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들어 누구나든 평소에 품어 왔던 자기의 지조, 혹은 신조 같은 것과는 전혀 동떨어진 듯하게만 보이는 생뚱맞은 생각이 물결의 의식에 수면으로 부상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정녕 그것은 속마음이 감추고 있는 진실인가? 유유한 마음으로 인정할 수는 없는 위선과 악을 부정하려는 모양인가? 아니면…….
우리는 자신 안의 내밀한 본질에 관하여 무엇을 알고 있는가? 아니 애초에 자기 자신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파악이 가능하긴 한 걸까? 심지어는, 나 스스로의 처지를 살펴보았을 때 역시도 - 어떤 점에 있어 무엇을 알고 있다고 단언할 수 없는 상태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하물며 자기 내면의 규방에 정성스레 축조한 선입견이라는 성새의 적극적 활용에 입각하여 (모종의 인사의 특정 의도에 걸맞게끔) 타인을 폭력적으로 정의하려고 드는 것임에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알(고 할) 수 없-(었)-다. 아마도 보잘것없는 육신이 스러져 가루가 되고 티끌이 되어 날릴 때까지 그럴 것 같지만. 한편에서는 일견 또 그러지만은 않기를 일말의 마음으로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