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에 걸린 92세 노모와 그 노모를 위해 삼시세끼 요리하는 65세 아들의 달콤쌉쌀 인생만찬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의 추억을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아들은 매일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한다.
"배고프다, 배고파! 밥 주라! 밥~~!"
숟가락 내려 놓은지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징글맘은 또 밥타령가를 열창하신다. 에효~~~~~~
밥상 치우고 커피 한 잔 겨우 마신 참인데 징글맘의 밥타려가를 또 듣고 있으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中 발췌_ 정성기 저
내가 간병의 시간 동안 가장 정성을 들인 것은 엄마가 젊었을 때 나와 내 가족에게 그랬던 것처럼 매일 삼시 세끼 밥상을 차려 엄마와 함께 밥을 먹는 일이었다. 잘 먹고 죽은 귀신은 어떻다는 옛말도 있고 좋은 식단으로 죽을병을 고쳤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다른 건 몰라도 엄마에게 정성을 다해 건강에 좋은 밥상을 차려드리고 싶었다. 그 요리와 레시피를 꼼꼼히 기록해놓았다. 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엄마와의 순간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
---「책 머리에 ‘밥상을 차리며’」중에서
사실 나도 징글맘과 살기 전에는 라면도 잘 안 끓여 먹었다. 그러니 칼질인들 제대로 했겠는가. 처음에 요리를 시작했을 때는 손도 무지 많이 베였다. 한번은 무채를 썰다가 손바닥을 크게 베여서 병원에 가서 꿰매기도 했다. 그 다음부터는 한동안 채써는 것에 대해 공포가 생겼다. 물론 지금은 실처럼 가늘게도 썰 수 있게 되었지만, 그렇게 실력을 쌓을 때까지 몇 번인가 더 손에 크고 작은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요리 삼매경」중에서
“에미는 두부를 절대로 안 먹어. 문디 자식, 에미에게 두부를 주고 있어. 내가 싫은 것은 절대 안 먹어. 니나 처먹어.”
징글맘은 번번이 두부의 질감을 알아채자마자 바로 뱉어버리기 일쑤였다. 두부 요리를 상에 올리면 숟가락을 던지는 건 약과고, 두부가 담긴 접시를 밀어버리니 식탁 밑으로 음식이 다 떨어진 것도 부지기수다. 콩나물은 아예 집어던지는데, 지금은 어차피 씹기 힘드니까 나도 콩나물무침이나 콩나물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부는 어떻게든 드시게 하고 싶었다.
---「한 사람을 위한 요리’ 중에서
벌써 징글맘과 지낸 시간이 만 9년째다. 하루하루 생각해보면 지난하고 길기만 했지만 막상 돌이켜보면 딱히 생각나는 것도 없이 훌쩍 지나가버린 것 같다. 오로지 한 것이라고는 삼시 세끼를 챙겨 드린 것밖에는 어느 하루도 그다지 다르지 않은 ‘그날이 그날’ 같기만 한 날들이었으니 말이다.
---「세월이 흘러」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