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특히 다나미 아오에는 이스라엘의 징병 정책이 지닌 아랍인에 대한 배제적 성격에 주목한다. 모든 이스라엘 시민은 징병 대상이지만, 아랍인 - 정확히는 아랍 무슬림. 아랍인이라도 드루즈인은 징병 대상이다 - 들은 면제된다. 다나마 아오에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대는 유대인과 이스라엘 정체성 형성, 즉 '국민화'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기구이며,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이민 2세 유대인들에게 히브리어를 가르치고 이스라엘인이라는 결속감과 연대의식을 부여하는 동시에 아랍에 대한 적대감 역시 가르치는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군에 입대하고자 하는 아랍 무슬림일지라도 군이 지향하는 '국민화' 과정이 본질적으로 '유대 민족의 국가인 이스라엘의 국민화'임을 의미하기에, 스스로가 속한 공동체와 완전한 관계 단절과 아랍 정체성의 부정을 의미하는 입대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집단에 따른 의무의 차이는 결국 각 집단이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의 차이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병역의무를 끝마친 자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혜택이 많은 이스라엘에서는 병역이 단순한 의무가 아닌 권리라고 다나미 아오에는 지적한다. 이스라엘의 많은 직장들은 구인 조건으로 '병역필'을 내걸고, 따라서 군대에 가지 않은 - 또는 못한 - 아랍 무슬림들은 이렇게 경제적, 사회적 영역에서도 밀려난다.
이스라엘의 예쉬바 출처: https://www.nytimes.com/2014/03/13/world/middleeast/israel-restricts-exemptions-from-military-service.html
아랍인 외에도 아직까지 이스라엘에서 징병 대상이 아닌 집단은 유대교 종교교육기관인 예시바(Yeshiva)에 다니는 정통파 유대인들 - 2012년, 토라 교육으로 이들의 병역을 '대체'하는 법안이 이스라엘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판정을 받았다. 2014년에는 새로운 징병법이 통과, 예쉬바 학생들 중 1,800명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입대하도록 변경되었다. 이후 이들 정통파 유대인들은 징병에 반발, 2014년 대규모 시위를 조직했으며, 아직까지 일부 집단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반발을 이기지 못한 이스라엘 정부는 2017년에 시작되기로 한 정통파 유대인들에 대한 전면적 징병을 2020년으로 연기했다. - 이다.
두 집단 모두 병역으로부터 면제되거나 '특혜'를 누리고 있지만, 그 이유는 사뭇 다르지 않을까하고 생각한다. 즉 예쉬바의 정통파 유대인들은 토라를 공부하고 유대교의 규범과 율법을 지키는 일이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의 최고 우선순위"라고 주장한다. 2014년 새로운 병역법이 통과되었을때 정통파 유대인의 정당인 통합 토라유대교당(United Torah Judaism party)의 의원은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유대 국가라고 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했다."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유대 국가로 규정했기에, 그리고 슐로모 산드가 지적한대로 유대 정체성과 유대교를 떼어놓을 수 없기에 병역이라는 국민적 의무를 수행하지 않더라도 이들 정통파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국가 정체성의 핵심적 구성 요소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으며 이스라엘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 역시 그러한 점을 알기에 징병에 대한 이들의 거부와 반발을 무시하고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다. 유대 국가인 이스라엘에서 유대교 율법을 근거로 한 주장을 묵살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정통파 유대인들의 징병에 반대하는 2014년의 시위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Protest_against_conscription_of_yeshiva_students
반면에 아랍인들은 다른 상황이다. 이스라엘이 적대적 아랍 국가들에 둘러싸인 상황에서, 보편적 이스라엘 시민/국민 정체성보다는 유대 정체성을 강조해온 이스라엘 국가는 자국 내 아랍인들의 '충성심'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내부의 적에게 총을 쥐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반면에 같은 아랍인이더라도 아랍 세계 내에서 소수자이자 종교적 차이로 인해 외부 아랍 세계와의 연대의식이 비교적 낮은 드루즈 아랍인들은 비교적 믿을 수 있기에 징병의 대상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통파 유대인들이 받는 병역면제가 특혜라면, 아랍 무슬림들의 병역면제는 이들이 믿을 수 있는 100% 이스라엘 시민이 아님을 인증하는 일종의 차별인 셈이다. 정통파 유대인들도 군대에 가야한다는 - 유대인 국민으로써 국민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 목소리는 커지는 반면, 아랍인들 역시 군대에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약한 것은 애시당초 이들을 같은 국민으로 보는 시각이 여전히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스라엘의 다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아랍인들은 같은 의무와 권리를 누려야하는 국민이 아닌, 언제든지 총부리를 돌릴 수 있는 내부의 제5열로 보는 것은 아닐까. 이스라엘 내 아랍인들의 인구 증가는 많은 유대인들에게 '위협'이며, 해외 유대인들의 이주를 늘리기 위해 기를 쓰는 것이 오늘날의 이스라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