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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취(屍臭) - 中
게시물ID : panic_806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타필리아
추천 : 87
조회수 : 5163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5/06/10 05:39:04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76683
시취(屍臭) - 上 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중편은 가인도령의 시점에서 전개됩니다.
 
 
 
 
5)
 
무당에는 두종류가 있다.
 
신(神)을 받은 무당과 그렇지 못한 무당이.
 
전자의 경우에는 그 무당을 신이 보호해주고,  이끌어준다.
 
신은 평범한의 눈, 코, 입, 귀, 손이 된다. 그리고 무당으로 만든다.
 
무당이 신을 의존하면 의존할수록 무당의 능력은 강해진다.
 
그렇지만 신을 받을 소질이 없는 후자의 경우에는 자기 자신이 신이 해야할 일을 대신 해야한다.
 
일단 귀신을 볼 재능이 있어야했고, 어떤 종류인지 스스로 판별할 정도로 지식을 쌓아야하고 퇴치하는 방법도 익혀야한다.
 
굳이 말하자면 무당보다는 퇴마사에 가깝다고 하겠다.(보통 그냥 무당이라고 뭉뚱그려서 부르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공부를 끝마치지 못해서 그냥 '좀 영기가 있는 사람'이나 '선무당'이 되는 경우도 많다.
 
또 수련으로 영기를 쌓지 않으면 귀신에게 역으로 당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퇴마나 빙의를 시도하다가 미쳐버리거나 죽는 경우도 많다.
 
내가 이 후자에 속한다. 그리고 남궁아주머니는 전자였다.
 
그녀에게 내린 신의 이름은 '바리데기'였다. 무당 사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접을 받는 신인데, 전설에 따르면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아주머니의 특기는 '빙의굿'이었다. 죽은 영혼을 불러와서 산 사람과 대화를 시키는 것이다.
 
또한 그 신은 시기(屍氣)를 몰고 다녀서 냄새를 풍기는데 죽은자들과 시체를 가까히 접하다보니 그렇다고 한다.
 
물론 평범한 사람은 못느끼고 영기가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다.
 
죽은 사람을 데려오는 신 답다고 하겠다.
 
그녀는 딸을 임신 했을 때 신내림을 받았는데 들은 이야기로는 신이 뱃속의 아이가 유산될 것을 살려줬다고 한다.
 
그래서 항상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고 누구보다 그 신을 믿었다.
 
그녀의 능력은 출중해서 다른 무당 사이에서는 '정말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아주머니는 딸은 있었지만 남편은 없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임신만 시키고 사라졌다나 마누라가 신내림을 받고 굿을 하는걸 보고 기겁해서 도망쳤다는 말은 있다.
 
그래서 딸은 아버지의 성 대신에 어머니의 성을 물려받았고, 아주머니는 그 딸을 극진히 아꼈다.
 
딸도 어머니를 곧 잘 따라서 무당이 되겠노라 했다.
 
어머니는 신의 도움으로 살아난 자신의 딸도 자신처럼 무당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어느날 겨울, 그녀의 딸이 병에 걸렸다.
 
몸에 열이 펄펄나고 음식을 먹지 못하고 다 게워냈다.
 
남궁아주머니는 신병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신을 넘겨주기 위해 신내림 굿을 했다.
 
하지만 딸의 열은 내리지 않았다.
 
그녀는 정성이 모자라다고 생각하고 굿을 한달동안 계속했다.
 
한달동안이다. 한달동안 제대로 쉬지도 않고 주문을 외우고 칼춤을 추고 빙의를 시도했다.
 
그것도 추운 겨울에.
 
결말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한달째 되던 날, 딸은 결국 굿판에서 신께 빌다가 쓰러져서 그대로 다시는 눈을 뜨지 않았다.
 
혹자는 딸이 무당의 자질이 모자라서 자기 어머니의 커다란 신을 물려 받기에는 무리였다고 말하고
 
혹자는 그냥 단순한 감기나 몸살을 한겨울의 굿으로 큰 병으로 키워서 죽었다고 했다.
 
잔망스러웠던 점은, 그 딸은 자기 죽을때까지 어머니에게 불평 한마디도 안했다는 것이다.
 
'그냥 병원에 가보면 안될까요'라거나 '너무 힘들어요 어머니. 그만하세요.'라고만 했어도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딸이 무당이 되리라 믿었던 어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던 딸이 버티고 버티다가 끝내 죽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사실 내가 죽였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아이는 몸이 반쪽이 되어있었고,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시기가 넘쳐흘러 냄새까지 풍기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도 무당이 되겠다고 제단에다가 필사적으로 비는걸 보고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저정도로 노력하는데 왜 신이 안내리지?' 같은 바보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런 상황이라면 일단 끌어내서라도 병원에 데려가야하지 않는가.
 
무당이랍시고 시기를 보고 맡을 수 있는 사람이 그 자리에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애초에 바리데기는 시기를 풍기는 신이다.
 
나를 포함한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은 죽을사람의 그것이 아니라 신내림에서 오는 그것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도 다 되가는(되간다고 하는)굿을 망치는 것을 망설였는지도 모르겠다.
 
큰무당 앞에선 작은무당이 춤 안춘다고, 괜히 나서기가 부담스러웠겠지.
 
나는 작은 무당이었고, 큰무당이었던 아주머니를 믿었고, 나보다 큰무당이었던 주변 어르신들의 말을 믿었다.
 
정성을 더 부으면 무당이 될거라고. 다 좋아질거라고.
 
혹은 나에게 없던 신이라는 존재에대한 경외심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무지일지도.
 
 
 
딸이 그렇게 죽은 후에 크게 충격을 받은 아주머니는 더이상 무당일을 하지 않았다.
 
단지 딸의 시체를 붙잡고 하염없이 울 뿐이었다.
 
나도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 아이는 내 여동생같은 아이였다.
 
한달동안이나 살릴 기회가 있었는데, 살리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졌다.
 
다른 어른들처럼 책임회피하듯이 그 자리를 도망쳐 나왔는데, 그 뒤로 남궁아주머니를 뵙지 못했다.
 
단지 그녀에게 문자로 무당을 그만둘테니 신당을 나에게 처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이다.
 
 
반년이나 지났지만 그때의 굿판은 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한번 뵙겠다고 생각했지만,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부끄럽게도 술의 힘을 빌리기로 했다.

 
 
 
6)
 
정신을 차렸을때는 뺨이 얼얼했다.
 
"으으... 여긴 어디야."
 
"남궁아주머니댁으로 가는 골목이에요 사장님."
 
술기운으로 뵈려고 했더니 뵙기도 전에 길거리에 뻗은 모양이다.
 
어느샌가 와있던 김양이 술깨는 약을 건내줬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분명히 2시쯤에 출발했는데."
 
"그러길래 왜 술도 못하는 분이 과음을 하셨어요. 그것도 대낮에."
 
"내 가방"
 
"여기요."
 
"뺨은 왜이렇게 아프지?"
 
"땅바닥에 얼굴 처박고 주무셔서 쓸리신 것 같은데요."
 
따끔거리는 뺨을 어루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약을 원샷한 후에 혹시나 흘린 물건이 있나 살펴봤다.
 
지갑에서 5만원이 비었다.
 
"...또?"
 
"예. 또. XX여고 산신령님."
 
이제는 술버릇이 되버린 용돈뿌리기다. 김양의 말에 따르면 XX교복을 입은 애를 붙잡고 용돈을 준다는데 나는 기억이 없다.
 
나는 신음을 내며 얼굴을 감쌌다.
 
"나 진짜 XX여고는 앞으로 못갈 것 같다. 쪽팔려서 어떻게 가냐."
 
"왜요. 거기애들은 좋아해요. 앞으로도 많이 뿌리세요."
 
"근데 왜 산신령이야."
 
난 수염같은것도 안기르는데.
 
"나는 이 산의 무당이니라. 이 교복이 네 교복이냐? 이 삼촌이 네 삼촌이냐? 상으로 용돈을 주마."
 
김양은 전래동화를 구연하는 것 처럼 목소리를 굵게 해서 흉내를 냈다.
 
"아, 부자삼촌이라는 별명도 있어요. 진짜 삼촌 삼고싶다나 뭐라나. 막내여동생한테 전해들은거지만."
 
그걸 듣는 나는 쪽팔려서 죽고싶어졌다.
 
"혹시 이상한말 하지 않았어? 성희롱같은거."
 
"지금까지 하신적도 없지만 그랬으면 제가 사장님을 경찰서로 끌고갔을거에요. 제 여동생이었거든요."
 
뭐? 여동생?
 
그러고보니 XX여고에 다니는 여동생이 두명 있었다고 했지 참. 내가 만난게 둘째인가?
 
"아아...분명히..."
 
그 말을 들으니 끊켰던 필름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저기쯔음에서 어지러워서 앉아서 쉬고있었는데, XX여고 교복을 입은 아이가 지나갔고, 그 아이에게 진한 시기(屍氣)가...
 
"미친"
 
남아있던 취기가 싹 가신다.
 
나는 황급히 김양의 어깨를 잡았다.
 
"걔 어디로갔어?"
 
"왜이러세요. 진짜 경찰..."
 
"아니, 빨리 전화라도 해봐! 걔 시기가 장난 아니었다고!"
 
시기란 것은 한자 그대로 시체에서 나오는 기운이다. 무당은 이걸 보거나 냄새처럼 맡을 수 있다.
 
이게 산 사람한테 끼이는 경우는 그 사람에게 죽을 운이 끼었을 때,
 
시체를 많이 접하는 장의사나 영안사같은 경우, 아니면 남궁아주머니처럼 바리데기같은 신을 모실 경우.
 
근데 교복입은애가 무당은 커녕 장의사나 영안사일리도 없잖아?
 
내 다급한 심정을 느꼈는지 김양이 핸드폰을 꺼내서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뭐하고있어?"
 
-그냥 앉아있어. 왜? 엄마가 빨리 들어오래?
 
"너 어디있냐니까?"
 
-놀이터에 앉아있는데 왜? 뭐냐니깐?
 
다행이 당장은 괜찮은 모양이다.
 
나는 김양의 전화기를 뺏어들었다.
 
"너 거기 꼼짝말고 있어! 지금 갈테니까!"
 
 
 
 
7)
 
어디있는지 듣자마자 숨도 못돌리고 뛰어갔는데 김양의 둘째여동생은 짜증날정도로 무사했다.
 
입에 과자와 음료수를 한가득 담아서 입에 한가득 넣고 씹고있다가 우리가 가자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응? 하고 쳐다보는데 무슨 햄스터인줄 알았다.
 
큰 봉투게 과자가 가득 담겨있다. 저거 내가 준 용돈으로 산거겠지?
 
허무해져서 다리가 풀린다.
 
김양이 숨을 몰아쉬면서 투덜거렸다.
 
"헉... 헉... 뭐에요. 멀쩡하잖아요. 사장님 선무당 아니시죠?"
 
"후욱...후욱... 시끄러 임마."
 
하지만 아직 시기가 시라지지 않았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갑에서 꺼냈다.
 
"김양. 카드 줄테니까 아까 오던길에 슈퍼있지? 거기가서 아주머니 드릴 선물이라도 하나 사와. 주스같은걸로."
 
"거기 갔다오려면 좀 걸릴텐데요?"
 
"그렇다고 빈손으로 들어갈 수는 없잖아. 여기서 기다릴테니까 천천히 다녀와."
 
"네. 저 아이스크림 사먹어도 돼요?"
 
"그러던지. 영수증 챙겨와라."
 
"네~"
 
구태여 김양을 보낸 이유는 이랬다.
 
가족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게 있다는거지.
 
나는 머리를 한번 쓸어넘기고 햄스터를 닮은 김양 둘째동생 옆에 앉았다. 이름이 인영이였나?
 
"흠흠. 인영아. 학교생활은 할만하니?"
 
"...혹시 삼촌흉내라도 내는거에요? 지금 완전 오글아들었는데."
 
"뭐 힘든일은 없고?"
 
"딱히 없는데요..."
 
나의 추측은 이랬다.
 
여고생이, 자기 집과는 다른 동네에, 그것도 학교 끝나고 바로 집으로 안가고 어슬렁거린다.
 
거기다가 시기가 풀풀 풍긴다. 무언가 짐작가지 않는가?
 
나는 백팩에서 부적을 한장 꺼냈다.
 
"자. 이거 줄게. 수호부라는 건데 액운같은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요즘 어떤 여고생이 부적같은거 들고다녀요?
 
"20만원짜리야."
 
"감사합니다."
 
여고생에게는 부적은 쓸데없는 미신이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경우는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상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생명은 소중한거란다. 위험한 생각같은거 하지 말고. 따듯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렴. 지금은 못느끼겠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갑자기 인영이가 손사래를 쳤다.
 
"잠깐만요. 잠깐만요. 잠깐만요. 지금 무슨말씀 하는지 눈치챘는데, 그런거 아니거든요?"
 
아냐?
 
"아까 술취해있을때도 그런말씀 하시더니... 저 자살같은거 안하거든요!"
 
"그럼 왜 이런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언니한테 아무말도 못들었어요? 저 친구만나러 온거라니까요! 문을 안열어줘서 시간떼우고 있는거에요!"
 
친구? 김양한테 그런소리 못들었는데?
 
"참나 진짜. 제가 그렇게 위태위태하게 보여요?"
 
그러고보니 발랄한 햄스터같다. 저 과자는 친구주려고 산건가?
 
"뭐, 부적은 감사하게 받을게요. 그럼 전 다시 친구집으로."
 
봉투를 주섬주섬 챙기더니 골목길로 쪼르르 사라진다.
 
...
 
...
 
...
 
"왜 따라오시는데요?"
 
"아니, 설마해서."
 
그래도 김양 동생이고, 나한테도 조카뻘인데 이대로 보내기에는 찝찝했다.
 
수호부도 주긴 했지만 부적이 만능은 아니니까.
 
김양에게는 놀이터에 도착하면 전화하라고 문자를 보내놨다.
 
"그리고 여고생 혼자서 이런 골목길 다니면 안되잖아? 보디가드야 보디가드."
 
"그건 감사하네요."
 
흥흥거리며 새침하게 고개를 까딱인다.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저런 점은 자기 언니랑 판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왠지 인영이가 가는 길이 익숙하다.
 
느낌이 맞았는지 도착한 곳은 남궁아주머니의 집 앞이었다.
 
"여긴 왜 왔어?"
 
"여기가 친구집인데요?"
 
"뭔소리야. 여기 아주머니 혼자사시는데."
 
"아니에요. 딸 한명 있어요."
 
"그 딸...이 죽은지가 반년정도 됐다."
 
이 말을 하면서 나는 가슴이 찌르르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인영이는 내 말을 듣고 깔깔 웃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일주일 전에 봤는데."
 
"착각한거 아니야? 니 친구 이름이 뭔데?"
 
"남궁향단이요."
 
 
 
(계속)
 
 
 
-------------
 
 
모자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는 분들, 추천과 댓글을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합니다.
 
오탈자 수정도 제대로 못해서 지적을 받으니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ㅠㅠ
 
몪->몫 지적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아마 이번에는 오탈자가 없을 거에요! (불안)
 
쓰다보니 길어져서 상하편이 아니라 상중하편으로 나누게 됐습니다.
 
그럼 하편에서 뵙겠습니다.
 
아마 오늘 오전중이나 내일 새벽에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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