘어보였다. 덩치도 나보다 크고, 나 혼자서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무겁긴 하겠지만 그렇다고삼촌을 저렇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수신-베프향다니♥: 도와줄게.
 
그런데 삼촌을 들쳐매니누군가 같이 들어주고 있는 것처럼 가벼웠다.
 
수신-베프향다니♥: 이쪽으로
 
나비가 삼촌의 어깨에서날아올라 팔랑거리며 어디론가 가기 시작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었다.
 
너무 어두워서 저런게 있는지도몰랐다.
 
아무리 가볍게 느껴진다고는해도 성인 남성을 짊어지고 계단을 오르는 것은 고역이었다.
 
겨우겨우 계단을 오르니나비가 복도를 가로질러 어떤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삼촌을 바닥에 질질끌다시피 하면서 나비를 쫒아갔다.
 
방에 가까히 다가가면 다가갈수록꽃밭같은 진한 향기가 느껴졌다.
 
방문앞에 선 나는 내 눈을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방 안에는 정말 하얀색꽃이 가득 피어있는 꽃밭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수신-베프향다니♥: 어서와.
 
그 한가운데 교복을 입은 향단이가 앉아있었다.
 
"..."
 
나는 삼촌을 잡고있던 손을놓았다.
 
"향다나!!!"
 
나는 향단이의 이름을 부르며달려들어서 안겼다.
 
포근한 향단이의 품과 향기가느껴진다.
 
눈물이 왈칵 흘렀다. 역시 살아있었잖아!
 
"흐끅. 상총이 너가 중었따고. "
 
나는 향단이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내 기억 그대로의 향단이다.
 
울어버리니 코마개가 너무답답해서 빼냈다.
 
"아래에는 왠 시체같은것도 있었고. 훌쩍. 너희 어머니도 좀 이상하시고. 끄윽."
 
향단이가 미소를 지으며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부드러운 손길에 피로감과불안함이 모두 날아가는 듯 했다.
 
"흐으으으...역시 살아있잖아. 으아아아앙!"
 
나는 감정이 북받쳐서 엉엉울어버렸다.
 
한참을 그렇게 안겨서 울고있는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훌쩍. 왜 아무말도 안해?이 꽃밭은 뭐고?"
 
향단이가 입을 뻐끔거렸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대신에 내 핸드폰이 울렸다.
 
띠링
 
수신-베프향다니♥: 미안해.
 
화면에서 향단이에게 얼굴을돌렸다.
 
향단이가 웃는건지 우는건지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 문자로 그래? 말로..."
 
띠링 띠링 띠링
 
수신-베프향다니♥:
수신-베프향다니♥: 죽은거 맞아.
수신-베프향다니♥: 미안.
 
 
 
 
 
 
 
 
 
 
14)
 
 
 
 
 
제 어머니는 유명한 무당이셨습니다.
 
무당들 사이에서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을 정도'라는 말까지 있었습니다.
 
제가 태어날 때 부터 무당이셨던어머니는, 제가 태어나지 못할 뻔한 것을 신님이 구해주셨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곤 했습니다.
 
저는 아버지가 없었기에어머니 혼자서 살림을 꾸려나가셔야 했습니다.
 
저는 항상 혼자서 저를키우시고, 돈을 버느라 무당일로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도와드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름아닌무당이었습니다. 제가 딱히 도울게 없는 것입니다.
 
그걸 안 순간부터, 제 꿈은 무당이었습니다.
 
물론 이걸 대놓고 말하고다니지는 못했습니다.
 
초등학교때 '제 장래희망은 무당입니다!'하고 자신만만하게 발표를 하자 어머니께서는학교에 오셔야 했거든요.
 
그 뒤로는 저는 '향수제조사'가 꿈이라고 말하게 됐습니다.(이 사실을 아는건 제 친구인 인영이밖에 없지만요.)
 
어머니의 화장대에는 향수가몇 병 있었는데, 막상 어머니는 뿌리지 않으셨습니다.
 
무당이 된지 얼마 안됐을시절에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것을 느끼고 향수를 뿌려봤지만 악취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게, 그 악취는 어머니가 모시는 신인 바리데기님의 것이었으니까요.
 
일반인은 그 냄새를 못맡는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어머니는 향수를 잘 뿌리지 않으십니다. 대신에 제가 몰래 뿌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 신의 냄새라는악취는 못 맡았습니다.
 
저에게는 무당의 재능이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때 집에서머물렀던 가인삼촌은 무당해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사람의 기운과, 사람이 아닌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육감이 있어야 하는게 무당의 기본이라고요.
 
하지만 저는 완전히, 전혀, 정말로 그 '육감'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가인삼촌은 저희 집과 어머니께냄새가 난다고 하셨지만, 저는 어머니에게 안겨도 엄마냄새밖에 못 느꼈습니다.
 
거기다 사람의 기운이라거나, 인간이 아닌 것들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가인삼촌은 신이 내려서한번에 무당이 되는 경우도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셨습니다.
 
어머니를 도와주시던 가인삼촌이독립하고 나선, 어머니는 다시 혼자서 신당을 꾸리기 시작하셨습니다.
 
집안일은 전부 제가 맡아서했지만, 어머니는 항상 힘들어하셨습니다.
 
가인삼촌은 무당은 많은사람과 만나고, 많은 영혼과 만나야하기 때문에 정신과 체력이 동시에 소모되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매일 밤 녹초가 돼서 돌아오는어머니를 보며 저는 한 사람의 어엿한 무당이 돼서 어머니를 돕자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때가 되면 신이 내린다'라고 하셨고 가인삼촌은 '신보다 중요한건 공부'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가인삼촌이 두고간책들을 읽거나 주변 친척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듣기도 하며 언젠가는 신이 내릴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1학년이 끝난 겨울방학중, 저는 큰 열이 나는 병을 앓게 됐습니다.
 
어머니를 비롯한 어머니의지인 무당들은 '신열'이라고 입을 모아서 말씀했습니다.
 
어머니는 바로 굿을 시작했습니다.
 
무복을 입으신 어머니는제단에 굿상을 차리고 칼춤을 추시며 내림굿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저는일주일이 넘어가도록 신이 내리지 않았습니다.
 
거센 바람이 불어도, 눈이 내려도, 어머니는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보며 저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서 신이 내려서 어머니가편해지길 빌었습니다.
 
하지만 신이 내려오긴 커녕열은 점점 올랐고, 몸은 점점 아파왔습니다.
 
굿을 시작한지 한달정도될 무렵, 저는 결국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는겨울이 아니라 초여름이었습니다.
 
어머니는 한참을 저를 껴안고우셨습니다.
 
어머니는 굿도중에 제가쓰러졌고, 지금에서야 의식을 차렸다고 하셨습니다.
 
그 뒤로 어머니는 신당을나가시지 않았는데, 왜 그런지 여쭤보니 저와 함께 있기 위해서라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무당이 될 생각은하지 말고 그냥 이대로 가지 말고 있어달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좋았습니다. 항상 녹초가 된 어머니를 안 봐도 됐고, 항상 옆에는 어머니가 계셨으니까요.
 
...그렇게 이야기가 끝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상함을 처음 느낀 것은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벗었을 때였습니다.
 
배와 등에 푸른색 물감으로그린 문신이 있었습니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어머니께서그리시는 부적에 써져 있는 주문과 비슷했습니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온 몸에서 악취가 났습니다. 향수를 들이붓다시피 뿌렸지만 잘 감춰지지 않았습니다.
 
냄새때문에 사람들이 절피하기 시작했기에 유일하게 인영이만 제 옆에 남아있었습니다.
 
또 생각이 잘 이어지지않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목소리도 잠겨서 잘 안나왔고, 피부도 멍이 든 것 처럼 색이 변했습니다.
 
감각도 둔해져서 어딘가에부딪혀도 아프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단순히 피부병이라고하시며 욕조에 약을 담아 목욕을 시켰습니다.
 
하지만 욕조에 담겨있는것은 피부약따위가 아니었습니다.
 
방부제였습니다.
 
이쯤 되면 아무리 저라도눈치챌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무당의 소문은 사실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죽은 저를 살려낸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살아있었지만살아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얕게나마 배워온 지식으로 추측하건데, 죽은 제 몸에 억지로 혼을 넣은 것 같습니다.
 
방부제를 들이부어도 몸은계속해서 썩어갔고, 의식도 수명이 다 되어 깜박이는 형광등처럼 끊어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고민했습니다.
 
이대로 모른척하고, 몸이 다 썩어 없어질 때 까지 어머니랑 있을 것인가,
 
아니면 원래 있어야 할곳으로 돌아갈 것인가.
 
정말로 결정을 내리기가힘들었습니다.
 
썩어가는 몸에 들어가있는것은 고역이었지만, 제가 다시 사라지면 어머니가 흘리실 눈물을 생각하니 견뎌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큰 비가 내린 날이었습니다.
 
이 고민을 혼자서 지고있는것은 너무 힘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믿을 수 있던소중한 친구인 인영이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인영아. 너 혹시 귀신같은거 믿니?"
 
인영이는 벌떡 일어나서창문을 열었습니다.
 
제 냄새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사과를 했습니다.
 
"...미안해"
 
"아니, 내가 미안. 근데귀신이라니 무슨...꺄아아아악!!"
 
뒤를 돌아본 인영이가 갑자기소스라치게 놀라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제 입에서 지네가 기어나온것입니다.
 
지네가 귓구멍으로 다시들어가 온 몸을 헤집고 다니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습니다. 언제부터 들어가있었을까요. 방부제로 온 몸을 절였는데요.
 
"꺄아아아악!!"
 
인영이가 비명을 지르며저에게서 물러났습니다.
 
그때 저는 깨닳았습니다.
 
여긴 제가 있을 곳이 아니란것을요.
 
그리고 저는 살아있는 사람과어울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요.
 
"미안"
 
저는 사과를 하고 교실을나왔습니다.
 
둔한 몸이었지만 그때만큼은엄청나게 민첩했던 것 같습니다.
 
운동장으로 나가서 교실을돌아보니, 인영이가 저를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제 소중한 친구에게손을 흔들어줬습니다.
 
눈에서 눈물인지, 시체썩은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렀습니다.
 
다행히도 그날은 비가 많이내려서 보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뵙고, 솔직히 말한 후에 헤어지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대로 제가 사라져버리면어머니는 충격을 받으실 것이 분명하니 말입니다.
 
하지만 현관에 들어서자, 의식이 급격하게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서있지 못하고벽에 기대어 쓰러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제 배를 뚫고 나온 지네였습니다.
 
지네가 제 영혼을 붙잡아두고있던 문신을 갉아먹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저는 결국 어머니를만나지 못했습니다.
 
 
 
15)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꽃밭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직감적으로 여기가 저승이란것을 알았습니다.
 
결국 어머니를 다시 보지못했구나,하고울고 있는데, 꽃밭의 저편에서 누군가가
다가왔습니다.
 
한복을 입은 인자한 인상의 여성분이셨는데 키가 2M가 넘어갈 정도로 커다랬습니다.
 
처음 보는 분이었지만 어째서인지친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이야-
 
그분이 저를 부르자 저는그분이 누군지 알 수 있었습니다.
 
바리데기님이셨습니다.
 
어머니가 모시던 신께서, 제가 태어날 때 저를 한번 살려주신 신께서 마중을 나와주신 것입니다.
 
바리데기님은 울고 있던저를 안아 들으셨습니다.
 
-어리석음에 희생당한 불쌍한 아이야-
 
어머니의 그것과 같은 포근함과따듯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서 나던그리운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제 명을 다 못산 불쌍한 아이야-
 
바리데기님은 저를 안아들고어떤 연못으로 갔습니다.
 
바리데기님이 연못 위로꽃잎을 몇 장 뿌리자, 연못에 어머니의 모습이 비쳐 보였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울고계셨습니다.
 
눈물을 흘리시면서 무언가를필사적으로 그리고 계셨습니다.
 
저도 그 모습을 보며 다시눈물을 흘렸습니다.
 
-날 버린 내 아이의 아이야.-
 
-죽어도 해야할 일이 남은 불쌍한 아이야-
 
-미쳐버린 내 아이를 인도할 아이야.-
 
바리데기님은 주변에 비어있던 푸른 꽃을 꺾으셨습니다.
 
-이건 네 어미의 것이다.-
 
다시 투명한 꽃을 꺾으셨습니다.
 
-이건 네 삼촌의 것이다.-
 
다시 흰 꽃을 꺾으셨습니다.
 
-이건 네 것이다.-
 
-사흘을 주마-
 
-네 어미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라-
 
바리데기님은 저를 안아들고연못으로 걸어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저를 연못에 천천히 담그셨습니다.
 
저는 머리가 물에 잠기자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눈을 뜨자 저는 저희집의현관에 있었습니다.
 
돌아온 것입니다.
 
저는 현관을 지나쳐 바로 어머니에게 뛰어갔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은 제가 죽기전, 그러니까 다시 죽기전과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달력을 보니 나흘밖에 지나지않았지만 완전히 다른 집 같았습니다.
 
벽에는 수백장의 부적들이붙어있었고, 그것들이 머리가 아플 정도로 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부적들은 집안의모든 틈새를 막고 있었습니다.
 
그 때문인지 집에서 나갈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집안에 어두운 기운이가득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저를보지 못하셨습니다.
 
저 대신에 제 시체를 쓰다듬고계셨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게다가 목소리가 나오지않았습니다.
 
어머니께 손을 대자 그대로제 손이 어머니를 지나쳤습니다.
 
-이게 무슨...-
 
저는 어머니를 부를 수없었고, 어머니는 저를 보지도, 느끼지도 못하셨습니다.
 
거기다가 집에 낮선 사람들이계속해서 들어왔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은어머니나 제 시체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이 제 시체로 들어가자제 시체가 움찔거리며 움직였습니다.
 
저는 그들이 사람이 아니란것을 알았습니다.
 
그들중 일부는 저를 발견하고쫒아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들을 피해서 제방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들이 제 방문을 두드렸는데, 주머니를 뒤지니 무언가 잡혔습니다.
 
바리데기님께 받은 하얀꽃이었습니다. 그것을 꺼내자 더이상 그들이 문을 두드리지 않았습니다.
 
꽃을 바닥에 내려놓자, 방에서 꽃이 피어나며 향기가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저는 낮선 사람들을피해서 안방과 안전한 제 방을 오가며 어머니의 곁을 맴돌았습니다.
 
그렇게 셋째 날이 되던때, 어머니가 문득 썩어버려서 형체를 알아보기도힘든 제 시체를 보면서 깜짝 놀라셨습니다.
 
그리고는 제 핸드폰을 가져오셔서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셨습니다.
 
어깨너머에서 보니, 제 전화번호부였습니다.
 
어머니는 어떤 번호에서손을 멈추셨습니다. 거기에는 '베프인0♥'라고 써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인영이에게전화를 거셨습니다.
 
"여보세요? 김 인영 전화 맞나요"
 
-그런데요. 누구시죠?"
 
", 향단이 엄마야."
 
-?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향단이가 학교에 안나오는데 왜...
 
"아 그게 말이지. 향단이가 학교에 갈수가 없어서 지금 엄청나게심하게 앓고있는데. 움직일 수가 없는데, 치료를 할 수 있긴한데, 지금은 좀 힘들고.
그래서 향단이가 네가 보고싶다고해. 네가 오면 좋겠는데. 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예 아주머니. 학교 끝나고 바로 찾아갈게요! 어디로 가야하죠?
 
저는 직감적으로 어머니가인영이를 해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지 마!!! 오지 마!!!
 
옆에서 소리쳤지만 어머니도못 들으시는 제 목소리를 인영이가 들었을까요.
 
결국 어머니는 전화를 끊어버리셨습니다.
 
불행중 다행으로, 그날 바로 온 인영이가 문을 두드려도 어머니께서는 듣지 못하셨습니다.
 
넋이 나간채로 다른것들이들어가 움찔거리거나 버르적거리는 제 시체를 쓰다듬을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대로 인영이가 돌아가기를바랬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영이가 보고싶었습니다.
 
하지만 삼촌까지 오시자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삼촌이 열쇠로 문을 열었던것입니다.
 
밀폐돼있던 집이었지만 갑자기뒤에서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바람에 문이 벌컥 열렸습니다. 어머니가 문을 열은 것입니다..
 
문이 열리자 가인삼촌과인영이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운 두사람의 모습에다시 기쁨이 북받쳤지만 역시 집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문지방에 부적들이 엄청나게붙어있었는데, 그것들이 저를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다행이 삼촌이 집 안으로들어오셨습니다.
 
-삼촌! 어머니께서...-
 
정말 당황스럽게도, 어머니처럼 삼촌도 저를 통과해서 지나쳤습니다.
 
"가치가요!"

"
왜 따라와!"

"
향당이 칭구라니까요!"
 
"니 친구 아니라니까!"
 
"망따니까요!"
 
인영이가 그 뒤를 따라서들어왔고, 그러자마자 문이 닫혀버렸습니다.
 
저는 인영이마저 어머니나삼촌처럼 저를 통과하는게 아닌가 덜컥 겁이 났습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인영이를끌어안아봤습니다.
 
정말 다행으로, 인영이는 저를 통과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영이를 안자 인영이가소스라치게 놀라며 버둥거렸습니다.
 
저까지 화들짝 놀라서 인영이에게서떨어졌습니다.
 
인영이는 어리둥절하며 주위를둘러봤고, 저는 인영이를 조심스럽게 따라갔습니다.
 
 
 
16)
 
 
"그럼 내가 집에 들어왔을 때 부터 쭉 같이 있던거야?"
 
수신-베프향다니♥:
 
누군가 뒤에서 껴안는다거나향기가 났단건 전부 향단이가 옆에 있어서 그랬나보다
 
"왜 목소리는 안나오는거야? 게다가 어떻게 핸드폰도 없이 문자를 보낼 수 있지?"
 
수신-베프향다니♥: 나도 잘 모르겠는데,아마 죽어서 그런거 아닐까?
 
그렇구나.
 
향단이는 진짜 죽은거구나.
 
수신-베프향다니♥: 미안.
 
"아냐, 니가 왜 사과를 해."
 
나는 눈물을 닦아냈다.
 
"근데 너희 어머니랑 삼촌은 왜 널 못보신거지? 게다가 삼촌은무당이라면서?"
 
향단이는 잠시 눈을 감고고민했다.
 
수신-베프향다니♥: 아마 어머니는 내가 다시 죽은 이후로 미쳐버리셔서 그런 것 같아. 삼촌은...삼촌이 숨을 안쉬시는데?
 
?
 
그러고보니 바닥에 눕혀놨던삼촌이 여전히 눈을 뜨고 있지 않았다.
 
"삼촌? 삼촌?"
 
흔들어보기도 하고 뺨을때려보기도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가슴에 귀를 대보니 미미하게심장박동 소리가 들렸지만 숨은 쉬지 않는다.
 
"어어? 삼촌?"
 
나는 당황해서 허둥지둥거렸다. 학교에서 배운 심폐소생술을 배웠지. 어떻게 하더라?
 
"일단 가슴을 30, 아니 15회였나? 아니 먼저 인공호흡부터?"
 
수신-베프향다니♥: 기도확보가 먼저 아닐까. 잠시만. 삼촌거라는게 이건가?
 
향단이는 주머니에서 투명한꽃을 한송이 꺼냈다.
 
수신-베프향다니♥: 바리데기님이 이 꽃이 삼촌거라고 했거든.
 
향단이가 삼촌에게 꽃을가져다 댔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꽃이 연기처럼 변하더니 삼촌의 코와 입으로 스며들어간 것이다.
 
"쿨럭!"
 
삼촌이 기침을 크게 한번하더니 눈을 떴다. 그리고 몸을 벌떡 일으켜세웠다.
 
"허억...허억..."
 
"삼촌!"
 
". 인영이. 너가여기까지 데려왔냐?"
 
그러더니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향단이 방이네. 이상하다.2층이 숨쉬기 더 힘들텐데. 문이 닫혀있어서 그런가."
 
"삼촌! 향단이가 삼촌을 살려냈어요!"
 
삼촌의 표정이 이상하게변했다.
 
"...아직도 그런 소리하고있냐? 그래넌 보인다고?"
 
"아니 옆에 있잖아요! 무당이라면서 왜 못보시는데요?"
 
삼촌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한숨을 푹 쉬었다.
 
"하아. 그래. 아마니가 맞을지도 모르겠다. 나만 안보이는 걸수도 있어. 이런우연이 있나. 술취해서 붙잡은 애가 향단이 친구라니."
 
삼촌은 무언가 말하려다가입을 다물었다. 그러길 몇차례 반복했다.
 
"반년전에 내림굿을 했어한달동안 했는데..."
 
겨우 입을 떼더니 힘겹게말을 있는다.
"낌새가 이상했지. 보름이 넘어도 신내림은 커녕 신기도 안생겼으니까. 결국 신병이 아니었어."
 
,하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들린다.
 
"주변에서 다 기다리라고 하니까 병신같이 진짜 기다렸어...어르신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가보다 했지."
 
삼촌은 참다가 결국 하아, 하면서 울음섞인 숨을뱉었다.
 
"한달동안을...! 그걸...!나라는 병신이...그걸...병신같이 진짜... 내가 죽인거나 진배없어...
 
게다가 그 뒤로 난 내책임이 아니라고 합리화하며 도망갔거든.
 
그리고 반년이나 지나서지금 여기 온거야. 아마 계기가 없었으면 몇년이고 안왔을지도 몰라."
 
문득 처음 삼촌을 만났을때 술에 취해서 뭐라뭐라 하던게 기억이 났다.
 
"진짜 그 아이를 볼 면목이 없다. 그 아이도 날 원망하고있을거야안보이는것도 그래서..."
 
옆에서 같이 듣고있던 향단이가이빨을 꽉 깨무는 소리가 들렸다.
 
수신-베프향다니♥: 듣고있기 짜증나니까 뺨 한대만 쳐줄 수 있어?
 
""
 
나는 망설이지도 않고 찔찔거리고있는 삼촌의 뺨을 힘껏 때렸다.
 
!
 
삼촌의 고개가 돌아가고울컥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향단이가 때리라는데요. 아 잠시만요."
 
!
 
나는 반대쪽 뺨도 마저때렸다.
 
"이건 제가 때리고싶어서 때렸어요."
 
"! 그렇다고 사람 뺨을!"
 
"아니 맞을만 하잖아요! 향단이가 그런걸로 원망한다던가 웃기는소리잖아요! 얘기 들어보니까 그냥 삼촌이 찌질해서 못보는 것 같구만!"
 
아무도 탓하지 않았는데그거가지고 혼자서 꿍얼거리고 있다니 이런 진상이 있나.
 
그 죄책감때문에 바로 옆에있는 향단이도 못보다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수신-베프향다니♥: 잠시만.
 
향단이가 내 품에서 부적을꺼내들었다. 아까 받았던 수호부다.
 
향단이는 수호부를 들더니 후우숨을 불어넣었다.
 
수신-베프향다니♥: 이거 한번 드려볼래?
 
나는 부적을 삼촌에게 건냈다.
 
"향단이가 주라는데요?"
 
"내가 줬던 수호부잖아. 향단이가 이걸 왜...!!!"
 
수호부를 받아들더니 내 옆을 보고 놀라서 눈을 크게 뜬다. 향단이가 보이는 모양이다.
 
"아마 이중에서 부적이 제일 필요한건 삼촌같네요."
 
나는 핸드폰을 삼촌에게내밀었다.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
 
수신-베프향다니♥: 미워한적 없어요. 오히려와주셔서 감사한걸요.
 
삼촌은 한참을 멍하니 향단이를쳐다봤다. 그러더니 씨익 눈물섞인 웃음을 지었다.
 
"고맙다."
 
 
 
 
 
 
17)
 
 
"진짜 바리데기님을 만났다니."
 
향단이의 이야기를 들은(정확히는 본)나는 탄식을 뱉었다.
 
"그럼 나한테 쓴게 아마 숨살이꽃일거다. 이거 바리데기님께고사라도 드려야겠는걸."
 
"숨살이꽃?"
 
"사람의 숨을 되돌릴 수 있다고 전해지는 저승의 꽃들중 하나인데아마그게 없었으면 나도 죽었을거같다."
 
"? 그러면 향단이도 되살릴 수 있는거 아니에요?"
 
인영이가 깜짝 놀라서 향단이를 돌아본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 죽은 사람을 살리려면 그거 한송이가 아니라 살살이꽃, 피살이꽃, 뼈살이꽃, 혼살이꽃. 이것들까지 다섯송이가 필요해."
 
"... 많네요..."
 
수신-베프향다니♥: 난 괜찮다니까.
 
거기다가 애초에 죽은 사람을살리는건 금기다. 나에게 숨살이꽃을 썼던것도 아예 숨이 안끊어졌으니 가능했겠지.
 
"그냥 삼촌처럼 부적같은거에 향단이가 숨을 불어넣으면 안돼요?"
 
"안될걸. 정확히 말하자면 수호부는 매개같은거였으니까."
 
내가 향단이를 보지 못한건아마 죄책감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 아이를 배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호부는 제스쳐같은 것에불과하고, 내 마음의 응어리가 사라져서 보였다는게 정확하겠지.
 
아마 아주머니도 나랑 비슷한상황일거다. 딸을 두번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계시겠지.
 
수신-베프향다니♥: 그러고보니 바리데기님께서 어머니께도 꽃을 한송이 주셨어요.
 
향단이가 주머니에서 푸른색의방울같은 꽃잎이 달린 꽃을 꺼내놨다.
 
나는 그 꽃을 보며 깜짝놀랐다. 오늘 희귀한 구경 정말 많이하는구나.
 
"아마 이게 혼살이꽃일거다."
 
수신-베프향다니♥: 이걸 어떻게 쓰라는걸까요.
 
"지금부터 궁리해봐야지... 아마 아주머니의 혼을 되돌리면잡귀들도 몰아낼 수 있을텐데... 근데 시간이 얼마남았다고?"
 
수신-베프향다니♥: 사흘이라고 하셨는데 오늘이 사흘째니까... 오늘까지같아요.
 
문득 핸드폰시계를 보니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정확히 12시기준인지, 동틀때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은 충분한 편이다.
 
"다행이 아직 여유가 있네. 그나저나 이걸 통째로 들이댄다고 끝날 것 같진 않은데."
 
? 그러고보니 뭔가 허전하다.
 
"내 가방 어디갔어?"
 
"아까 아래에 놓고온 것 같은데요?"
 
"?"
 
나는 기겁했다. 그 가방에 부적이나 퇴마도구들이 들어있는데!
 
"미치겠네. 가서 가져올 수 없고."
 
아래쪽에 남궁아주머니를비롯해서 잡귀들까지 있는데 혼살이꽃 하나 들고 돌격하는건 미친짓이지.
 
정신까지 잃은놈이 왜 가방안주웠냐고 인영이에게 따질수도 없는 노릇이고. 물에 빠진놈이 봇짐내놓으라는 격이다.
 
수신-베프향다니♥: 아참. 제 서랍에 붓이랑 종이가 있어요.
 
천만다행이다. 일단 부적을 그릴 수 있으면 파사부나 제압부를 그려서...
 
수신-베프향다니♥: 근데 물감이 없어요.
 
"게다가 종이도 흰색이네..."
 
서랍에서 나온 것은 미술용붓과 A4용지였다.
 
낭패다. 경면주사를 갈아넣은 물감이 있어야 하는데 당장 구할 방도가 없다.
 
게다가 부적을 그릴 종이도흰색이라서 효과가 반감될 것이다.
 
하긴, 학생이 경면주사나 부적지를 가지고 있는게 이상하지.
 
수신-베프향다니♥: 책같은걸로 공부는 했는데 부적은 그려본다는 생각을 못해서...
 
옆에서 인영이가 어리둥절해했다.
 
"부적이 꼭 있어야해요? 영화같은거 보면 패기같은걸로 귀신을쫒아내던데"
 
그건 진짜 수행이 깊은무당이나 가능한 짓이다. 내가 그런짓을 하면 전쟁터에 방탄복과 총도없이 맨몸돌격하는 격이다.
 
거기다가 부끄럽지만 나는부적에 많이 의존하는 성격이다. 제일 장기이기도 했고.
 
물론 굿이나 제령술도 가능하지만가방이 없으니 불가능하다.
 
인영이가 꽃을 살펴보다가무언가 발견했다.
 
"물감은 이걸로 쓰면 안돼요?"
 
"?"
 
"여기 꽃잎에 파란색으로 뭐가 고여있는데요?"
 
정말이다. 방울처럼 생긴 꽃잎 안에 파란색의 액체가 고여있었다.
 
손가락으로 살짝 찍어보니파란색이 묻어나온다.
 
"이건 파란색이잖아. 부적은 붉은색..."
 
"아래에 부적 붙어있는건 다 파란색으로 그렸던데요?"
 
"그건..."
 
흰색 바탕에 파란색 물감으로그리는 청백부적. 남궁아주머니의 특기셨던 혼을 부르고 인도하는 부적이다.
 
하지만 그 부적은 혼을 제어하는 신이 없는 사람이 쓰는 것은 무리이다.
 
실제로 아주머니도 바리데기님을잃어버린채로 청백부적을 남용하다가 모여든 잡귀에 씌이지 않았는가.
 
"미안한데, 나는 모시는 신이 없어서 청백부적은 못써. 함부로 썼다가나도 아주머니랑 같은꼴이 날거다."
 
"신이라면 여기있잖아요?"
 
"?"
 
인영이가 향단이를 쳐다본다. 향단이가 나? 하는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르킨다.
 
수신-베프향다니♥: 나 그런거 해본적 한번도 없는데?
 
"아까 집에 들어왔을 때 날 지켜줬다고 하지 않았어? 삼촌은쓰러졌는데 난 멀쩡했잖아."
 
.
 
지금 향단이의 상태는 수호령, 수호신과 비슷한 상태이다. 내가 시독과 가스때문에 쓰러졌을때도 인영이는멀쩡했다.
 
지금 목적은 일단 아주머니의혼을 되살리는 것이다.
 
아주머니가 제정신을 차리면무당이 두명이 된다. 내 가방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뒤는 내가 가지고 다니는파사부를 쓰거나 아주머니가 부적을 회수해서 몰려있는 잡귀를 해산시키면 된다.
 
"될지도 모르겠다. 한번 해보자."
 
수신-베프향다니♥: 어떻게 하면 되죠?
 
"그러니까... 신이 인간의 오감을 대신하고 육감을 줘서무당이 되는건데... 근데 난 이미 무당이고..."
 
첫번째 난관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내 자신의 영기와 퇴마술을 활용하는 무당이다.
 
즉 신을 모셔본적이 한번도없으니 신을 모시는 무당들이 그 신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모르겠다!
 
"그냥 아까처럼 그냥 같이 붙어있으면 되는거 아니야?"
 
인영이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속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니까 아까부터 비교적 심플한 의견을내놓는다.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건가.
 
"향단아. 일단 이 붓좀 잡아봐."
 
향단이가 붓을 잡자 나는붓을 잡은 향단이의 손을 감싸쥐었다.
 
"천천히..."
 
붓으로 꽃에서 푸른색의액체를 찍어내어 종이에 찍어낸다.
 
의식해서 내가 알고있는부적을 그리려고 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손이 가는대로 움직인다.
 
'신과 함께 한다'라는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 정신을집중했다.
 
그렇게 한참을 그려내서 A4용지에 가득 차는 청백부적 하나를 그려낼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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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제 글을 끝까지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원래 아까 오전에 12,13챕터로 下上편을 올렸었습니다.
 
근데 막상 올려놓고 보니까오류도 많고 오타도 많고 뭔가 마음에 안들어서
 
베스트까지 간걸 일단 삭제한후에 다시 써서 18까지 올립니다 ㅠㅠ
 
전 글에 추천과 댓글 달아주시분들죄송합니다 ㅠㅠ
 
원래는 17까지만 올릴까? 했는데 그냥 다음편에 쓸 18까지 올렸습니다.
 
아마 다음 下下편에서 끝날것 같습니다.
 
다음편에서 결말과 에필로그, 후기와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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