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옷을 고르려 옷장을 열었다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빨강고 반짝이는,
요새 날씨에 참 잘 어울리고 편안한 블라우스를 보고는
그냥 옷장문을 닫았습니다.
차마 입지 못하겠더군요.
다들 그러시겠지만
죄책감과 좌절감, 비통함, 우울함이 계속 쌓여가고 있네요.
그런 감정들 때문인지
일부러 작정하거나 고심하지 않았는데도
그날 이후 입었던 가장 밝은 옷은 흰색이거나 회색이었네요.
새삼 제가, 그리고 우리가 얼마나 우울한지 깨달았어요.
"우리가" 라는 표현을 쓴 것은 마침,
이런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지요.
서울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신채영씨(34)는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된 뉴스를 보지 않는다. 신씨는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 괴로웠다”고 말했다. 게다가 아침 출근길에 세월호 사고 소식뿐인 뉴스를 보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신씨는 “남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도 죄책감이 들었으며, 주위의 웃고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사고에 관심을 기울이다가는 도무지 일상을 영위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굳이 의미부여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도 회색옷을 입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