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작년을 향해 가고
지난 달의 경계선은 오고 있다
돌아올 수 없는 길에 서성이고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자꾸 보려는 듯이
흐르듯 흐르듯 미끄러져 내리는
산 정상 위의 돌들
묵직하게 흘러가는 빛이란
까맣게 그어진 돌들 사이에서
새어나오고 그건 빛이 아니라
또 다른 어둠이었다
먼 길 향해 흘러가는 눈빛은
머나먼 너의 나체 보며
손 흔들고, 뿌려진 옅은 미소가
검게 굳은 잉크가 되어
내 곁을 맴돌며 음흉하게 변해간다
멈추어버린 누군가의 피처럼
검디 검은 볼펜의 기억도 굳어지고
옅어지다가 결국엔 옅어지겠지만,
기억은 기억으로 남아 떠돌며
시간의 뒷구멍에 잉크 짊어지고
들어갔다가 나오며 또 다른 누군가를 괴롭히겠지
들어갔다가 나오지 않으며 누군가를 괴롭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