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윤동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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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셰 / 윤동욱
가끔 잊고 살다가도
문득 너가 스칠 때가 있다
가을 낙엽 질 즈음에
바스락 소리가 가벼운 바람 타고
길가를 때려가며 소리를 낼 적에
지나간 일 들을 회상하고, 후회한다
다시는 못 올 날인데도 꼭 그렇더라
모든 사람에게 네 모습이 비쳤고,
좋아할 법한 이성은 너의 클리셰였다
영영 너를 찾아도
정작 너를 찾았을 땐 바라만 볼 듯하다
너를 사랑하며 느낀 것은
이 사랑의 끝은 오롯이 내 결정이라는 것이다
오늘도 꿈을 / 윤동욱
온통 너로 가득차있는 청자색의 세상
나는 끊임없이 너로 가득찬 늪에서
손과 발을 허우적거리며 깊게 스며들며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을 꿈꾸는 그 곳은
두부처럼 하얀 살과 커다란 눈동자
너를 안고 아무도 모르게 떠다니는 하늘
네 검은 머리카락의 촉감, 네게 살짝 스쳤던 손길
너를 꼭 안아서 들어올렸던 중력의 무게
너의 호흡, 말투, 목소리, 숨결
찢어버리고싶지만 너무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
잊으려해도 다시 눈 감고 잠에 들면 기억나는데
내 삶에 찾아 올 리 없는 너를 이제는 잊어야하는데
너만 생각하면 나는 끝없는 칠흑의 어둠속에
영겁의 시간을 지새우며 또 다시 너를 센다
너의 의미 / 윤동욱
내 청춘 스물은 어느새 해가 지는 저녁노을
나는 매일 나의 십대를 밝혀준 그대를 써내려 갑니다
당신을 사랑했던 날이 부끄럽진 않으나
내가 못해준 것만, 당신께 끼쳤던 민폐가
가슴 안 쪽에 저리게 남아
나는 아직도 당신을 놓아주지 못합니다
제 시는 당신을 향한 에움길이었습니다
차마 당신의 면전으로 달려갈 자신이 없어
멀리서 당신을 그려내기만 했습니다
제가 쓴 시의 반절은 당신을 노래한 구절이고
그 반절은 내 삶을 그린 그림입니다
노래와 그림이 만나 한 편의 시가 되듯
당신과 함께 하고 싶지만
당신의 목소리는
더이상 제 이름을 부르며 웃지 않습니다
소복소복 겨울이 다가옵니다
그대가 멀어지는 소리가 가까워집니다
이제는 안녕 / 윤동욱
오너라,
나 비록 이렇게 눈을 감으나
그곳은 내가 바라던 영원의 꿈일테니
물질에 얽매이지않고
내가 바라는 이들이 넘쳐나는 곳
오너라,
나 비록 이렇게 눈을 감으나
내 뒤에 남기고 떠난 삶의 자취가
부끄럽거나, 두렵지 않다
살아 생전에 숨기는 것이 없었다
오너라,
나 비록 이렇게 눈을 감으나
이제는 아비 손잡고 술이나 넘겨보자
그 어린 시절의 회포를 풀자
그때는 어찌하여 그랬는지 기나긴 변명을
오너라,
나 비록 이렇게 눈을 감으나
한평생을 같이 약속한 아녀자나 자식이 없다
다만 내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겠지
내가 사랑한 사람이 손으로 새어진다
오너라,
나 비록 이렇게 눈을 감으나
새볔노을 지고 검붉은 천이 하늘을 덮으면
나는 미련없이 도시에 내려온 산들바람타고
영영 떠나야만 한다
가자,
이제는 보지 못할 사람들을 뒤로 하고
울음소리를 천둥 뒤에 살짝 가려두고
떨어지는 빗물에 눈물을 숨기자
잠시 헤매었던 꿈이었다고 생각하마
나는 금방 잊혀지는 것이 울적했으나,
너희는 너희들의 삶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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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