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아주 친한 여자 친구가 있습니다.
한정애라고 하는 대학교 같은과 친구였지요.
언젠가 아주 오래전에 정애 어머니의 이야기를 여기 게시판에 한번 쓰기도 했었는데.. 벌써 십년전 이야기군요.
학교다닐때도 여장부였고 똑똑하고 올곧은 친구였습니다.
그당시 많은 친구들중에도 특히 걔와 친한 이유는 집이 근처였기 때문이었어요.
버스 정류소에 내려서 우리집을 거쳐서 정애집으로 가는 동선인데
거의 예외없이 우리집에 들러서 음악듣고 차한잔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어둑어둑해지면 자기집으로 갔었으니까요.
진짜로 진짜로 좋은 친구였는데 딱 하나 단점은 술이 약하다는거..
본인도 엄청 즐기고 싶어했는데 맥주 한잔만 먹으면 헤롱거려서..
내가 어려울때는 자기의 신용카드를 나에게 주기도 했던 친구.
갑자기 왠 뜬금없이 이 친구 이야기냐구요?
시절이 하 수상하니 모두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예전과 다르게 정치에 신경을 쓰게되는 요즈음..
이 친구의 직업이 국회의원이기 때문이죠.
언변도 좋고 핵심도 잘 찝어서 토론을 하는 친구이기 때문에
요즘같이 청문회 같은 곳에서라면 제대로 빛을 발할법도 한데
보니까 국조청문회에는 포함이 안되었더군요.
저도 꽤 말을 잘하는 편인데..
대학시절 정애와 둘이서 별 시덥지않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한적이 많았습니다.
오돌족발이라고 족발의 젤라틴 부분만 얇게 손질된 부분의 안주와 막걸리 한통 앞에두고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왜그리 재미있고 즐겁던지...
제가 현대중공업 입사후에 울산 방어진에서 살게되면서 자주볼 기회가 없어졌는데
한번은 현대중공업으로 안전실태나오면서(그때 정애는 산업안전공단의 지도원이었어요)
현대중공업의 하늘같은 이사들을 대동하고 말딴 4급사원인 저를 찾아온적이 기억나네요.
우리누나 큰아이 나올때 직접 차를 몰고 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도하고..
그냥 이 글 저 글 쓰다보니 옛 기억이 새록 새록 나는군요...
꽤 늦게 결혼을 했는데
노사모에서 만난 잘생긴~ 남자와 결혼을 했어요.
그당시 저는 외국을 오가면서 사업을 하던차라 한국에 자주 있지를 못했는데
운좋게 제가 한국에 있을때 여의도 한노총사무실에서 하는 정애의 결혼식에 참석할수 있었어요.
주례없이 사회만으로 하는 쫌 세련된 결혼식이었는데
사회자가 우인대표로 나와서 축사를 하라고 시키는데
신부의 우인이랍시고 남자인 내가 뻘쭘거리면서 앞에 나와 옛날 정애 집에서 친구들과 같이 3박4일 고스톱 친 이야기를 했는데..
그때의 그 황당한 얼굴의 신랑측 사람들의 표정이란.. ㅋㅋ
그리고 한정애와의 기억의 흐름은 노사모를 넘어 노무현으로 넘어갑니다.
정애때문에 노무현에대해 자세히 알수있었습니다.
노무현을 알게되면서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치는 정치가가 하는것이 아니고 국민들이 하는것이고 말입니다.
국민이 정치에 참여하는것이야 말고
궁극의 민주주의라는 생각에 천프로 동감했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이름이 참여정부겠지요.
비열한 언론과
재갈을 풀어놓은 국정원과 검찰때문에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노무현은 제거당했었습니다.
노무현의 죽음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죽음이었고 이후 암흑의 시작을 알리는 전주곡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해가 갈수록 깊이있게 우리 가슴에 파고들었고
추잡한 언론들의 공세가 심해질수록 더욱더 진하게 머리속 각인을 남겼습니다.
요즈음
사그러지는 권력과 부를 놓치 않으려고 부끄러움과 거짓말을 온 국민 상대로 중계방송하는
대통령 국회의원 고위공무원 재벌 강남아줌마 의사 들을 덤덤하게 보게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살아계셨다면 일갈하셨겠죠..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이말은 나의 머리속에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노대통령의 주문으로 남아있었고
요즈음같은 시기에 문득 문득 되뇌어지고싶은 어구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시국에 이마에 깊게 패인 주름의 노무현을 떠올리게 될까요.
....
......
하늘이 참 파래요.... 오늘따라....
보고싶다.... 정애야...
카톡 남기께...
서로 서로 바빠 식사 한번 할 시간이 없는 요즈음...
올해 가기전에 족발 한번 먹어보자....
너를 생각하면 노무현이 생각난단다....
노무현이 아직도 살아있었다면...
그냥 살아만 계셨었다면...
생각만으로 울컥해집니다....
하늘이 참 파래요....
2016년 끝자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