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는 참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괜히 정보의 바다라 하는 게 아니죠.
하지만 그만큼 위험한 것도 많죠. 인터넷의 특성상 퍼지기도 쉽구요. 역사 쪽도 마찬가집니다.
안 그래도 역사는 분명 하나의 전문 분야임에도 일반인에게도 많이 퍼진 분야니까요.
접근성이 좋다 해야될까요. 그래서 저도 이렇게 쓸 수 있는 것이고...
아무튼 위험성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크게는 환단고기, 작게는 원균옹호론이었죠.
PC통신부터 2천년대 초기 인터넷을 휩쓸었습니다. 아직까지 남아있긴 합니다만 그 때에 비할 순 없죠.
기존의 무언가에 대한 반감을 기반으로 정치적인 양념이 가해지고 자극적인 내용, 이게 인터넷과 결합된 결과였습니다.
+) 아예 현대사를 다루는 거야 아주 개난장판이고요 -_-;
이런 참 큰 것들을 제외해도 인터넷에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건 참 위험합니다.
왜곡이 쉬운 것은 기본이고 인터넷 특성상 재밌는 부분이 중심이 되며 깊게 다루기는 힘들죠.
세 줄 요약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간단히 다루기에는 너무나도 어렵구요.
그 기준이라는 것도 참 잡기 어렵구요. 역사에 대한 관심 및 지식에 따라,
나이에 따라 수준은 달라지긴 해야 되거든요.
전에 이 부분 좀 생각하게 될 일이 있었는데 -_-; 정말 어렵더군요. 자세한 건 생략하겠습니다.
뭐 그럼에도 인터넷이 발달해 가면서 공부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정말 세금 아깝지 않은 작업들이 계속되고 있는 거죠. 더 깊게 가자면 컴퓨터에서 벗어나 발품을 팔아야 되겠지만요.
뭔가 이것저것 열심히 공부하는 척 하지만 사실 제 글의 대부분은 컴퓨터 앞에서 만들어집니다.
복붙이 일상이죠. 이번엔 요걸 좀 소개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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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뒹굴 기웃기웃거리다 보면 뭔가 떡밥이 나옵니다.
뭔가 재밌는 걸 찾아내거나 제가 애초에 다루고 싶었던 걸 이쯤되면 한 번 꺼내볼까 하는 거죠.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가 떠오르는 것도 있고, 요청받아서 쓰는 것도 있죠.
최근에 블로그 다시 시작한 게 그런 이유로 글 쓰는데 pgr은 보여주기 싫어서라는 설이 있습니다.
일단 여기서 디벼볼까 말까가 갈립니다. 일단 떡밥이 틀렸고 재미없다 싶으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죠.
최근에도 인조 관련해서 좀 웃긴 떡밥이 있었는데 틀린 거더군요 -_-;
반대로 떡밥이 완전히 틀렸는데 마구마구 퍼졌다 싶으면 열받아서 그걸로 쓰기도 하구요.
그 다음은 어려운가 아닌가죠. 좀 더 구체적으로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는가 없는가입니다 (...)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거야 그냥 좀 찾아보고 뚝딱뚝딱 만들지만 찾아봐도 어려운 게 있고 거의 불가능 수준인 게 있죠 -_-;
이 중에서 어려워도 공부하고 싶고 근데 글로 쓰기엔 재미도 없고 너무 어렵다...
포기합니다. 아예 혼자 공부하는 부분도 있구요.
인터넷에서 공부해도 충분히 되겠다, 이러면 바로 들어가죠. 쉬운 거면 바로, 어려운 거면 좀 준비한 다음에...
헌데 이 준비라는 게 실제 찾아보는 게 아니라 마음의 준비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 - -)
아무튼... 그렇게 시작을 하죠.
떡밥을 찾아내거나 밑그림을 짜는 데 참 큰 도움을 받는 게 박시백 화백의 조선왕조실록입니다.
일단 이 분이 실록을 미친듯이 팠고 그 분량도 어마어마하니까요.
하지만 이 자체의 한계도 분명 큰지라 이거 가지고 시작했다가 아예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합니다.
반대로 사도세자 얘기할 때는 사학자들이 결론내길 주저하는 부분을 과감하게 결론냈고, 이게 맞다고 보는지라 많이 인용했죠.
혹은 다른 거 찾아볼 필요도 없이 이게 맞다 싶은 부분 (그러니까 통설) 은 이 책을 거의 복붙하는 수준인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
이게 가능한 게 조선왕조실록이 번역되고 인터넷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을 통해 통설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고, 지금도 바뀌고 있죠. 교양서도 참 많이 나올 수 있게 됐고, 일반인도 간단히 찾아볼 수 있게 됐죠.
실록의 최대 장점은 아무리 편향적으로 기록됐다 해도 무지막지하게 많은 내용을 담았다는 점입니다.
왕과 신하들의 대화, 아래에서 올라오는 장계들이 마구 담겨 있거든요.
당시 사관들은 까는 용도로 넣은 거지만 지금 보면 다르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그런 상황에서도 잘린 것들이 참 많겠지만, 그러고도 어마어마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이죠.
선조실록이 많이 소실되고 편향적이라 해서 선조수정실록이 나왔지만 선조실록을 파기하지 않았고,
광해군의 경우 중초본과 완성판인 정초본이 다 남아 있습니다. 이걸 통해 어느 부분이 주로 잘리는지도 볼 수 있죠.
그럼에도 빠지고 왜곡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건 있는 걸 최대한 다 찾아본 다음에야 할 수 있는 말이겠죠.
다른 야사들은 실록에 담을 수 없는 진실을 담을 순 있겠지만 왜곡 가능성 역시 더 크거든요.
하지만 위험한 게 일부만 보고 전혀 다른 결론을 낼 수 있다는 겁니다.
길면 몇십년까지 가는 사건들 중 한 부분만 복붙해도 그럴싸한 주장이 만들어지니까요.
원균옹호론이 이걸 참 잘 보여줬죠.
선조의 말만 잘 인용하면 원균 명장 됩니다. -_-; 굳이 노리진 않더라도 적게 찾을수록 왜곡될 위험은 더 커지는 거죠.
+) 이순신 (장군님 ㅠㅠ) 파직의 원인이 되는 가토의 도해,
여기서 선조가 "이순신이 출동 안 해서 그렇게 됐다"는 분노하는 기사만 옮기면 멋진 역사왜곡이 가능합니다.
이게 당시 이 사건에 대한 조선의 기본적인 평가가 됐구요.
하지만 그 전의 기사에 이순신에게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가토가 도해했다는 기사가 있고 이것이 거짓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많이 찾아봐야 된다는 거죠.
원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할 겁니다.
삼각형, 사각형, 육각형, 이렇게 가면서 원과 더 가까워지죠.
아예 원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최대한 원을 향해 깎아가야 하는 거니까요.
하지만 실록으로도 부족하죠. 아무래도 서울 위주에 궁에 들어오는 정보만 알 수 있으니까요.
외부의 평가도 좀 보고 싶고 찾다 지쳐 누가 결론을 좀 보여줘라는 마음도 들고 말이죠 -_-;
실록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은 게 승정원일기입니다.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과 비교할 기관인 승정원, 일기는 그런 공문서입니다. 왕명이 내려오고 왕에게 보고가 올라가는 모든 게 담겨 있죠.
최대한 필요한 부분만 정리하고 나머지는 삭제한 (종이 아끼려고 ㅠ) 실록에 비해 여기는 모든 게 담겨 있습니다.
지금도 계속 번역중입니다만 그 양이 실록의 열 배를 넘어가죠.
이것도 인조부터 고종까지만 남고 그 사이에도 소실된 게 많습니다. 그러고도 남은 게 이 정도라는 거죠.
거기다 초서체(필기체-_-a)로 흘려 쓴 거라 번역하기 더 힘들어지구요. 저 죽기 전에 완료될까 모르겠네요.
이게 번역이 완료되면 조선사는 여러 차례 대격변을 겪을 겁니다.
무서워하면서도 기대하고 있죠. 하지만 접근하긴 어려워 참고는 잘 못 합니다. =_=a
이럴 때 야사들도 참고해야죠. 여기서 주로 참고하는 사료는 역시 연려실기술입니다.
이긍익(1736~1806)이 숙종대까지의 야사를 최대한 긁어모은 것이죠.
여길 보면 이전의 "통설"이라고 했던 걸 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교양서부터 드라마 같은 걸 만들 때도 이걸 참고했구요.
실록이 번역된 지금이야 가치가 떨어진 편이지만 결코 낮다고 할 순 없습니다.
개인의 노력으로 이 많은 야사들을 끌어모은 거니까요. 또 최대한 자신의 입장은 배제했구요.
다른 사료들에 안 나오는 얘기일 경우 (그러니까 교차검증이 안 될 때) 이건 믿기 힘들다는 정도의 지적만 했죠.
조선 이전으로 갈 때 볼만한 건 한치윤(1765~1814)의 해동역사입니다.
중국, 일본 등에서 사료들을 모아서 고려때까지 나온 걸 옮겼죠. 대몽항쟁 쓸 때 주로 참고했습니다.
역시 참고해 볼만한 책이 동사강목이죠. 역시 고려때까지를 다룹니다.
이걸 지은 안정복은 성호 이익의 제자로 스승과 사제가 우리 역사를 참 많이 연구했습니다.
그가 질문하고 토론한 편지도 남아 있죠. 대마도가 우리 땅인가 아닌가 하는 떡밥도 있구요.
제가 아는 분은 그를 조선 최고의 역사학자로 평가하더군요.
... 인터넷으로 공부한다면서 왜 이런 것들을 소개하냐구요?
이것들도 다 인터넷에 있거든요
http://db.itkc.or.kr
조선왕조실록, 지금까지 번역된 승정원일기, 일성록(정조 때부터 시작된 왕의 일기, 역시 세계기록유산입니다)부터 해서
어마어마한 양의 기록들을 담고 있죠. 번역된 것도 많고 지금도 번역중일 겁니다.
http://db.history.go.kr
여기서도 고대부터 현대까지 온갖 자료들을 담고 있구요. 직접 보세요 _^) 일본서기도 있습니다.
http://e-gonghun.mpva.go.kr
여기서는 일제강점기 때 특히 독립운동에 대한 기록들을 볼 수 있죠.
http://www.imhc.mil.kr/imhcroot/data/pdf_design.jsp
6.25 전쟁을 할 때는 군사편찬연구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많은 책들을 냈고,
그 책들을 PDF파일로 무료로 올려놨죠. 정말 세금 아깝지 않은 일입니다.
뭐 그러고도 더 찾으려고 여기저기 발품 팔긴 했지만요.
역시 IT 강국이라고 해야 될까요.
한 이십년전만 해도 이런 걸 찾아보는 것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라 할 것을 지금은 클릭만으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방의 공문서나 개인이 남긴 기록을 발굴해 책으로 내거나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말 고마운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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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다시 말 하면 저기서 없으면 쓰기가 좀 그렇다는 것이죠 (...);;;
거기다 일단 뭘 쓰더라도 중심을 잡고 써야 되니까요. 실록을 찾더라도 모든 기사를 보지 않는 한 선배님들의 도움을 받아야죠.
시작은 주로 위의 박시백 화백의 책이지만, 그걸로 부족할 때가 많습니다. 전문서적은 아니니까요.
그런데 도서관에 가기 싫다면 ( - -); 논문을 주로 찾아보죠. DBpia라든가 kiss라든가... 그걸로 부족하면 그 때 가서 책을 찾습니다.
그리고 또 혼란에 빠지죠. orz 같은 입장만 있는 건 없으니까요.
더 찾아보거나 제 길을 가거나 (책 무시하고 실록 등만 보고 결정 - -;) 포기하거나 그러죠.
아무튼 책의 순위가 참 뒤쪽인 거죠 ( - -)a
올해 초에 메인으로 밀던 미지와의 조우가 참 뜸하게 나오고 대신 연산군이니 광해군이니 하는 얘기를 미는 이유도 그겁니다.
인터넷의 서평 내지 논문으로는 그들의 시각을 보는 게 한계가 있고 일일이 책을 봐야 되니까요.
돈도 돈이고 귀찮... orz 마음 같아선 그 책들 다 사모으고 싶지만요.
이런 형편이니 아무래도 찾기 쉬운 정치사 쪽으로만 글을 쓰게 됩니다.
제도사 같은 건 책을 계속 찾아봐도 힘들기도 하구요.
서양부터 해서 외국 쪽을 파기도 힘든 게 영어 일어 한문 모두 힘들게 보는 판이라서 그렇죠.
가끔 가벼운 얘기를 옮기긴 하지만 제가 원문을 찾아보는 수준까지 안 가면 힘들겠죠.
그런 무서운 분들이 학계든 역덕이든 많습니다. 그 열정을 따라가고 싶은데 많이 부족하네요.
아무튼... 글 요렇게 씁니다 ^^;
출처 : http://pgr21.com/?b=1&n=2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